금년 한해 의료계도 다사다난했다. 많은 사건들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기득권을 가진 의사들의 입지는 좁아지고, 상대단체나 의료소비자의 권한이 더 확대되는 모습이었다. 한의사협회장이 현대의료기기 허용을 주장했고, 대법원은 치과의사의 보톡스 레이저 시술을 허용했고, 중대한 의료사고의 자동 조정절차 개시를 위한 시행령도 마련 됐다. 이런 와중에도 만성질환 관리 전화상담 수가 시범사업이 실시되고, 전공의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시행령이 시행되는 등 의사의 전문직능에 보상도 강화하는 모습이었다. 한편 우리나라가 선진화되는 과정으로 김영란법이 헌법재판소로부터 합헌 결정을 받았고, 인공지능 왓슨의 진료가 시작됐다. / 메디포뉴스는 금년 한해를 보내면서 의료계 주요 이슈 10개를 선정, 시간 순으로 정리했다. [편집자 주]
◆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낙태 포함…산부인과 낙태금지 선언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월11일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의 입법예고 기간(9.23~11.2일) 만료에 따라 비도덕적 진료행위 유형과 행정처분 기간을 수정 발표했다. 문제는 논란이 되었던 불법 임신중절수술도 종전과 같이 행정처분 대상에 포함했다. 행정처분 기간은 12개월에서 1개월로 낮추었다.
이에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직선제는 “복지부는 의료법 시행령, 규칙 개정 입법안으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포함시켜 미비한 모자보건법으로 산부인과 의사를 비도덕적 의사로 낙인을 찍었다. 인공임신중절수술에 대한 입법의 미비와 사회적 문제를 외면하면서 의사와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여성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정책에 절대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직선제 산의회는 “회원 의견수렴에서 ‘불법 중절수술 전면금지’라는 산부인과 회원들의 결연한 의지와 요구가 확인됐다. 회원들의 뜻을 받들어 불법적인 인공임신중절수술 전면 중단을 포함한 강력한 대책을 진행할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 의료계 스스로 규제…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지난 11월21일부터 경기도·광주·울산지역 3개 의사회에서 일제히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대한의사협회 홍경표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단장(광주시의사회장)은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에의 적극 참여를 통해서 의료계가 자율규제권을 확보하는 작은 첫걸음을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전문직업인의 자율성과 직업윤리를 확립하여 국민의 신뢰를 획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보건복지부의 입법예고안에 구애받지 않고 현행 의료법 제66조 제1항 의료인 품위손상행위를 대상으로 추진키로 했다. 윤리위원회 행정처분 양형 수위에 대해서도 현행 의료법에 명시된 경고 ~ 1개월 이내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로 했으며, 입법예고된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은 향후 충분한 의견수렴 등을 통하여 그 결과를 시범사업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번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의 목적이 단순히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행한 회원을 찾아내어 규제하는 것이 아니다. 의료계가 혼란스러운 상황을 틈타 기승을 부리는 불법의료생협, 사무장병원 등 비의료인의 의료법 위반행위를 전문가평가단 차원에서 적극 발굴하고 지역보건소나 보건복지부에 적극 고발키로 했다.
◆ 사망 등 중대한 의료사고 자동으로 조정절차 개시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29일 개정·공포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 11월 30일부터 시행된다고 발표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의 권익을 제고하고자 △사망 △1개월이상 의식불명 △장애등급 1급 중 일부에 해당하는 중대한 의료사고의 경우 상대방의 동의가 없어도 조정절차를 개시하도록 했다.
장애등급 1급 중 일부는 △자폐성장애인, 정신장애인을 제외한 장애등급 1급으로 하되, △중복장애로 인하여 장애 1급이 되거나 이미 장애1급인 상태에서 의료사고로 동일 부위에 장애가 추가발생한 경우는 제외한다. 장애등급 1급 중에서 자폐성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을 제외한 것은 장애특성상 의료행위와의 관련성이 극히 낮고, 중복장애 등의 경우 의료사고로 인해 직접적으로 발생된 장애1급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단, 이 규정은 11월 30일 이후 종료된 의료행위로 인해 발생한 의료사고부터 적용된다.
