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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심평의학’ 신랄 비판 “의료계에 책임 전가 안 돼”

김 윤, 심사기준·평가지표 개선 전문가 주도 제언

서울의대 김 윤 교수가 작심한 듯 심평원에 쓴소리를 날렸다.


미시적 관점의 심사, 심평의학, 의료계 중심이 아닌 평가지표 개발 등 심사·평가 업무를 지적하고, 전문가 참여 확대를 주문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5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국민의료의 질 향상을 위한 건강보험 발전방향’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 윤 교수는 현재 심사·평가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가치 기반 심사평가체계로의 패러다임 전환 전략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먼저 심사의 문제점으로 미시적인 심사와 심평의학 등을 지적했다.


그는 “심사와 평가는 그 자체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질과 효율성을 올리기 위한 수단이다. 지금의 심평원은 푼돈은 아끼면서 목돈을 제대로 못쓴다”며 “심평원은 검사와 약, 입원기간 등은 미시적으로 엄격하게 심사하지만 수술받지 말아야 할 환자가 수술을 받는 심사는 얼마나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불필요한 관절경수술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골관절염 앓고 있는 환자에게서 연골이 망가진 경우에 부서진 연골 떼어내기 위해 관절경하는 것은 도움이 안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추계해 보면 우리나라에서 약 19만건의 의미없는 관절경 시술이 되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심평원이 하고 있는 역할이 있느냐”고 질타했다.


또한 김 교수는 의료계로부터 소위 ‘심평의학’이라 불리는 내용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불명료한 심사 기준, 무리한 삭감, 투명하지 않은 심사 과정, 일관되지 않은 심사결과, 최신 의학적 근거에 부합하지 않는 심사 기준 등으로 ‘심평의학’이란 말이 생겨났다”며 “이의신청 인정율이 52%에 이른다. 심사자도, 진료비 조정 사유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관은 삭감통보를 받으면 이의신청서 작성을 위해 의사, 간호사, 보험팀 등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청구명세서로만으로 명확히 심사하기 힘든 부분을 일단 조정하는 것은 책임을 심평원이 의료계에 전가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심사체계 개편전략으로 청구명세서 기반 심사를 의무기록 기반 심사로, 청구건 단위 심사를 진료분야 단위 심사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전제는 심사기준 개편이다.


김 교수는 “심사기준 개편의 의미는 기준을 유형화하고, 심사기준개선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라며 “특히 심사기준개선위원회는 학회추천과 심평원 진료심사평가위원 동수로 구성하고, 올해부터 상시적 체계로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평가업무 문제점으로는 대형병원 중심, 변별력 및 예측가능성 부족, 질 향상 노력에 대한 보상 부족 등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원금 규모도 확대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현재의 평가지표는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 질병과 시술 중심으로 평가지표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또 가산금 방식은 교과서에서 하지 말라는 것을 조합했다”며 “1등급만 가산하는 것이 아닌 차이를 두되 모든 등급에 가산해야 한다. 아울러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결과 중심의 평가가 이뤄져야 선택진료비의 보상이 아닌 병언 노력에 대한 보상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평가 업무 개선에서도 전문가 참여를 강조했다. 심평원 평가실이 계획을 수립하던 기존 평가체계 운영 방식을 의료평가조정위원회가 기본계획을 수립토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평가지표 관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표개발을 전문가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사실 이 부분에 의사와 병원을 소외시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점수를 잘 받기 위한 꼼수만 늘었다. 점수는 좋은데 사망률 개선은 안된다. 의사와 병원이 스스로 개별 평가지표를 관리해야 한다. 학회 전문가들이 평가지표를 만들게 둬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의료 질에 대한 국가 거버넌스도 구축해야 한다. 심평원, 인증원, 중재원 등 관련 기관 평가기준의 연계성과 중복성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의료 질과 환자안전에 대한 명확한 정책목표 설정, 정책과 사업의 체계적인 수행 보장 등을 위한 복지부 산하 의료 질향상 심의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국민의료 질 향상을 위한 심평원 역할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병원계를 대표해 참석한 대한병원협회 서진수 보험부위원장은 “심평원과 병원 모두 기본적으로 선의가 있다고 인정을 해야 모든 단초가 풀린다”며 “의사들이 모럴해저드에 빠진 집단이 아니다. 행위별 수가제 하 수십억건 심사에 따른 근본적인 한계”라고 말했다.


이어 “의사들은 과학을 하는 사람들이다. 근거를 중시한다. 심사에서 삭감이 되더라도 근거가 있으면 수긍 하지만 제일 부족한 부분이 일관성”이라며 “의료라는 것이 변수가 많아 예술의 영역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의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일관성, 과학적 근거다. 근원적인 딜레마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서 부위원장은 다양한 제도 변화에 맞춰 적당한 보상기전이 마련돼야 하는 점을 강조하며, 전자의무기록 심사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인증원 인증을 받기는 하는데 전체적인 환자안전 영향을 미치는지는 의문이다. 작은 제도 변화라도 엄청난 비용이 든다. 보상이 안되면 추진하기 어렵다”며 “비용을 아끼면서 의료 질을 높이는 방안이 있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질을 높이려면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도 심사체계 및 평가기준 개선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보건복지부 보험평가과 이재란 과장은 “작년 행정심판 5만4000건 중 공단 200건을 빼면 다 심평원 심사삭감이더라. 근원에는 지불제도가 다 연계돼 있기 때문”이라며 “하루속히 개선돼야 한다는 것에 저도 공감한다”고 말했다.


또한 “과연 AI로 심사가 될까하는 데는 의문이 든다. AI로 하면 이의신청, 심판청구가 더 늘 것 같다”며 “EMR연동심사 경우에도 전국민 진료정보기록 사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평가와 관련해서는 “문제점은 모두가 알고 있다. 단지 어떻게, 무엇을 가지고, 언제쯤 하느냐 이런 것은 굉장히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오늘 논의내용을 토대로 의료계, 시민사회단체, 정부, 국회가 같이 고민하며 차근차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