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항생제를 기준치 이상으로 사용한 병원 명단을 공개하도록 판결을 내림으로써 의료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권순일 부장판사)는 5일 참여연대가 항생제를 과다 처방한 병원 명단 등을 공개하라며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비공개 했던 정보를 공개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날 판결로 정보 공개대상은 심평원이 2001∼2004년 지역 및 요양기관 종류, 병원 표시과목별로 급성상기도감염(단순 감기) 환자에 대한 항생제 사용률을 평가한 결과 중 1등급(상위 %)과 9등급(하위 4%)에 속한 병원수와 명단이다.
이번 판결은 전국 병·의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의사협회 등 의료단체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고 있어 상급심 판단이 주목된다.
정부가 그동안 의료기관의 항생제 사용률 공개를 거부한 것은 항생제를 오·남용 했거나 적정선에서 적게 사용한 병원이 전국 단위로 나타날 경우 앞으로 의료서비스 소비자들이 특정 병원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원하는 정보는 의료인의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관련 사항이 아니므로 공개시 의사의 사생활이 침해될 우려가 없고 병원이 보유중인 진단·치료방법과 관련된 것이 아니므로 영업상 비밀을 훼손 하지도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한 “의학지식을 토대로 환자에게 적절한 진료방법을 선택하는 의료인의 전문성과 자율성은 존중되어야 하나 사람의 신체와 생명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만큼 환자의 자기결정권 보호를 위해 의료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의료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공개이유를 밝혔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의료소비자에게 정확한 의료정보를 제공하고 의료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촉진할 수 있을때 공익을 증진시킬 수 있으며, 의료계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신뢰도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심평원이 2001년부터 약제사용 오남용 방지를 위해 항생제·주사제·약품비 등 3개 항목 사용률을 전국 병원별로 평가하고 등급을 매겨온 점을 주목, 지난해 4월 평가결과를 공개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청구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5월 지역 및 요양기관별 항생제 사용지표는 공개한 반면 항생제 처방률이 높고 낮은 병원 명단 등에 대해 "병원별로 환자 구성이 다른 상황에서 명단이 공개되면 의료기관에 대한 불신이 생길 수 있다"며 정보공개를 거부했었다.
의사협회도 “병원별로 대상 환자가 달라 암치료 전문 병원 등 일부 병원은 항생제를 많이 사용할 수 밖에 없으며, 병원별 편차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항생제 사용률을 공개하면 의료기관이 타격을 입는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었다.
이날 참여연대는 판결과 관련,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률은 2004년 현재 27.4%로 세계보건기구(WHO) 권장치인 22.7%보다 높고 단순 감기에 대한 처방률은 59%나 있어 항생제 남용 기관에 불이익을 주고 소비자의 의료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병원별 명단공개는 매우 의미 있다”고 환영했다.
강희종 기자(hjkang@medifonews.com)
2006-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