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년간 저마진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현대약품이 오너 3세 경영 승계를 본격 눈앞에 두고 악재가 겹치며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1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현대약품의 지난해 매출액 규모는 약 1200억 원, 하지만 이 중 수출액은 약 1억 원밖에 안 될 정도로 내수 시장에만 의존하고 있다. 내수 시장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전문의약품이 없다는 점이다.
현대약품은 매년 매출액의 10% 정도를 R&D에 투자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신약개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 대비 성과가 매우 저조하다.
이런 점은 수년간 1% 안팎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영업이익률만 봐도 알 수 있다. 수출 부진도 마찬가지다. 경쟁력 있는 개발신약이 없으니 영업이든 수출이든 부진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현대약품의 핵심 전문의약품인 호흡기 치료제 '설포라제'의 중국 수출계약이 무산되며 악재에 악재가 겹치고 있다. 현대약품의 전문의약품 리딩 품목이라고는 하지만 '설포라제'는 보험약가 처방액 기준 약 40억 원 정도 규모의 약물이다.
현대약품은 지난 2014년 1월 노보텍과 설포라제캡슐의 중국 라이센스 및 공급 계약을 체결, 중국에서 판매가 이뤄지는 시점부터 10년 동안 5,000만 달러(한화 약 531억 원)의 제품을 수출하기로 계약했다. 하지만 현지 파트너사인 노보텍이 중국 보건당국으로부터 설포라제캡슐의 시판허가를 받지 못하면서 사실상 수출계약이 무산되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약품은 계약 당시 받았던 약 1억 원의 계약금도 이미 반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최근 현대약품이 오리지널의약품으로 보유한 진해거담제 '레보투스(레보드로프로피진)'의 개량신약이 국내 다른 제약사에 의해 공동 개발되어 지난 4월 13일 식약처의 허가를 받으며 현대약품보다 먼저 국내시장에 선보이게 됐다. 해당 약물은 광동제약과 JW신약,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이 공동 개발한 '레보틱스CR서방정'으로 현대약품에 앞서 최초로 국내에서 허가되었다.
현대약품은 지난 2013년 '레보투스CR정' 특허를 등록하고 상업화 개발을 진행해 왔지만, 최종 허가에 실패하여 올해 1월부터 다시 3상 임상 진행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나이티드 관계자는 올해 '레보틱스CR' 매출액을 약 50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어 현대약품은 레보드로프로피진 서방정 시장 선점에 실패한 것이다.
현대약품이 공시를 통해 발표한 R&D 파이프라인을 살펴보면, 상용화에 까가운 품목 대부분이 기존 제품의 복용편의성을 높인 개량신약들이다. 제품 자체의 차별화나 경쟁력이 낮아 마케팅과 영업력으로 승부를 보아야 하는 상황이다.
다른 파이프라인으로는 유럽 1상을 준비 중인 제2형 당뇨병 치료 신약(HDNO-1605)이 있지만 현재 1상 임상 승인 절차 중으로 상용화까지는 요원하며, 그외 담도암 치료제(LINO-1608), 노인성 질환 치료 복합제(HDDO-1604, BPDO-1603), 골다공증 복합제(HDDO-1614) 등은 국내 1상 언저리에 머물러 있어 성과를 예측하기는 어려운 단계이다.
현대약품이 제출한 공시 자료에 따르면, 이상준 부사장은 최근까지 4.92%의 회사 지분(137만 6,578주)을 확보하며 경영권 승계 작업에 한창이다. 또한 바이오파마티스와 아트엠플러스를 활용, 현대약품 지배력도 키워나가고 있다.
앞서 언급된 현대약품의 정체 요인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경영승계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경영진의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