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중소병원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성과연동총액연봉제 도입을 앞두고 병원장 및 이사장 등 중소병원 경영진과 봉직의들 사이에 입장차가 너무 커 이에 대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병원 경영진들은 이번 성과연동총액연봉제를 계기로 봉직의들의 임금을 낮추는 전환점으로 삼고자 하는 반면, 봉직의들 사이에서는 악덕 병원장에 대한 블랙리스트까지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오히려 제도 도입이 봉직의와 병원장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게 하는 발화점으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현재 전공의와 연대해 추진되고 있는 봉직의 노조설립이 성과연동총액연봉제 연구 발표와 함께 본격화됐다는 점에서 무게가 실리고 있다.
봉직의 임금체계에 대한 중소병원 경영진들의 이 같은 관념은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여과없이 드러났다.
성과연동총액연봉제에 대한 설명회와 겸해 열린 이번 이사회에 참석한 병원장들은 성과연동총액연봉제와는 별도로 봉직의에 대한 기준봉급 상한선 마련에 대한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하고, 경영상 도움이 된다면 반대가 있더라도 강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날 참석한 한 병원장은 “이번 연구에서 봉직의에 대한 기준봉급을 마련하는 연구도 병행돼 진료과별 봉직의 임금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있는 상태”라며 “하지만 현행 법규상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될 가능성이 있어 다른 병원들에 권고안으로 내놓을 수는 없다”고 말해 향후 대대적인 봉직의 임금조정 가능성을 암시했다.
또 다른 병원장은 “시범적으로 성과연동총액연봉제를 시행하기 위해 반대하는 의사들 대부분을 해고해야 했지만 15일 이상 의사를 못 구한 적이 없을 정도로 널린 것이 의사”라며 “봉직의들이 총액제에 반대하더라도 강하게 밀어부치면 결국 다른 병원에 가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회의에 참석한 여러 병원장들에게 “유능한 의사 구하려고 애쓸 필요 없다”고 조언하고 “유능한 의사가 매출을 많이 올리는 것이 아니라 매출을 많이 올리는 의사가 유능한 의사”라며 경영상 의사의 실력보다는 매출이 우선시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심지어 한 병원장은 성과연동총액연봉제 전환시 필수적인 초기 투자비용 부담에 대해 설명하면서 “지난 해 진료과장에게 돌아가야 할 환급분을 지난 해에는 ‘쓱싹’했다”는 폭탄발언을 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한편 봉직의들 사이에서는 성과연동총액연봉제에 대한 반발심리와 함께 내부적으로 소위 ‘악덕 병원장’에 대한 리스트가 비공식적으로 작성돼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들 블랙리스트의 대부분은 병협 업무에 관여하고 있는 병원장들인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봉직의는 “봉직의들은 봉직의대로 임금체계에 대한 분석을 하고있다”며 “이미 봉직의들 사이에서는 악명높은 병원 및 병원장에 대한 블랙리스트가 돌고 있다”고 밝혔다.
업무적 압박이 과중하고 임금이 낮으며, 근로조건 및 무단해고 등으로 인한 의사인력의 변동이 심한 병원들이 블랙리스트에 해당한다 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이 봉직의는 또 “이들 병원장들 중에 병협의 중책에 있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하고 “때문에 이번 총액연봉제에 대해서도 더욱 신뢰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봉직의는 “블랙리스트에 있는 병원들의 경우 악평이 자자하다”며 “병원을 옮길 때에도 이들 병원은 피하는 것이 상례처럼 돼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리스트에 있는 A 병원장으로부터는 자신들의 병원이 언급돼 있는 데 대해 고소하겠다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당초 적정 연봉 표준모델 개발과 현행 병원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목표아래 병원과 봉직의의 상생 방안으로 고안된 성과연동총액연봉제가 도입 전부터 상호 불신에 대한 빌미로 작용하고 있어 첨예한 갈등이 우려되고 있다.
류장훈 기자(ppvge@medifonews.com)
2006-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