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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응급의료 거버넌스, 지방정부가 책임져야

중앙정부의 과도한 권력 지적, 지방정부에 재량권 부여해야

선진국의 경우 지방자치 응급의료가 활성화돼 있는데, 우리나라를 포함한 개발도상국들은 여전히 중앙집권적 응급의료체계를 고집하고 있어 갈 길이 아직 멀다는 지적이다.

지난 19일 오후 1시 LW 컨벤션홀 크리스탈홀에서 개최된 '초일류 안전 대한민국을 위한 응급의료 중장기 정책 개발' 공청회 1부에서 서울대학교병원 신상도 교수가 '응급의료 거버넌스와 지방화 전략 구축' 주제로 발제했다.



신상도 교수는 "적정 시간 내에 중증응급환에게 필요한 적정 치료를 제공하는 게 응급의료이다. 즉, 사람, 시간, 지역 등 세 가지가 잘 맞춰지도록 하는 게 원칙이다. 응급의료체계는 고정된 체계가 아닌 지역적 조건을 고려한 시스템으로 구축돼야 한다."라고 운을 띄웠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응급의료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전국 응급실 이용자는 1천만여 명(10,343,985명)이며, 우리나라 응급의학전문의 배출 수는 160명으로 누적 수는 1,415명으로 조사됐다. 응급의료 수요와 공급 능력 향상은 응급의료 관련 거버넌스와 예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 교수는 "응급의료 거버넌스는 환자와 시민사회, 응급의료 단계별 제공자, 국가와 공공부문이 참여해 응급의료체계에 관한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구조를 의미한다."라고 설명하고, 지난 30년 동안 응급의료 거버넌스 변화를 ▲보건복지부 응급의료전담부서(응급의료과) 설치 · 운영, ▲중앙응급의료위원회 설치 · 운영, ▲중앙응급의료센터 설치 · 운영, ▲소방 구급업무의 전담관리체계인 119구급과 구축 및 설치 · 운영, ▲시·도 응급의료위원회 운영 등으로 요약했다.

한편, 2010년 장충첩증 소아 사망, 2015년 서울 메르스 재난, 2016년 전주 중증외상 소아 사망 등 대형 응급의료 사건들이 터지면서 응급의료의 모순이 폭발했고, 권역응급의료센터 과밀화, 소아전담 응급진료체계 부족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면서 이에 개선 방안이 제시됐다. 

신 교수는 "지난해 전주 소아외상환자 사망 사건 때, 응급의료 취약분야에 대한 새로운 거버넌스 체계 구축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중앙정부와 중앙응급의료위원회는 해당 지방정부의 역할과 문제점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토를 수행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하면서, "지역사회 자원과 수요를 조정하고 튜닝하고 맞춰가면서 문제들을 해결하는 응급의료체계로 가야만 대응할 수 있다."라고 지방자치 응급의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 교수는 응급의료 거버넌스는 불변이 아닌 응급의료 요구, 성장, 기술, 성과에 따라 변화한다고 했다.

세계 각국의 응급의료 체계를 살펴보면, 영미식 모델의 경우 응급의료 운영이 민간 혹은 공공, 혼합인 경우가 많고 재정도 민간, 공공에서 확보돼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독불식 모델 대부분은 국가나 공공부문에서 운영하는 체계이며, 예산 역시 공공예산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하는 동아시아 모델은 주로 소방으로 병원 전 응급의료가 운영되고 정부재정에 의해 예산을 확보하고 있으며, 병원 간 이송 서비스 제공 기관은 민간 조직이다.

미국의 응급의료 거버넌스를 살펴보면, 중앙정부 주도로 주정부를 지원 · 운영하던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 종류였는데, 1981년 OBRA(Omnibus Budget Reconciliation Act)가 제정되면서 연방정부가 주정부를 지원하던 모든 사업이 중단됐고, 주정부가 주도하는 응급의료개발로 책임 · 역할이 변화했다. 미국 연방정부는 크게 교통부 산하의 고속도로안전청에서 제공하는 구급단계 업무 및 자격 관리, 보건부에서 관리하는 재난의료 업무, 질병관리본부가 관리하는 손상관리정책 등을 통해 주정부를 지원하고 있고, 지역응급의료는 모두 주정부 거버넌스 하에서 운영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서독은 미국식, 영국식, 프랑스식, 동독은 소련식 응급의료체계를 도입했다. 연방정부는 응급의료에 대한 법률이나 제도를 가지고 있지 않고, 모든 응급의료 거버넌스는 주정부와 지방정부가 책임지게 돼 있다. 

