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의료계에서는 선거권 완화와 출마예정자들의 사전선거운동 등으로 논란이 뜨겁지만, 정작 투표권을 갖고 있는 봉직의나 개원의 등 소위 민초의사들에게는 ‘먼나라 얘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봉직의들의 경우 투표 의사 뿐만이 아니라 선거에 대한 관심 자체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선거권 완화 주장 과정에서 제기됐던 의협회장의 ‘대표성’에 또다시 의문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 대해 한 봉직의는 “선거에서는 늘 그랬듯 누가 되든 되지 않겠느냐”며 “동료들 사이에서도 선거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일은 일절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봉직의는 “솔직히 우리 입장에서는 회장에 누가 되든 상관없다”고 밝히고 “다들 자기 앞가림하기 바빠 선거에 신경쓸 여유가 없는 게 사실”이라며 현재의 냉랭한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 인터넷 봉직의 커뮤니티의 한 회원은 “봉직의는 여건상 선거에 관심이 없을 수 밖에 없다”며 “차라리 전공의라면 모르겠지만 봉직의는 고용이 불안정하고 매출 실적에 매여있어 심리적으로 여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공의의 경우 일단 수련기간이 4년으로 보장돼 있고 배우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책임이 적은 만큼, 심적으로 봉직의 보다는 여유와 관심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해 중 3월이 봉직의들의 이동시즌이라는 점도 이 같은 분위기에 일조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히 “협의회 등의 단체기구가 있는 다른 직역과는 달리 봉직의는 이러한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아 대형병원이 아니면 회비납부가 강제되지 않고, 따라서 납부율도 그만큼 저조하다”며 “의협회장 선거를 비롯한 대부분 선거의 경우 회비 완납 회원에 한해 선거권을 주는 만큼 상대적으로 선거권이 없는 봉직의는 관심이 없는 게 어찌보면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개원의의 경우도 이러한 봉직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개원의는 “대의원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일반 개원의의 경우에는 대부분 선거에 관심이 없을 것”이라며 “진료수가나 규제 등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안에 대해서만 신경쓸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협회장 선거 출마예정자에 대한 인지도를 묻는 질문에 “XXX는 뭐하는 사람이냐?”고 반문해 선거에 대한 무관심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의협회장 선거가 자칫 ‘그들만의 잔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해 발표한 회원분포 현황에 따르면 협회에 등록된 전체 67835명의 의사회원 중 봉직의 수는 17574명으로 개원의(26502명)에는 못 미치지만 전공의(15777명)보다는 다소 웃도는 수치로 직역별 분포에서는 개원의 다음으로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개원의와 봉직의를 합하면 전체 회원의 약 65%를 차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따라서 이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참여를 유도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 시도의사회장 선거에서는 개원의들로부터 가장 많이 득표한 후보가 전체 득표에서는 전공의 최다득표자에게 밀려 선거에서 낙마하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또한 선거 출마예정자들이 저마다 전공의 표심잡기에 나서는 것도 이 같은 현상을 반증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지제근 위원장은 “의사들이 일반적으로 선거에 관심이 많지 않다”며 “따라서 회원들이 굳이 투표할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 위원장은 또 “지난 33대 의협회장 선거에서는 투표율이 50% 미만이었다”며 “이에 따라 과연 직선제가 꼭 필요한 것이냐는 소리가 일부에서 나오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회원들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각 지부에 선거 홍보포스터를 배부하는 등 투표율 제고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현재 개원가와 봉직의들의 선거에 대한 무관심을 끌어올려 투표에 자발적으로 적극 참여토록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류장훈 기자(ppvge@medifonews.com)
2006-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