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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과태료 아닌, 의사면허 '박탈' 필요하다

전공의, 폭행당해도 이동수련 시 받아주는 병원 없다

전공의 폭행 문제가 연거푸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음에도, 재발방지는커녕 피해자 보호를 위한 실질적 방안은 여전히 부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8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열린 '전공의 폭행 근절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 토론회'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 안치현 회장이 '수련병원 내 전공의 폭행실태 및 재발방지 대책' 주제의 발제에서 이처럼 지적했다.



최근 한양대병원 · 강남세브란스병원 · 부산대병원 전공의 폭행 사건 등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전공의 폭행 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의료정책연구소에서 시행한 2017년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언어폭력 71.2%, 신체폭력 20.3%, 성희롱 28.7%, 성추행 10.2%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성희롱은 48.5%, 성추행은 16.3%로 조사됐다. 더 큰 문제는 수련환경 과정에서 문제 발생 시 대처 방법으로 '가만히 있는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26%에 달한다는 것이다. 

전공의 대상 폭력들의 특징은 병원 · 학회 차원에서의 전공의 회유 및 압박으로 피해자가 숨고, 직간접적 보복이 뒤따르며 가해자들은 큰 처벌을 받지 않고 병원 현장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안 회장은 전공의 대상 폭력이 해결되지 않는 이유로 ▲처리규정이 미비하며, 의무가 없다는 점, ▲부적절한 과태료와 정원감축, ▲지도전문의, ▲가해자 · 피해자 분리, ▲불가능한 이동수련 등을 꼽았다.

안 회장은 "처리규정이 미비하고 의무가 부여되지 않는다. 심지어 신고자가 원하는 처벌을 물어보는 피해신고서류가 존재하는 등 전공의가 피해 사실을 신고할 수 없는 구조로 돼 있다. 폭력문제가 발생해도 병원장에게 부과하는 과태료는 500만 원 이내로 국한돼 있다. 폭력을 행사한 지도전문의는 처벌이 끝나고 복귀하며, 자격이 계속 유지된다. 이 때문에 전공의들은 취직, 교수, 논문 등 직간접적 보복과 협박에 시달리며 추가적 피해자가 양산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피해자는 가해자를 보조하러 진료실 · 수술실에 들어간다. 피해자 · 가해자 분리가 안 되고 있다. 이동수련은 절차가 시작될 수 없는 구조로, 만일 절차가 시작되더라도 이동대상 병원을 찾을 수 없고, 최후의 수단조차 사용할 수 없어 전공의들은 결국 수련을 포기하게 된다."라면서, "결국 배우고 취직하려면 폭력 · 성폭력을 견디며 알아서 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남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안 회장은 해결 방안으로 ▲처리규정에서 개발 · 의무 부과, ▲피해 전공의가 수련을 마칠 수 있도록 수련기관에 의무 부과, ▲이동수련 제도 개선, ▲교육에 대한 책임 축 이동 유도 등을 제안했다.

처리규정 개발 및 의무 부과와 관련해 모든 수련병원에서 적용 가능한 처리규정 개발, 신속하게 처리되기 위한 처리 시일 상한 규정 포함, 각 수련 병원의 책임 부서 설정, 피해자 · 가해자 분리 사항 포함, 가해자의 지도전문의 자격 박탈 등이 제시됐고, 이동수련 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승인으로 절차 개시, 외부에서 병원 선정에 관여할 수 없는 체계로의 전환 등이 제시됐다. 



이어서 안 회장은 법령 개정을 제안했다. 

전공의법 제2조에 책임지도전문의 개념을 추가로 규정해 전공의 교육을 체계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과 지도전문의 자격 박탈에 대한 근거를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전공의법 제3조에는 '행정적 ·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가 아닌 '해야 한다'로 변경하여 책임지도전문의-지도전문의 체계를 구성해 이를 지원할 것과 더 근본적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 마련을 주문했다.

전공의법 제15조에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성범죄, 폭행, 폭언 등의 사유에 대해 심의하고, 수련 중인 전공의가 해당 수련병원 등에서 수련을 계속하기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라 이동수련 조치가 마련될 것을 주문했다.

안 회장은 "현재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전공의를 단 2명만 포함하고 있어, 병원 운영에 어떤 것이 필요한지 관철하는 구조로 돼 있다. 전공의와 병원급 전문의, 제3전문가단체 비율이 1:1:1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는 대한의사협회 조경환 홍보이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나영명 정책실장,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권근용 사무관, 교육부 김현주 대학정책과장 등이 참석했다.