일본의 경우 중앙정부 조직에는 응급의료를 전담하는 조직이 없으며, 현(prefecture) 정부가 응급병원을 지정 · 운영하고 이에 대한 평가 관리 기능을 가지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지방정부 주도의 응급의료는 기본적으로 지방자율법에 근거하고 있고, 이송 및 구급단계 업무는 소방조직법에 의해 현 아래 개별 시군구에서 구현되도록 했다.

지방자치 응급의료체계를 살펴보면, 미국, 덴마크,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지방자치 응급의료가 활성화돼 있어 지역별 관리체계가 잘 돼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개발도상국의 경우 중앙집권적 응급의료체계로, 응급의료에 대한 관리 운영체계가 중앙정부에 과도하게 귀속돼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우리나라 응급의료 거버넌스의 문제점으로 신 교수는 ▲응급의료 관리조직의 역할 경계 모호, ▲중앙정부 거버넌스 과잉, ▲시·도 응급의료 거버넌스 결핍, ▲유명무실한 시·도 응급의료위원회 등을 꼽았다. 

신 교수가 제안한 시·도 지방정부 응급의료 지방자치 강화를 위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다음과 같다.



신 교수는 ▲시 · 도 지방정부 응급의료 시행계획에 대한 중앙정부의 평가 권한이 강화돼야 하고, ▲시군구 지자체별로 응급의료 계획이 수립돼야 하며, ▲시·도 응급의료위원회 역할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응급의료기관 등 평가에서 도지사가 평가를 주도적으로 수행하면서 최종적 공표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 기반으로 할 것과, ▲응급의료기관을 시·도지사가 일차적으로 지정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승인하도록 하며, ▲시군구 지자체 응급의료지원센터를 설치 · 운영할 것을 주문했다.

끝으로 신 교수는 응급의료 기금 운영 방안과 관련해 "응급의료 예산 편성에서 지방정부 응급의료 예산 수요에 기반을 둬 응급의료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또, 응급의료 예산 항목 중 지방자치 응급의료에 상응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미리 예산을 할당해 지방정부가 수립하게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즉, 응급의료 운영에 필요한 재정 확보를 위해 응급의료기금 편성 방향을 중앙정부 편성 후 지방정부 참여 방식에서 '지방정부 사업계획 수립 후 중앙정부 예산 편성 방식'으로 전환하고, 지방자치 응급의료의 골간이 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지방정부가 예산을 편성 · 운영하도록 쿼터제를 적용해 할당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는 대구시 보건건강 백윤자 과장, 서울대 공공보건의료 권용진 단장, 조선일보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등이 참석했고, 참석 예정됐던 보건복지부 응급의료 이선식 사무관이 불참해 응급의료정책연구소 유인술 소장이 대신 참석했다.



대구시 보건건강 백윤자 과장은 "2015년에 대구광역시 응급의료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고, 대구응급의료협력추진단이 지난해 정식 출범했다. 지역 실정에 맞는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다섯 개 분과를 만들고, 분과별로 책임 교수님을 정한 후 각각의 사업을 운용 중이다. 이미 분과에서 54개 지표를 만들었고, 주기적으로 지표를 산출해서 비교 · 분석 등을 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 심정지환자 발생에 대응하기 위해 상설교육장을 만들어 교육하고 있다."라면서, "올해 하반기부터는 119상황실과 연계해서 심정지환자 발생 시 119에 신고가 들어오면 500세대 이상의 아파트 관리실에서 119 도착 전 환자 집에 기계를 가지고 방문해 사전조치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병원 전 단계의 처치 수준 향상을 위해 구급대원들 대상으로 장비사용방법 교육이 응급의료전문 선생님들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병원 단계에서는 치료 수준 향상을 위해 치료지침을 개발했고, 응급 의료진 대상으로 자체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라고 했다.

