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외과학회가 외과계의 열악한 현실을 토로하며 외과 전공의 수련과정을 3년으로 축소하고,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를 두는 새로운 시스템 도입을 강조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2019년부터 새로운 정원 정책이 시작되며, ▲진료수요와 전문의 1인당 진료공급량에 기반을 둬 계속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대한외과학회 추계학술대회가 그랜드 힐튼 서울 호텔에서 2일부터 개최된 가운데, 같은 장소에서 3일 낮 12시 50분부터 '전공의 근무시간 상한제와 수련환경의 변화' 주제로 정책 세션이 진행됐다.
이날 세션에서는 ▲대한외과학회 이길연 수련교육위원장(경희대)의 '변화하는 수련환경에 따른 외과의 대응', ▲박대준 임상강사(삼성서울병원)의 '전임의 수련환경의 개선방향', ▲권오철 전공의(군의관)의 '전공의가 본 바람직한 수련제도', ▲대한외과학회 이우용 기획위원장(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의 '새로운 모색, 외과계입원전담의',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권근용 사무관의 '외과계 수련정책의 전망 및 개선' 발표가 각각 진행됐다.
◆ 이길연 수련교육위원장, "교육은 외과의사의 사명"
먼저 대한외과학회 이길연 수련교육위원장(경희대)의 '변화하는 수련환경에 따른 외과의 대응' 발표가 이뤄졌다.
이길연 수련교육위원장은 외과 전공의 근무시간은 주당 125.1시간으로 대부분 휴일도 없이 하루 19시간 노동하는 데 반해 교육시간은 주당 10시간 미만으로 부족한 수준임을 서두에서 언급했다.
미국 수련의교육신임위원회(ACGME) 레지던트 근무시간 제한 규정을 살펴보면, 모든 전공의는 주당 80시간의 근무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연속으로 24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모든 근무시간 사이에는 10시간의 휴식이 주어져야 하며, 당직은 3일에 한 번을 초과할 수 없다. 그리고 7일에 한 번씩은 모든 연락 · 업무로부터 완벽히 자유로운 24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80시간 제한의 의미는 아침 7시에 출근해 오후 5시 퇴근하고, 평일 한번 · 주말 한번 당직이 있으며, 평일 한번 · 주말 한번 휴일을 준다는 뜻이다.

특히 이길연 수련교육위원장은 "전공의는 값싼 노동력이 아닌 미래의 유능한 외과의사"라고 말했다.
이길연 수련교육위원장은 "문제는 진료 공백이다. 근무시간제한 후 환자안전을 위한 대책으로 업무에 대한 역할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대부분 병원은 단순히 전공의를 재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관리 시스템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라면서, 새로운 시스템이란 외과 전공의 수련과정을 3년으로 축소하고,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를 두는 것임을 설명했다.
수련 환경 개선으로는 전공의 근무시간을 주당 80시간으로 제한하고, 업무효율화를 통해 진료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진료지원 · 보조인력 양성 및 제도화가 필요하며, 전공의 정원이 점진적으로 축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수련 체계 개선 방안으로는 인턴제도의 폐지, 일반외과 전문의의 부활, 분과전문의 실시 등이 있으며, 학회 자율권의 보장도 필요함을 주장했다.
이길연 수련교육위원장은 현재 병·의원급 외과수술의 80%가 분과전문의가 하지 않아도 되는 저난도 수술임을 지적하며 이는 3년 교육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또한, 상급종합병원에 고난도 수술이 집중되고 있으므로 분과전문의제도(3년 후 2년 전임의 과정)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전공의 근무시간 제한으로 진료공백이 생기는 문제는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가 환자를 관리함으로써 오히려 환자안전과 만족도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즉, 외과 전공의 수련과정 개편은 수요 중심, 역량 중심, 환자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요약했다.
현재 수련환경 변화로 전공의 자율평가, 이러닝, 책임전도전문의, 외과전공의 수련교육 통합관리시스템, 연차별 전공의 교육 개편 등이 도입 · 진행되고 있다.
이길연 수련교육위원장은 "교육은 외과의사의 사명이다. 젊은 의학도에게 외과학을 공부하도록 하고, 그들의 에너지와 삶을 외과학 발전을 위해 바치도록 인도하는 훌륭한 외과의사를 양성하는 데 목표가 있다."고 강조하며,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외과학회는 아주 오래전부터 잘 대응해왔고, 교육이 외과의사의 사명임을 유지한다면 어떠한 변화가 와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박대준 임상강사, "전임의 하는 이유? 주변에서 다들 하니까..."
이길연 수련교육위원장 발표에 이어 박대준 임상강사(삼성서울병원)가 '전임의 수련환경의 개선방향' 주제로 발표를 이어나갔다.

