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의 증가 및 출산율 감소로 초고령화 시대로 접어드는 가운데, 노인 진료비가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의 40% 가까이에 육박하고 있어 예방사업과 장기요양보호수요 억제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2일 오후 1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개최된 '초고령화 시대의 약국 · 약사의 역할' 정책토론회에서 한림대학교 차흥봉 명예교수가 '초고령화 시대의 노인 보건의료 정책' 주제로 기조연설을 맡았다.
차 명예교수 연설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1900년 이전에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다가 1900년 시점으로 급증했다. 2000년에는 60억으로 1900년대와 비교해 3배, 향후 2050년에는 100억 명으로 5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 예측되고 있다.
한편, 1900년 이후 지구촌의 거대한 산업화와 더불어 인구 고령화와 같은 문제가 등장했다. 특히 60세 이상 노인인구는 1950년 약 2억 명에서 꾸준히 증가해 2050년 약 20억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다.
초고령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차 교수는 평균수명의 증가와 출산율 감소를 지목했다.
차 명예교수는 "금년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14세 이하 유소년 인구를 추월했다. 또, 1960~2060년간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6배 증가한다. 우리나라는 2000~2030년 사이 고령화 사회와 고령사회, 초고령사회를 넘어 세계 최고령국가로 진행되고 있다."라면서,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1965년 54.9세에서 2020년 82.8세로 약 28년이 연장된다."라고 했다.
올해 2월 21일 발표된 WHO와 영국 Imperial College 공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30년 한국 국민의 평균수명은 남성은 84.9세, 여성은 90.8세로 세계 35개 선진국 중 1위로 나타났다.
차 명예교수는 "한 나라의 평균수명이 절대 90세를 넘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었는데 이게 깨졌다. 생활 수준과 교육 수준이 향상되고, 영양상태가 개선됐으며, 건강보험 등 의료혜택과 의료기술 발달이 초고령화의 배경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1960~2000년 사이 합계출산율이 급감해 2000년대 이후 세계 최하위 수준을 유지 중이다. 이 같은 인구 고령화를 차 교수는 축복과 도전이라고 했다. 차 교수는 "인간 100세 시대는 인류 축복이다. 그런데 이러한 축복이 가져오는 문제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도전이 된다. 2002년 UN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인구고령화는 기후변화, 빈곤문제와 함께 21세기 인류사회가 당면한 3대 위기의 하나'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초고령화 시대의 문제는 노인문제다. 노인 문제는 건강문제, 경제문제, 사회서비스 문제 등을 안고 있으며 이를 포괄하는 도전은 부양 부담 문제이다. 거기에 노인인구 1인당 생산가능인구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즉, 부양받아야 할 노인은 늘어나지만, 부양할 사람은 적다.
WHO가 2015년 발표한 'World report on Ageing'에 따르면, 건강한 노년이란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니라 노년기의 안녕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적 활동능력'을 개발 · 유지하면서, 자신의 환경 속에서 '기능적 독립생활'을 영위하는 것이라고 노인건강의 개념을 정리했다. 차 명예교수는 "국가 보건의료정책 방향도 WHO의 노인건강 개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에 따라 약사 역할이 크게 좌우될 수 있다."라고 했다.
고혈압, 당뇨, 암, 치매 등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질환이 치매이다. 치매는 나이가 들수록 발생률이 높아진다. 이러한 만성질환으로 기능적 활동능력을 상실해 노인장기요양보호 수요가 증대됐다. 노인장기요양 수요 예방을 위한 공공보건의료 정책과 장기요양보호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차 명예교수는 "결국 노인 보건의료 핵심 과제는 건강한 노년을 확대하는 것"이라면서, "노인이 장기요양보호 상태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노인건강 문제와 관련해 차 교수는 정책과제로 재정을 지적했다. 차 교수는 "노인 문제에는 돈이 많이 든다. 건강보험 진료비 중 노인의료비는 1990년 8.2%에서 2015년 38.4%로 매우 증가했다. 또, 2008년에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된 이후 재정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에서 64조가 나가고, 장기요양보험에서 10조가 나간다. 총 70~80조억 원이 노인 건강에 지출되고 있다."라면서, 재정억제 · 재정확보 대책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차 명예교수는 노인요양보호 서비스의 '연속성'이 수립돼야 한다고 했다. 차 명예교수는 "의료기관 · 급성 진료, 요양원, 요양병원, 방문요양 · 방문간호, 물리치료 등 재활, 정신건강 · 가족보호 등 사회복지 등의 노인요양보호 서비스가 연속 선상에 있다. 어떻게 하면 공급이 이 연속 선상에 맞춰 제공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이다."라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 노인보건의료정책 과제로 차 교수는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 ▲의약분업과 약사의 역할, ▲노인보건의료전달체계의 개선 등을 제시했다.
차 명예교수는 "건강보험은 노인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나, 현재 재정의 40%를 노인들이 소비하고 있어 중요 문제가 된다. 문 케어에서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63%에서 70%로 확대한다고 했는데, 확대 과정에서의 재정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노인의료비 증가 억제 대책이 필요하다. 건강교육, 건강검진, 노인스포츠 보급 등 예방사업과 장기요양인정과 예방사업 연계 등 장기요양보호수요 억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보험료가 높지 않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주 낮은 수준이다. 건강보험 보험료가 인상돼야 한다. 부담한 만큼 받아야 하는데 부담 안 하고 받으려고만 하면 도둑놈 심보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다음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관련해 차 명예교수는 "현재 7%가 혜택을 받고 있는데 대상이 12% 수준으로 확대돼야 한다. 또, 의료기관, 요양병원, 요양원, 지역사회 재가서비스 간 수요공급 체계가 합리화돼야 한다. 케어 매니지먼트(Care Management) 체계가 수립돼야 하고, 노인장기요양 수요 증가의 예방과 건강보험과 연계한 보험료 인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했다.
의약분업과 관련해서는 "의약분업은 의사와 약사가 분업하고 서로 협력하는 제도인데, 다들 나눠진 것에만 신경 쓰고 협력에는 무관심하다. 의사와 약사 협력에 기초해 의사 처방, 약사 조제 과정에서의 노인건강상담 · 교육 · 만성질환 예방, 노인보건서비스 연계 등이 이뤄져야 한다. 또, 지역사회 · 동네약국 등에서 약사의 노인건강상담, 노인건강교육, 노인보건서비스가 강화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차 명예교수는 노인보건의료전달체계 개선책으로 1차 보건의료체계 강화, 예방 · 건강증진사업 강화, 공급자 간의 협력체계 수립 등을 제시했다. 차 명예교수는 "1차 보건의료체계에서 보건소 기능이 중요하고, 1 · 2 · 3차 의료전달체계 안에서 의약분업과 의 · 약사 간 협력체계가 수립돼야 한다. 보건, 의료, 요양, 복지 전문인력 간 협력과 통합적인 서비스 체계가 수립돼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