조정절차 자동개시의 대상이 되는 의료사고의 경우에도 자동개시하기에 부적절한 사유를 이의신청 사유로 명시하여 이에 해당될 경우 조정신청을 각하하도록 하였다. 이의신청 사유로는 △진료방해, 기물파손, △거짓사실로 조정신청, △의료인 폭행·협박, △2회 이상 동일사건 취하 및 각하, 부조정 종결처리 사건 재신청, △ 자동개시 요건 미 해당, △기타 조정절차를 자동개시하기에 부적절한 것으로 복지부장관이 고시한 사항 등이다.
◆ 왓슨 인공지능, 대장암 3기 환자 첫 진료 치료법 제안
가천대 길병원이 미국 IBM사의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도입해 개소한 ‘IBM 왓슨 인공지능 암센터’에서 첫 환자가 12월5일 첫 진료를 받았다. ‘IBM 왓슨 인공지능 암센터’는 지난 9월 가천대 길병원이 IBM사의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왓슨을 도입, 진료 현장에 활용하기 위해 개소했다.
복부 통증으로 대장내시경을 받은 후 대장암 진단을 받은 61세 남성 조태현 씨가 왓슨 암센터에서 왓슨 다학제 진료를 받았다. 조태현 씨는 지난 11월 9일 개인병원에서 대장내시경조직 검사 및 복부단층촬영 후, 11월 14일 가천대 길병원 대장항문외과에 내원해 대장암 3기 진단을 받고 입원 후 11월 16일 3차원(3D) 복강경 우결장절제수술을 받고 수술 6일째 퇴원하는 one-stop 서비스를 받았다.
하지만 혹시 남아있을 암세포를 제거해야 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보조 항암치료가 필요했고, 이에 왓슨 암센터를 방문하게 됐다. 왓슨은 입력된 정보를 토대로 조태현 씨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방법을 분류하고 각각 근거와 점수를 매겨 수 초안에 제안했다. 왓슨이 제안한 결과로 가장 점수가 높았던 것은 약물 치료 중 FOLFOX(폴폭스, 일반항암제) 혹은 CapeOX(케이폭스, 일반항암제) 약물요법이었다. 이는 기존에 의료진이 예상하던 방법과 동일했다.
◆ 해프닝인 듯 한 성분명 논란은 루틴 이슈

지난 12월 중순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2016년도 건강보험제도 국민 인식 조사’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성분명 처방 53.6%△제품명 처방 19.0% △중립 27.5%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대한약사회는 “성분명 처방이 시행될 경우 국민의 의료비 부담은 감소하고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다. 어느 약국에서나 처방의약품을 조제 받을 수 있어 국민의 약국 이용 편의성은 증대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약사회는 “정부는 이같은 국민의 요구와 기대를 충분히 인식하고 국민의 처방의약품 선택권을 적극 보장하기 위해 국공립병원, 보건소, 보건지소 등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성분명 처방을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다.”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성분명 처방 주장은 의사의 고유 권한인 처방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해 의약분업의 원칙을 파기하는 사안으로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국민의 편익을 제고하고 건강보험 재정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현행 의약분업의 재평가를 통해 의사의 처방에 대해 환자들이 약의 조제 장소와 주체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분업제도를 도입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약사회가 근거로 든 ‘2016년도 건강보험제도 국민 인식 조사’는 성분명 처방만이 이슈가 아니었다. 건강보험제도 국민 인식 조사 항목은 △국민건강보험 선호 보장률,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따른 추가 부담 의사, △건강보험료 추가 부담에 대한 인식, △약가 관리·선호하는 처방 방식 등 큰 이슈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