일반적으로 전임의 수련과정에서는 세부분야의 수술 술기를 습득하고, 논문 작성과 연구활동을 하며, 외래·병동·응급실 등에서 진료를 맡는다. 또한, 인력 부족 시에 충원되기도 한다. 그러나 박대준 교수와 같은 병원에서 과정을 밟은 동기들은 전임의는 '교수가 되기 위해 수련하는 과정', '봉직의 활동 시 더 나은 처우 및 급여를 위해 밟는 과정', '전공의가 끝나고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를 때 주변에서 다들 하니까 따라 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박대준 임상강사가 분석한 수련환경에 대한 전임의들의 인식을 살펴보면, 전임의 수련의 동기로는 세부전문 분야에 대한 탐구, 대학교수가 되기 위한 과정, 취직을 위한 과정, 레지던트 기간에 배우지 못한 것에 대한 갈구 등이 있다. 전임의 제도의 문제점은 수련 이후 진로의 불확실성, 급여의 부족, 전공의와의 업무 부담의 불명확성 등이 있다.
전임의 과정을 밟는 11명의 인원을 대상으로 박대준 교수가 진행한 삼성서울병원 외과 전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52.6%는 수련 후 진로 계획이 불확실하다고 답했다. 또한, 조사에 따르면 연차와 진료시간이 높을수록 교육과정과 교육환경에 대한 만족도는 감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임의 제도의 발전과제로 44.4%가 급여 · 당직 · 연구기회 등 전임의 처우 및 환경 개선을 꼽았고, 전임의 수련 교육과정 개발이 33.2%, 전공의와의 역할 구분이 18.1%, 전임의 수련제도 개선이 12.1%로 나타났다.
박대준 임상강사는 전임의 수련환경의 개선방향으로, '명확한 진로 제시', '수련목표의 제공', '교육 및 연구활동에 대한 시간 투자', '진료 시간에 대한 부담 해소', '병원 간 편차 개선' 등을 들면서, "모든 전임의가 대학교수로 남을 수 없다. 봉직의 · 개원의를 위한 트레이닝 시스템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 권오철 전공의, "전공의들은 슈퍼맨이 아니다."
권오철 전공의(군의관)는 '전공의가 본 바람직한 수련제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권오철 전공의는 "환자들은 교수가 하는 진료를 선호한다. 요즘 언론에서 수술의사를 바꿔치기한다, 교수에게 수술을 받기로 했는데 전공의가 한다, 사기당했다 등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들을 보도한다. 대학 병원에서는 입김에 밀려 수입만을 추구하고 교육을 포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육을 포기하는 대학병원은 자리 자체를 내놔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병원이 아닌 상업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전공의를 교육하는 것은 마치 사치품과도 같은 것이다. 교육은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병원의 격이 올라간다. 그러한 명품을 구입하려면 값을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권오철 전공의는 120시간씩 일하는 전공의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언급하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에 대해 긍정적인 의사를 비쳤다.
수술 교육에서는 "어깨너머로 배우는 식이 아니라 슈퍼비전 하에 일정을 여러 가지 부분으로 쪼개서 분할하고, 분할된 것들을 모아서 종합하는 식으로 가르치는 시스템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근무시간을 80시간으로 줄여버리면, 당직실 인원이 줄어들게 되는데 환자 수는 줄어들지 않아서 부작용이 늘어남을 지적했다. 심한 경우 연차와 관계없이 전공의 1인당 환자 200명까지 맡는 병원도 존재한다. 이에 권오철 전공의는 1인당 입원환자 수를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저수가임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교육재정 문제를 언급했다. 권오철 전공의는 "전공의 교육하는 교수님들은 대가를 받지 못한다. 교육하는 데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수님들은 교육 대가 받지 못하고 전공의들은 고노동에 낮은 임금 받고 있다. 지금 구조는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이다."라고 말하며 이러한 불공평한 구조를 바꿔야 함을 강조했다.
◆ 이우용 기획위원장, "저녁 있는 삶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대한외과학회 이우용 기획위원장(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이 '새로운 모색, 외과계입원전담의' 주제로 발표를 이어나갔다.
이우용 기획위원장은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도입 배경을 전공의 정원 감축과 지원 감소, 환자 안전 관리 부실화, 입원 환자 진료 공백 초래, 전공의 특별법 시행 시 근무시간 축소, 전공의 업무량 증가 등으로 소개했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도입 목적으로는 호스피탈리스트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전공의 미래영역 확장,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진료의 질 향상 · 환자 안전 관리, 이환율 · 사망률 감소 등 왜곡된 진료시스템의 선순환 구조가 확립된다는 점을 언급했다. 즉, 재원기간 단축으로 입원 진료비가 감소하며 결과적으로 의료비가 감소한다.

외과학회의 목표는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확립으로 환자 안전관리 강화, 왜곡된 전공의 수련교육 정상화, PA 등 비합법적 인력 운영 지양, 외과 新영역 창출 등이며,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 안전 관리임을 강조했다.
한편, 2012년도에 전공의 정원감소정책 등으로 인한 입원환자 관리체계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돼 2015년도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이 시행됐으며, 입원환자관리를 위한 전문의 양성 목적으로 2016년 32개 병동에서 시범사업이 이뤄졌다.
