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다공증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골절 예방 치료를 위한 약제 보험급여 기준의 확대와 현재 이뤄지고 있는 국내 치료 가이드라인의 검토가 시급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골다공증은 고령화 사회에서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가장 대표적인 질환이다. 국내에서는 2014년 기준 50세 이상 여성 70%, 남성 50%에서 골다공증 혹은 골감소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발병률은 매년 10%씩 늘어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 또한 자연스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골다공증성 골절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2007~2011년간 최대 1조 165억 원으로 연평균 2033억 원이라고 한다.
최근 대한골다공증학회 박예수 회장(한양의대 정형외과)은 "국내 심평원 자료를 토대로 보면, 국내 골다공증성 골절의 80% 이상이 골감소증 환자에서 발생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골다공증과 골감소증 치료제의 보험급여 목록을 살펴보면, 중증 골다공증에 사용 가능한 골형성 촉진제의 급여화가 최근에 들어와서야 이뤄진 상황"이라며, 선진국에 비해 뒤쳐진 국내 보험급여 기준에 대해 지적했다.
박 회장은 "선진 국가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질병의 치료와 함께 그 예방에 주력을 해야 한다"며, "골다공증성 골절, 특히 중증 골다공증에 의한 다발성 골절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치료와 함께 그 예방이 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골다공증성 골절 예방을 위해서는 그 전 단계 혹은 초기 단계에서의 예방 치료가 중요하고, 예방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현 골다공증 치료제의 급여기준을 대폭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골다공증 치료제의 급여기준은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현실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대부분이다. 10년 만에 급여권에 진입한 골형성 촉진제 '포스테오'를 비롯 지난 6월 급여 출시가 결정되어 급여기준 조정 중에 있는 RANKL 표적치료제 '프롤리아(성분명 데수노맙)' 역시 2차 치료제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 환자들이 제때 필요한 치료제를 쓸 수 없다는 것이다.
'포스테오'나 '프롤리아'의 경우 이미 10년 이상 효능과 장기 안전성이 입증된 치료제들이다. 이러한 치료제들을 국내 골다공증 환자들은 급여기준에 따라 1차 치료제로 사용하지 못해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사실 '프롤리아'의 경우 미국에서는 이미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 치료제들과 함께 1차 치료제로 강력하게 권고된 바 있다.
미국내과학회(ACP)는 지난 5월 9일 '저골밀도·골다공증의 치료 최신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08년 개정 이후 올해 처음으로 업데이트된 것으로, 이번 개정은 지난 10년간 축적된 의학적 연구와 수행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새로운 가이드라인에서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는 사항은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 여성 혹은 골다공증 고위험군인 환자에서 고관절과 척추 골절을 예방하기 위한 1차 치료제로 비스포스포네이트(알렌드로네이트, 리세드로네이트, 졸레드론산)와 '데노수맙(상품명 프롤리아)' 치료를 우선하여 권고하고 있다.
다른 어떤 약제들보다 '프롤리아'의 조기 치료가 골다공증성 골절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그간의 연구 및 임상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나머지는 여성 환자에 있어 골다공증 치료에 호르몬 치료(폐경 후 에스트로겐 치료, 폐경 후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치료, 라록시펜)를 피해야 한다는 권고다. 이 권고사항은 호르몬치료가 효과 대비 위험이 높다는 새로운 의학적 근거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근거들에 따르면, 호르몬치료가 뇌혈관 사고와 정맥혈전과 같은 특정한 위험과 연관되어 있으며, 호르몬치료의 이익 대비 위험이 중대하다는 학회의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라록시펜'에 대한 권고다. 일반적으로 여성호르몬 치료는 혈전증과 유방암의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조절제(selective estrogen receptor modulator, SERM)인 라록시펜이 개발되어 골다공증 치료제로 사용되어 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골다공증 치료에 경구용 비스포스포네이트의 낮은 복약순응도를 극복한 장점으로 SERM 계열 약제가 우세를 보이며 전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미국내과학회의 발표는 SERM 계열 치료제에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우리나라의 골다공증 치료 패러다임이 한발씩 뒤쳐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의문도 가지게 한다. 실제 경구용 골다공증 치료제 시장에서 SERM 계열 치료제인 '에비스타'와 '비비안트'의 실적이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어 이들 약물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관련 의료진들에 따르면, "한정된 국가 재정으로 해당 질환의 사회적 비용 감소를 위한 최적의 치료 옵션을 지원해야 하는 보건당국의 시름은 십분 이해하지만, 골다공증 치료와 예방에 있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국내 보험급여 기준의 타당성은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