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중심, 소통 · 연계와 통합, 4차 산업혁명이 미래 응급의료의 의제로 제기됐다.
지난 19일 오후 1시 LW 컨벤션홀 크리스탈홀에서 개최된 '초일류 안전 대한민국을 위한 응급의료 중장기 정책 개발' 공청회에서 전남대학교병원 허탁 교수가 '미래 응급의료의 아젠다' 주제로 발제했다.
허 교수는 "카레이싱에서는 경주 중 정비구역에 들러 타이어를 교체하는 '피트 스톱(PIT STOP)' 과정이 있다. 교체 작업에서 스텝들의 역할분담이 이뤄지는데, 각자 맡은 일을 빠르게 처리해 경주차를 다시 트랙으로 보낸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응급실은 피트 스톱화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대외적인 현안은 국민 기본권 강화에 따른 환자중심 의료,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사회 환경 변화, 문재인 케어, 신포괄수가제, 총령심사제 등 보험제도의 변화, 응급의료의 공공기능 강화, 4차 산업혁명, 다양한 형태의 재난 출현 등이 있다.
이 중 허 교수는 지방행정제도 변화를 초래하는 지방분권, 4차 산업혁명이 우리나라 응급의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응급의료의 주요 현안은 응급의료 자원의 불균형, 병원 전 단계 및 병원 단계에서의 응급의료 문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자율 역량 및 관리 문제 등이 있다. 허 교수는 "지역 간, 계층 간, 응급실 과밀화, 중소병원의 소외 등 불균형은 심각한 문제이다. 또, 병원 전 단계와 병원 단계가 유기적 연결이 안 되고 있다. 여기서 적절한 병원 선정 · 이송 문제가 발생한다. 병원 단계에서는 병원 간 소통 · 연계 문제로 전원이 유발되고, 병원 내 의료진 간 연계가 부족한 탓에 대형 의료 사고들이 발생한다."라면서, "그동안은 국가 중심의 획일적 응급의료 시스템이었다면, 이제는 지역별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자율 역량 ·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허 교수는 미래 응급의료 의제를 ▲환자중심, ▲소통 · 연계와 통합, ▲4차 산업혁명 등 세 가지로 정리했다.
허 교수는 "환자중심 의료는 환자안전, 환자편의, 환자참여 로 이뤄져야 한다. 환자에게 충분한 정보와 교육을 제공해야 하고, 신체적 · 정신적으로 지지해서 환자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또, 치료 과정에서 가족 · 친구가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등 치료 연속성 및 치료 접근 편의를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소통 · 연계와 통합과 관련해서는 "과거에 응급실은 응급환자를 처리하는 병원의 한 부분으로서 생각돼왔다. 그런데 응급의료기관은 병원 그 자체로 생각돼야 한다. 현재 분절화되어 있는 중앙수술실, 권역외상센터, 내과, 심혈관센터, 중환자실, 응급의료센터 등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 · 통합돼야 적절한 의료가 제공될 수 있다. 또, 보건복지부, 소방방재청, 중앙응급의료센터, 행정안전부 등 중앙정부의 재난과 관련한 여러 기관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라면서, "향후 지방정부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기능적인 지역 의료기관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지역사회에 있는 다양한 응급의료기관을 유기적으로 연결함으로써 한 환자를 지역 내에서 감당하는 지역연결형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병원, 지역병원, 지역기관, 종합병원, 요양병원 등 역할분담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 허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 빅데이터, AI, IoT 등의 기술로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현재 원격응급의료 서비스 모델 구축, 스마트 의료지도 시범사업, 응급이송관리 스마트 서비스 등이 진행되고 있고, KAIST 이민화 교수가 2016년 발표한 '4차 산업혁명과 O2O 헬스케어'에서는 공간 · 인간 · 시간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O2O(Online to Offline) 병원' 개념이 언급되고 있으며, 딥러닝과 드론 등을 활용해 진단 · 치료가 이뤄지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2015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Deep Shift: Technology Tipping Points and Societal Impact'에 따르면, 오는 2025년에는 의복에 인터넷이 연결될 것이고 그것을 이용한 사람들이 전체 인구의 1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허 교수는 "향후 5년간의 계획뿐만 아니라 먼 장래를 내려다보는 장기적 계획 또한 필요하다."라면서, "Kahlil Gibran이라는 미국의 시인은 '어제는 오늘의 기억이지만 내일은 오늘의 꿈이다'라고 했다. 꿈을 꾸는 게 오늘의 현실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