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이 31일 2017년도 국정감사를 마무리하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 대한 '문재인 케어 국감 스코어보드' 자료를 공개했다.
지난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현행 63.4%의 국민건강보험 보장률을 7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일명 '문재인 케어'에 드는 비용을 약 30.6조 원으로 추계했다.
그러나 매년 최대 3.2%의 보험료율 인상 및 법정준비금 10조 원 사용 계획을 정부가 밝히면서, 국민건강보험 재정고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국정감사 기간 내내 문재인 케어 실현 가능성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김승희 의원은 국회 예산정책처의 재정 소요 추계 자료,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등재비급여 현황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액 현황자료 등을 분석해, 2017년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동안 '문재인 케어'를 지적했다.
◆ 준비성 · 내용성 · 지속가능성 낙제점
김승희 의원이 공개한 '문재인 케어, 국감 스코어보드'는 여야 가릴 것 없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취지는 공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05년 61.8%에서 2015년 63.4%로 크게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좋은 취지에 맞는 꼼꼼한 정책적 검토 · 계획이 필요하다. 문재인 케어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준비성 · 내용성 · 지속가능성 등에서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
◆ 준비성
문재인 케어 준비 · 발표 과정에서 국민, 의료기관, 보건의료인 등 의료공급자와 많은 논의가 필요한데도 소통이 부족했던 점이 국정감사를 통해 나타났다.
특히 건강보험재정의 법정 준비금인 적립금 10조 원 사용에 대한 사전 국민 의견수렴은 전혀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복지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의료단체와의 의견수렴 회의는 총 11회로 이뤄졌으나 공개 토론회는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점이 12~13일 복지부, 24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국정감사에서 연이어 지적됐으며, '깜깜이 케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한편, 김승희 의원은 문재인 케어를 내용적인 측면에서 정확성 · 적법성 · 이행 가능성 · 안전성 · 법적안정성으로 구분해 평가할 필요가 있으며, 이 부분에 있어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정확성
정부는 최대 3.2%의 보험료율 인상률이면 소요 재정을 충당할 수 있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4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국정감사에서 문 케어 재원대책을 묻는 김승희 의원의 질의에, 성상철 이사장은 정부의 주장과는 반대로 "3.2% 인상으로는 재원조달이 부족하다."고 소신 있게 답변해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 적법성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제38조 제1항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해당연도 보험급여에 든 비용의 5% 이상에 상당하는 금액을 그 연도에 든 비용의 50%에 이를 때까지 준비금으로 적립하도록 하고, 제2항에 따라 해당 준비금은 부족한 보험급여 비용에 충당하거나 지출할 현금이 부족할 경우에만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의 취지는 보험료로 재원을 충당하되, 남은 잉여금의 5%를 최대 50%까지 적립하도록 하고, 혹시 불가피하게 재원이 부족한 경우 법정준비금으로 사용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규정에도, 정부는 문재인 케어를 위해 이 법정준비금 중 10조 원을 사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상훈 의원(자유한국당, 대구 서구)은 "건강보험 저금통을 깨서 우선 쓰고 보자는 것이냐"고 이를 지적했다.
◆ 이행 가능성
문재인 케어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기간인 2022년까지 3,800개 비급여 항목의 전면 급여화를 핵심 골자로 한다.
그런데 과거 672개의 비급여 항목이 급여로 전환되기까지 3년 5개월이 걸린 것을 고려하면, 3,800개 비급여 항목이 급여화되기까지 약 2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뿐만 아니라, 세부 전공별 비급여 항목에 대한 논의과정까지 정상 과정이라고 가정한다면 문재인 케어는 이행 가능성이 낮다고 볼 수 있다.
◆ 안전성
2007년 신의료기술평가제도 도입 이전, 안전성 · 유효성이 평가되지 않은 410개의 비급여가 존재한다.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신의료기술을 당장 예비 급여화'하고, '건강보험재정을 투입하자'는 내용의 타당성은 논의가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
김승희 의원은 23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국정감사에서 "이번 문 케어에서 800여 개 의료행위 비급여를 예비 급여화함에 있어 신의료기술평가 도입 이전 등재된 410개의 비급여를 예비급여로 간주할 경우,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되지 않은 기술을 급여화한다는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법적안정성
문재인 케어를 시행하면서 소요되는 재정을 충당하는 데 법적안정성이 확보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애초 정부는 보험료 인상률을 최대 3.2%로 예상했지만, 현행 건강보험법 제73조는 보험료율을 최대 8%로 규정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 보험료인상 추계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25년에 국민건강보험법 한계 보험료인 8%대가 무너지게 된다. 즉, 차기 정부의 건강보험법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이미, 김승희 의원은 "문재인 케어는 차기 정부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을 강제하고 있다."며, "문 케어 시행에 앞서, 사회적 합의가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 지속가능성
문재인 케어의 가장 큰 문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추계자료에 따르면, 차기 정부 임기 동안 추가로 소요되는 52조 5,000억 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3.2% 이상으로 급격히 인상하거나,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70% 국민건강보험 보장율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김승희 의원은 문재인 케어를 "다음 정부는 '나 몰라라 하는 정책'"이라 지적했다.
◆ 향후 일정
이러한 문제들이 이번 국정감사 동안 지적되었음에도, 보건복지부는 비급여 의료항목이 '언제', '어떠한 일정'으로, '무엇부터' 급여화될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복지부는 "문재인 케어와 관련된 일정은 11월 이후에 답변하겠다."고 회신했다. 복지부의 '국정감사만 피하면 된다'는 태도는 참작의 여지가 없다.
김승희 의원은 '문재인 케어 국감 스코어보드'의 내용 및 이유를 공개하면서 "문재인 케어가 취지에 동감하고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실패할 경우 건강보험 준비금마저 소진되고, 국민이 보험료 인상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문재인 케어가 미래 세대 부담으로 실패한 정책이 되지 않도록, 재원확충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이해당사자인 의료공급자와 소통을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