또한, "이런 사업들을 몇 년간 추진하다 보니 의료인들 간 유대관계가 좋아졌다. 협력을 통해 문제점을 개선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사업들을 지역 단위에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또, 응급의료기관 지정 · 관리 부분을 보면 지역 특성을 상당히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구는 생활권이 경북과 같이 있는데, 경북 환자들이 대구 응급실을 32% 이상 이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 정책은 이러한 부분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듯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백 과장은 "대구 지역 응급실 과밀화가 심각해 의사회에서 예산을 지원해 배부하고 있다. 명절 당일 진료할 수 있는 병원을 선정해 명절에 응급실이 운영될 수 있게 하고, 소아환자, 경증환자 등 동네 병원을 이용할 수 있게 해서 과밀화를 없애려고 노력 중이다. 사업을 유지해나가기 위해서는 재정 지원이 절실하다."라고 했다.

끝으로 백 과장은 "보건복지부가 응급실 24시간 체류환자 비율을 5% 줄이기로 했고, 지키지 못할 경우 보조금을 차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15년에 개정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마다 응급의료기본계획을 수립하게 돼 있는데, 현재 대구 종합병원 응급실은 과밀화가 굉장히 심한데, 2019년에는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복지부에서 특단의 조치를 내려줘야 한다."라면서, "현장에서 경험한바 지자체 역할이 응급의료 관리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재정 지원과 동시에 지방정부에 재량권을 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서울대 공공보건의료 권용진 단장은 "오늘 응급의료 중장기 발전 계획을 얘기하는데 보건복지부가 불참했다. 안타깝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권 단장은 "응급이라는 말 자체가 공급자, 소비자 간 간극이 너무 크다. 환자들은 자신들이 다 응급이라 생각한다. 응급실에 들어가면서부터 환자가 응급실을 신뢰하는 기반이 생기지 않으면 응급실 서비스가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라면서, "응급의료는 독립적 서비스가 아닌 연계자원을 활용하는 서비스이다. 또, 지방정부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중앙정부에 너무 권력이 집중돼 있어서 이것을 분산시키는 것이 시대적 과제이다."라고 주장했다.

권 단장은 "지금까지 중앙의료센터가 노력해 전체 시스템의 여러 문제점을 개선하고 성과를 냈다면, 이제부터는 현실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각 지역 상황에 맞게 배분해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별로 계획이 수립되고, 이를 전문가들이 판단해서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권 단장은 "예를 들어 임신한 엄마, 아빠, 아기 등이 차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가 났다. 이 가족을 처치하려면 산부인과, 소아과, 신경외과 등이 다 필요하다. 응급의학과만 있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망은 권역응급센터로 다 데려가는 구조로, 현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시스템이다."라고 지적하고 해결책을 조속히 요구했다.

응급의료정책연구소 유인술 소장은 "그동안 응급의료구조는 환자가 아닌 병원 중심이었다."라면서, "직장인들은 낮에 병원 가기 어렵다. 직장 다니면서 병원에 가려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주말 혹은 퇴근 후에만 시간이 난다. 이러다 보니 직장인들이 갈 수 있는 기관은 응급실뿐이다. 미국의 경우 외래 50% 이상이 응급실을 이용하다 보니 응급실 과밀화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같은 구조로 갈 수밖에 없는데 환자가 무한 선택권을 가지기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 해결이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유 소장은 "응급의료는 공공재이니, 공공재 사용에 있어서 환자 선택권에 통제가 이뤄져야 한다. 환자와 국가기관, 의료공급자 간 접점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 고민 중이다."라고 했다.

또한, 유 소장은 "응급의료기금에 문제가 많다. 지금 기금 누적 숫자는 1조 8천억 원 정도 된다. 이렇게 많은 돈에서 응급 목적으로 사용된 돈은 27% 정도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일반회계로 다 넘어온 것이다."라고 지적하면서, "응급의료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된 지자체는 약 97개 정도이다. 그런데 조례에는 실제 응급의료 지역 발전 정책이나 추가예산 등의 내용이 하나도 포함돼 있지 않다."라면서, "중앙정부는 독점적 권력을 갖고 있고, 지방정부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지역 응급환자는 그 지자체에서 해결해야 하는데도 지방정부가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게 문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