대한의사협회 조경환 홍보이사는 "의협에서는 전공의 등 젊은 의사에 대한 폭력에 대응해 의료인폭력피해신고센터를 10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지난 16일 개소한 세종사무소에서 세종행정팀이 센터 실무를 맡게 되며, 교육/정책, 피해상담, 법률상담, 언론/홍보 등의 자문단이 구성돼 있다. 신고는 익명을 전제로 하고, 전화번호는 1899-2467번이다. 번호는 변경 예정이나 없애지 않고 두 개를 함께 쓰려 한다."라면서, "폭력 피해를 본 전공의들은 막상 전화를 걸어도 얘기를 잘 안 하려 한다. 한참 있다가 폭력신고를 하고 싶다고 얘기한다. 자기 이름도 말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조 이사는 "센터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법률상담과 형사고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사건 발생 해당 의료기관과의 협조로 사실조사 · 재발방지를 촉구하며, 폭행당한 의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손이 자주 올라가고 말이 거친 잠재적 가해자들이다. 의협에서는 잠재적 가해자들 대상 윤리 교육 시행과 관련한 정책안을 낼 예정이다."라면서, "지도전문의 제도가 이상하게 운영되고 있다. 전공의들은 지도전문의에게 찍힐 경우 논문을 대신 써야 한다. 이 논문들을 가지고 지도전문의는 연구비를 받는다. 가해자인 지도전문의는 법적으로 환자 수술, 연구에 참여하지 못하게 해야 하고, 혼자 진료 · 수술하게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나영명 정책실장은 "올해 보건의료노조가 시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피해 경험은 폭언 48.7%, 폭행 8.5%, 성폭력 8%로 나타났다. 간호사의 경우 폭언은 60%에 이르렀다. 가해 대상자는 상급자, 의사, 동료, 환자, 보호자 등이며, 제일 심각한 것은 병원 내 자정 노력으로는 해결이 전혀 안 된다는 점이다."라면서, "보건의료노조에서는 의료기관 내 폭력 근절을 위한 매뉴얼을 2016년 노사합의로 만들었다. 매뉴얼은 폭력의 정의, 예방 조치, 대응 조치, 사후 조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매뉴얼 내용대로 이행되면 문제 대부분은 해결된다. 매뉴얼이 정확히 지켜지는 게 모두의 과제이다."라고 했다.

나 실장은 "현장신고운동은 2015년부터 전개됐다. 그런데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피해자들이 현장신고운동 서식 작성을 굉장히 꺼린다."라고 했고, "2014년 간호사 사망사건을 계기로 직장 내 폭력 문제를 공론화하기 시작했고, 이에 2015년 3대 존중협약서를 만들었다. 또한, 노사 공동으로 지난 3월부터 폭력방지위원회를 구성해 전 직원 대상 직장 내 폭언 · 폭력 금지 등을 위한 전 직원 인권교육, 병원 내 폭력에 대한 설문조사, 외부상담소 선정, 응급벨 설치, 환자응대 부서에 환자응대 매뉴얼 제작 및 배포, 직장 내 폭언 · 성희롱 · 폭력 예방과 처리에 관한 규정 제정, 병원 내 폭력 방지를 위한 캠페인 행사 등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했다.

나 실장은 "지난해 5월 경상대병원 교수 폭행 · 성추행 사건 때 교수는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고, 징계 처분이 끝난 지 4개월도 지나지 않아서 승진 발령이 났다. 병원 규정에는 정직 처분을 받은 경우 집행이 끝난 날로부터 4년간 승진 임용이 제한된다고 나와 있다. 또 교육공무원임용령 제16조에서는 정직 처분을 받은 경우 집행이 끝난 날부터 18개월이 지나지 않으면 승진 임용이 제한된다고 돼 있다. 그런데 교수는 교육부 소속 공무원이어서 병원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라고 비판했다.

끝으로 나 실장은 "병원에 만연한 폭력 · 갑질 문화의 환경적 요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의료기관 간의 치열한 경쟁 및 의료전달체계 붕괴, 환자의 건강 · 생명을 돌보는 업무특성에 따른 인력집약산업, 24시간 교대근무제 노동, 고도 감정노동 수행, 도제식 교육, 수직적 조직문화 등을 개선해야 한다."라면서, 대안으로 감추지 말고 드러내기, 전담팀 구성, 인력충원 등의 제도 개선 등을 제안했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권근용 사무관은 "정부는 전공의 폭행 문제를 이번 기회에 제대로 근절시키려 하고 있다. 최근 폭행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번지면서 복지부에서는 폭행 및 수련환경에 대한 실태조사를 시행하고 있고, 전공의 폭행과 수련환경평가 부정수검이 적발된 병원에 행정처분을 내린 바 있다."라면서, "복지부 입장에서는 도제식 수련방식으로 인한 폐쇄적 · 강압적 조직문화를 폭행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도제식 수련방식과 관련해 배워야 할 권리, 가르쳐야 할 의무를 체계적으로 명확히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권 사무관은 "현재 전공의 종합계획을 구축하고 있다. 종합계획을 통해 체계적으로 문제를 다뤄 개선하고자 한다."라면서, "또, 현재는 이동수련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구조이다. 이 구조로 결국 가해자에게 도덕적 해이가 발생해 폭력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 병원 내뿐만 아니라 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의협 의료인폭력피해신고센터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피해자가 도움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피해자가 원하는 병원으로 이동수련이 가능하게 하는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라고 했다.