이렇게 도입되는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는 수술의 필요성을 판단하고, 수술 · 외상 전후 위기를 판단 · 관리한다. 또한, 수술 전, 수술 시기 및 부위 결정, 마취 방법 결정, 수술 전 환자 위험도 산정 및 최선의 결과 유도 , 수술 직후 관리 등을 맡는다.
이우용 기획위원장은 입원전담전문의가 단순한 병실당직의가 아닌 '병원관리의사'임을 강조했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장점으로는 수술이라는 영역을 분리하는 대신, 외과의사가 할 수 있는 역량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외과병동관리, 외과감염관리, 수술 후 환자관리의 체계화 · 질 향상 등이다.
단점으로는 입원전담전문의는 5년 차 전공의임에도 불구하고 담당교수는 입원전담전문의를 '나의 지시대로 환자를 봐주는 사람'이라 여기고, 전공의는 '나의 일을 대신해 주는 사람' 혹은 '나에게 일을 시키는 또 다른 윗사람'이라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입원전담전문의 역할이 아직 정립되지 않아 발생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우용 기획위원장은 "외과의사의 전문영역은 넓다. 수술을 중심으로 수술 전후 관리, 외과환자에서 비수술적 치료, 외래 등을 포함한다. 환자의 안전관리가 강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 모든 것을 외과의사 한 명이 진행할 수 없으므로, 협업과 분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외과의사 영역은 수술 전 관리-수술-수술 후 관리를 포함하는 것이지만, 현실에서는 부족한 자원, 부족한 인력, 미비한 의료체계 등으로 수술에만 주력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안으로 수술하는 외과의사와 입원전담전문의의 협업이 필요하다. 수술에 대한 이해가 충분해야 병동관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우용 기획위원장은 "미국에서는 입원전담전문의의 연봉이 가장 높다. 의사로서 인정받고 존경받으며 삶의 질이 높다."고 언급했다. 또한, "저녁이 있는 삶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즐기고 있다. 언제까지 24시간 풀로 대기하고 저셀러리로 어디까지 커버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권근용 사무관, '외과계 수련정책 전망 및 개선'
마지막으로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권근용 사무관이 '외과계 수련정책의 전망 및 개선'에 대해 발표했다.

권근용 사무관은 "의료법과 별도로 전공의법이 제정·시행되고 있다. 전공의는 일하는 후배 의사에서 미래를 위한 수련 의사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환자 안전과 미래 우수의료수준의 열쇠는 '전공의의 삶의 질'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법 제7조(수련시간 등)에 따르면, 수련병원등의 장은 전공의에게 4주의 기간을 평균하여 1주일에 80시간을 초과하여 수련하게 해서는 안 된다. 다만, 교육적 목적을 위하여 1주일에 8시간 연장할 수 있다. 수련병원등의 장은 전공의에게 연속하여 36시간을 초과하여 수련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응급상황이 발생한 경우에는 연속하여 40시간까지 수련하도록 할 수 있다. 수련병원등의 장은 전공의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연속수련 후 최소 10시간의 휴식시간을 주어야 한다. 이는 다음 달 23일부터 시행된다.
또한, 전공의법 시행령 제1조의2(연속수련 등)가 입법예고 완료됐다. 내용은 '제1항 '전공의법' 제7조제3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연속수련'이란 수련 중 휴게시간을 포함해 최소 16시간 이상 수련한 경우를 말한다. 제2호 수련병원 등의 장은 전공의가 제1항에 따른 연속수련 시간 이하로 수련했더라도 법 제7조제3항에 따른 휴식시간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이다.
외과계 수련정책의 과제로는 전공의 충원, 수련시간 및 폭행 문제, 다양하고 안정적인 진로, 수술료 가산, 수술 처치분야 상대가치점수 등의 수가 문제 등을 언급했다.
권근용 사무관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796명이 감축됐다. 전공의 정원이 단계별 감축된 것이다. 이로 인해 기피과목 전공의 충원율이 증가하고 수도권 쏠림 현상이 완화됐다. 2019년부터 새로운 정원 정책이 시작된다. 진료수요와 전문의 1인당 진료공급량에 기반을 둬 계속 연구 중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전공의 지원으로 해외 단기(1개월 이내) 수련비용이 1인당 500만 원 이내로 지원된다.
한편, 권근용 사무관은 "입원전담전문의를 두어 외과계 전공의 인력 문제를 해소하고 다양한 진로를 모색할 수 있다. 즉, 외과 진료인력 활용의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작년부터 시행돼 현재 15개 병원에서 52명의 전문의가 참여하고 있다. 또한 시범수가(입원환자 전담전문의진료료)가 도입돼 2017년 9월 기준으로 약 40%가 인상됐다."고 말했다.
끝으로, "외과 수련과정 단축도 검토 중"이라면서 외과학회가 '현 수련체계가 대학병원급 세부 전문가 양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실제 외과 세부 전문의의 80% 이상은 일차의료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지적했으며, '수련과정의 효율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권근용 사무관은 "지금도 이러한 문제점들이 다 해결되지 않았지만, 전공의 특별법 중심으로 수가, 교과과정 개편 등을 보완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