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전남대병원은 광주 송원여자고등학교 미술부 학생들이 최근 암환자들에게 캐리커처를 그려주며 치유희망을 전했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박다예(송원여고 2)양 등 22명의 학생들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난 23일 화순전남대학교병원 1층 로비에서 ‘캐리커처 그리기’ 이벤트를 진행했다. 오전9시부터 오후4시까지 환자와 간병가족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날 현장에서는 환자와 보호자들을 비롯해 면회온 환자 가족과 문병객들의 높은 관심이 이어졌다. 캐리커처를 그려달라는 주문이 밀려들어 학생들은 거의 쉴틈없이 그리기 작업에 몰두했다. 화폭에 담은 그림들을 코팅작업후 환자와 가족들에게 전달했다.
상당수 환자들은 옛사진을 가져와, 암치료 이전의 건강했던 모습을 그려달라고 주문했다. 캐리커처를 건네받은 이들은 “기념으로 간직할 치유기원 선물을 받았다”며 고마워했다.
학생들은 “몇시간 동안 쉴틈없이 그림을 그리다보면 팔과 어깨가 아파요. 하지만 환자들의 격려와 칭찬을 들으면, 고통을 순식간에 잊게 되죠”라고 입을 모았다. 환자들의 다양한 사연을 접하면서 뭉클한 감동을 느낄 때도 많다고 덧붙였다.
2학년 김예솔양은 “한 아주머니가 환자인 남편의 사진을 그려달라고 주문했어요. 캐리커처를 그려놓았는데, 남편분이 세상을 떠났다며 찾아가질 않았죠. 그런데 며칠후 캐리커처를 전해달라며 학교로 연락이 왔더군요. 주차장에서 캐리커처를 전달받은 아주머니가 엉엉 울더군요. 저도 그분의 손을 잡고 오랫동안 함께 울었어요”라고 말했다.
1학년 이지후양은 “어머니의 영정사진이라며 가져온 환자분이 있었어요. 캐리커처를 기념으로 간직하겠다며 눈물을 글썽이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아요. 할아버지께 생신 선물로 드리고 싶다며, 활짝 웃는 얼굴을 그려달라던 어린 환자도 기억에 남네요”라고 감회를 밝혔다.
송원여고 미술부 학생들의 재능기부는 지난 2015년 8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방학중 뜻깊은 자원봉사활동을 펼치자고 뜻을 모았다. 논의 결과 암환자들이 많은 화순전남대병원을 찾기로 했다. 환자들의 호응에 힘을 얻은 학생들은 그 이후 매월 한차례씩 병원을 방문, 2년여간 릴레이 봉사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1학년 전규민양은 이러한 체험담을 모아 발표, 지난 5일 ‘광주 중·고교생 자원봉사활동 실천사례 발표대회’에서 최고상인 ‘광주시교육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봉사활동을 뒷바라지하는 최은영 지도교사는 “나눔의 기쁨은 물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넓혀가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서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 선후배들이 함께하는 좋은 전통으로 물려주고 싶다”며 미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