권 사무관은 "문제의 또 다른 원인은 미비한 정부의 법적 제재 수단이다. 현 의료법에서는 의료인의 진료 관련 부정행위를 처벌하고 있을 뿐이고, 진료영역 밖의 직무상 비인권적 행위에 대해서는 별도 제재 및 처벌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폭행을 인지했을 때 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보고하고 관련 사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라면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가해자에게 내부적인 징계 처분이 이어져야 한다. 피해 전공의가 병원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고, 원할 시에 수련병원을 변경할 수 있게 이동수련 승인 주체를 병원장에서 수련환경평가위원회로 개정해야 한다."라고 했다.

권 사무관은 "법률 개정 외에도 정부가 수련병원의 적절성을 평가해서 과태료뿐만 아니라 병원에 실질적이고 재정적인 불이익을 줘야 한다. 전공의 폭행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을 경우 환자 안전과 연결해 의료 질 평가 지원금을 삭감하고 상급종합병원 지정 시 감점 등이 이뤄져야 한다."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가 집단 내부에서의 자정 노력이다. 현재 의사단체 내 자율규제 시범사업인 '전문가 평가제'의 조사 대상에서 현행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직무 연관 폭행(성폭력 포함)'을 추가해 운영할 방침이다."라고 했다.

끝으로 "복지부는 향후 전공의 수련이 도제식이 아닌, 공적이고 안전하며 제대로 된 배움이 있는 공간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교육부 김현주 대학정책과장은 "교육부총리는 전공의 폭행 등의 문제와 관련해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보건복지부에 상황보고를 요청했다. 이후 사회관계 장관회의에서 보건복지부는 관련 현황과 향후 대처방안에 대해 안건을 상정해 논의했다. 동시에 교육부 차원에서는 전공의 폭행 등과 관련한 엄정대처 및 병원 조치사항을 안내한 바 있다.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실제 성추행, 폭행 등에 연루된 교수들은 최근 파면 등 중징계 조치를 받고 있으며, 병원 내에서 판단이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형사 고발 조치 등의 결과에 따라 징계를 검토하는 등의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했다.

김 과장은 "향후에는 국립대병원 경영평가에도 반영하고, 적절한 징계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실태조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매년 약 500억 원 내외 규모로 편성되는 국립대병원 예산 지원과도 연계함으로써 불이익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한, "서울대학교병원은 병원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와 관련하여 예방 ·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인권의식을 개선하기 위해 병원 내 인권센터 운영을 지난 9월 시작했다. 이 센터에서는 권익을 침해하는 일체의 행위 등을 대상으로 해 상담 · 조언은 물론 정신건강상담에서 법률상담, 구제조치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업무로 삼고 있다. 또한,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상담 및 신고를 접수하고 있다."라면서, "서울대병원 인권센터가 향후 병원 전공의뿐만 아니라 병원에 종사하는 많은 분의 근무환경과 인권의식 향상, 문제해결에 기여하는 모델로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다른 병원에서도 이러한 내부적인 지원체제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전북대병원 정형외과 폭행 피해자가 참석해 피해 사실을 호소했다. 

피해자는 "재발방지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의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의사면허 정지와 박탈이다. 폭행이 인정되면 의사면허를 따도 취소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중징계가 이뤄지지 않으면 재발방지는 불가능하다."라고 주장하고, "이동수련의 경우 피해자가 선택하고 해당 병원이 받아줄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권 사무관은 "전공의 수련이 중단됐을 경우 완전 초기화되지 않고 이어질 수 있게 하는 상급년차과정을 내년에 시행한다. 피해자들이 최대한 외면당하지 않게 병원에 가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의협 조 홍보이사는 "지금 전공의 폭력 피해들은 회복을 못 하는 피해이다. 의료법 위반이 있어야 의사 면허가 정지되고, 폭력 행위는 형벌로 들어간다. 이렇게 트랙이 나뉘어 있기 때문에 해결책에 관해 고민을 해봐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