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질병관리본부는 65세 이상에서의 폐렴구균 백신 품목의 비용효과를 분석한 결과, 현행 23가 다당질백신 단독접종 방식이 비용효과 면에서 타당하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최근 발표된 '노인 대상 폐렴구균 예방접종 전략에 따른 비용-효과 분석' 연구 결과를 근거로 하여 23가 다당질백신의 예방효과가 50% 이상일 때, NIP 품목을 13가 단백접합백신으로 전환하거나 13가 단백접합백신 접종 후 23가 백신을 추가 접종하는 방식이 현행 방식보다 비용효과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실제 발표된 연구 논문을 살펴보면, 이야기의 뉘앙스는 또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송준영 고려대 교수가 발표한 이 연구 논문은 65세 이상 연령을 대상으로 3가지 예방접종 전략(▲현행 23가 다당질백신 접종, ▲13가 단백접합백신 접종, ▲13가 단백접합백신 접종 후 23가 백신 추가 접종)에 따라 폐렴구균 백신 효과와 질환 발생률, 사망률, 의료•사회경제적 비용 등을 시나리오별로 분석한 결과를 담고 있다.
논문에서는 현행 23가 다당질백신의 예방효과가 50% 수준임을 가정할 때, 13가 단백접합백신 전략(▲13가 단백접합백신으로의 전환, 혹은 ▲13가 단백접합백신 접종 후 23가 백신 추가 접종)의 비용효과가 현행 23가 다당질백신 전략보다 우월하다고 나와 있다.
결국 가장 중요한 쟁점은 이 연구 결론의 전제가 된 현행 23가 다당질백신의 예방효과로 수렴된다. 만일 현행 품목의 폐렴 예방효과가 50%가 넘지 않는다면, 13가 단백접합백신 전략으로의 전환이 비용효과 면에서 더 타당성을 갖기 때문이다.
이에 메디포뉴스는 질병관리본부 관계자에게 현행 23가 다당질백신의 예방효과가 50% 이상이라는 근거자료를 요청했지만 해당 연구가 아직 정식 논문 발행 준비 중에 있어 정확한 수치를 알려줄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
65세 이상 고령에서의 현행 폐렴구균 NIP 품목의 전환은 감염병 의료전문가들의 권고사항을 봐도 그 필요성을 유추할 수 있다.
대한감염학회에서는 65세 이상 모든 만성질환자 등에서 13가 단백접합백신과 23가 다당질백신을 모두 고려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처럼 노인 폐렴구균 백신 접종전략에 13가 단백접합 백신이 고려되는 이유는 폐렴구균 폐렴에 대한 예방효과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폐렴구균 폐렴은 폐렴구균으로 인해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이며, 폐렴의 가장 흔한 원인 역시 폐렴구균에 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행 23가 다당질백신은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 예방에 있어 50~80%의 예방효과가 있으나, 폐렴구균 폐렴의 예방효과는 일관되지 않다.
WHO의 메타분석에 따르면 23가 다당질백신의 효율성과 효과에 관한 데이터는 일관성이 없으며, 다양한 대상 집단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특히, 폐렴구균 질환의 위험성이 높은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에서는 침습성 폐렴구균질환 및 폐렴에 대해 효과적이라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다.
반면, 13가 단백접합백신은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을 75% 예방하고, 폐렴구균 폐렴 예방에도 45%의 효과를 지닌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다당질백신은 접종 후 1년이 지나면 면역유지효과가 떨어져 5년이 지나면 최대 75%까지 감소한다는 보고가 있다.
이뿐 아니라 질병관리본부의 용역으로 진행된 ‘국가예방접종사업 중장기 전략 개발 보고서’에서도, 국내 성인 폐렴구균 예방접종사업의 한계를 지적하고 폐렴 예방을 위해 13가 단백접합백신의 추가 도입이 필요함을 지적한 바 있다.
게다가 최근 사노피 파스퇴르는 폐렴구균 다당결합백신 ‘뉴모23’에 대한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23가 다당질백신으로는 사노피 파스퇴르의 ‘뉴모23’과 MSD의 ‘프로디악스’가 있어 이번 생산 중단으로 혹여 백신 공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지 관계자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 생산 중단 결정에 대해 사노피 파스퇴르는 “뉴모23에 대한 품질이나 안전성과는 관련이 없으며, 사노피 파스퇴르 백신 품목 생산의 선택과 집중을 하기 위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폐렴구균 백신 접종이 23가 다당질백신에서 13가 단백접합백신으로 전환되는 전 세계 추세가 반영된 결과가 아니냐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국내 만 65세 이상의 폐렴구균 예방접종률은 NIP 사업 시행 전 15.4%에 불과했다. 그러나 사업 도입 후 현재 접종률은 61%(2017년 4월 기준)으로 향상됐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 측은 노인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인플루엔자와 폐렴구균 두 가지 백신의 접종률이 양적으로 증대되고 있어 그 동안 성인 예방접종사업의 성과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제는 NIP 사업의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의료전문가들의 의견과 과학적 근거, 백신 공급의 안정화 등 이 모든 요구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NIP 사업의 질적 성장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