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분야 연구에 장기적이고 집중적인 국가 R&D 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우리나라의 정신건강 연구역량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서울의대 정신과학교실 권준수 교수는 최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전문가리포트 ‘국·내외 정신건강분야 연구개발 정책 및 사업동향’ 기고문을 통해 이 같은 생각을 밝혔다.
최근 우리나라는 뇌 과학 연구, 질환 극복기술개발연구 등 정신건강 관련 분야에 대한 R&D 투자를 확대해 상당한 수준의 기초연구 성과와 역량을 축적해 왔다.
우리나라의 정신건강 기술 특허 출원과 내국인 논문 게재건수는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국인특허 출원 비중과 국내 저자 논문 건수는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권 교수는 “선진국과의 기술격차 극복을 위한 R&D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며 “정신건강 문제의 국가적 중요성과 시급성을 생각해볼 때 현재 전 세계적으로 쟁점이 되고 있는 정밀의료, 역분화 만능 줄기세포 원천기술, 빅데이터 처리기술, 기계학습 알고리즘 개발, 차세대 염기서열분석기술, 신경조절 장치 등 분야에 과감하고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를 통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제시했다.
우선 기존의 주요 질환의 병태생리 규명 및 바이오마커 발굴 등의 연구에서 벗어나 조기진단 및 치료반응 예측을 기반으로 한 정밀의학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권 교수는 해외선진국과 비교해 여전히 R&D 투자 규모가 작은 점도 지적했다. 전체 보건의료에서 차지하는 정신건강 R&D 투자비 비중은 1.61% 수준에 불과하다.
그는 “특히 신체적 질환과 비교할 때 정신질환에 책정된 예산은 너무 적다”며 “기술개발 및 산업화를 할 수 있는 응용연구, 개발연구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권 교수는 다양한 분야에 나눠주기 식 투자는 지양하고 지속적인 장기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연구사업 내용에 사회경제적인 고려보다 정치적 환경에 대한 고려가 많이 작용한다”며 “해외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중요하고 지속적인 장기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조현병, 치매, 자폐증 등 주요 질환들에 대한 비중이 작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대규모의 장기간 집중투자보다는 다양한 항목으로 나눠주기 식 단기간 사업이 많다”며 “이밖에도 인적자원 육성체계와 기반 인프라가 취약해 직업안정성과 급여수준이 낮으며, 해외의 고급인력이 국내로 들어오지 않는 현상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현재 정신건강 기술개발에 있어 미국 등 소수의 선진국을 제외하고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국가가 많지 않으며 최근 우리나라의 정신건강 R&D는 빠른 속도로 연구역량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며 “이를 고려할 때 현시점에서 장기적 관점에 기반한 국가 R&D 투자와 지원체계가 뒷받침된다면 우리나라가 정신건강 기술개발에 있어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