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중심의 의료정보시스템 전환’을 추구한다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 의료정보 플랫폼 메디블록이 궁금하다. 과연 의료정보가 ‘환자’만의 개인정보일까? CT나 MRI 자체는 환자만의 고유 의료정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의사가 판독한 CT와 MRI 정보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나? 과연 환자만이 그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을까? 이러한 궁금증을 풀기위해 메디포뉴스는 15일 오후 2시 이은솔 메디블록 공동대표를 찾아가 직접 물어봤다.[편집자주]
- 메디블록에 대한 소개와 왜 메디블록을 만들게 됐는지 설명해 달라.
메디블록은 △병원으로 대표되는 여러 기관에서 생산되는 의료정보 △스마트폰과 같은 여러 기기를 통해 생산되는 모든 의료정보를 안전하게 통합해 관리하는 블록체인 기반의 의료정보 오픈 플랫폼이다. 이때 메디블록의 주요 역할은 의료데이터에 ‘신뢰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현재 의료정보 주요 플랫폼은 ▲병원 ▲보험사다. 현재 병원과 보험사라는 플랫폼이 주도하고 있는 의료정보 생태계는 정보의 교환과 공유가 잘 이루지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의료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플랫폼인 ‘병원’으로부터 받기란 쉽지 않다. 물론 병원이 이런 의료데이터를 공유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병원 자체에서도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환자와 공유하려는 노력은 있었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병원 간의 데이터 공유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병원과 보험사라라는 플랫폼이 주도하는 의료정보 생태계를 ‘환자’ 본인이 플랫폼이 되게 하려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 목표다.
의료데이터 교환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한 환자의 의료데이터가 병원 A에도 저장돼 있고, 병원 B에도 저장돼 있다. 병원 간 의료데이터를 공유하거나 환자 본인이 두 병원으로부터 의료데이터를 모두 가져왔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많다. 이 때문에 병원 간의 의료 데이터 공유는 사실 예전부터 시도됐다. 그런데 병원 간의 의료 데이터 공유를 했을 때 같은 환자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지 비교해야 한다.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비교해야 하는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또한, 병원끼리 병원 마음대로 의료데이터를 공유해도 되는지, 데이터 공유를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등의 이슈가 있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두 병원 간의 데이터를 하나로 합쳐 저장한다든지, 혹은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등의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 이때 의료데이터를 병원 A에 저장하느냐, 병원 B에 저장하느냐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혹은 회사나 보건복지부 서버에 저장하느냐 등의 이슈도 있다. 결국 모든 것이 환자의 데이터인데, 병원 A가 자신의 병원 서버에 병원 B의 의료정보까지 저장해도 되는지 등.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 A, B에 가서 그곳에 어쩔 수 없이 의료데이터를 남겨두고 왔는데, 이를 마음대로 보건복지부라고 해서 서버에 저장해도 되는지, 당연히 회사가 자의적으로 의료정보를 저장하면 더욱 문제가 될 것이다.
의료법과 개인정보호법 측면에서도, 요즘은 개인정보를 정부든 사기업이든 마음대로 다루지 못 하게 하는 추세다. 이는 항상 이슈가 됐고, 결국 아직까지 의료정보통합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은 이러한 문제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병원 데이터에 한정한 상황이다.
더 넓혀 병원 밖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보자. 요즘은 스마트폰과 가정용 의료기기를 통해 ▲개인의 활동량 ▲수면시간 ▲맥박수 ▲혈압 ▲당수치 등의 건강정보가 생성된다. 이런 데이터는 기존 병원에서 저장하는 형태로 저장될 수 없다.
메디블록은 기존에 병원에서 저장할 수 없는 스마트폰과 같은 여러 기기를 통해 생산되는 모든 의료정보를 모두 통합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환자(개인)가 자신만의 건강 데이터 저장소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것이다. 데이터 저장소는 ▲스마트폰이 ▲개인용 PC 등이 될 수 있다.
환자는 자신의 저장소에 저장된 의료정보를 통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가령, 개인이 직접 자신의 의료정보를 바탕으로 보험청구를 할 수 있다. 또한, 희귀병에 걸린 환자는 자신의 의료정보를 다른 나라에 있는 연구자와 거래할 수 있다.
이때 의료정보를 조작하거나 편집할 수 있다. 의료데이터는 항상 돈이 된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가 났는데 전치 2주짜리를 잘 조작해 전치 10주처럼 속일 수도 있고. 사실 지금 병원 자체도 그렇게 신뢰도가 높은 기관은 아니다. 병원에서도 정보를 계속해서 조작하는데, 개인이 역시 (정보) 조작의 위험성에서 자유롭지 못 하다. 또한, 연구에 쓰려고 해도 연구자가 자의적으로 데이터 조작이 가능하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러한 조작 가능성을 해결해 줄 수 있다. 병원에서 환자에게 의료데이터를 내려 보낼 때, ▲이력 ▲데이터에 대한 해시값을 블록체인에 남겨서 환자에게 전달한다. 이때 환자의 의료정보를 받는 제3자(보험사, 연구기관 등)는 블록체인에 새겨진 이력과 해시값을 비교해 의료데이터의 진위여부를 가릴 수 있다. 즉,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정보의 ‘신뢰’가 구축되는 것이다.
- 메디블록 내에서 교환 가능한 의료정보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올해 말이 됐을 때 초기 버전의 메디블록이 출시된다. 여기에 올라갈 대표적인 데이터가 ▲병원의 의무기록 ▲영상데이터 ▲유전체데이터 ▲헬스로그(웨어러블 디바이스에서 생기는 정보들)다. 사실상 병원에서 생기는 의료정보와 환자 측에서 생성되는 의료정보를 모두 올리는 것이 목표다.
-메디블록 플랫폼에 이런 데이터를 어떻게 올릴 수 있나?
병원에서 생성되는 의료데이터 주체는 ▲병원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을 관리는 회사다. 메디블록은 병원과의 협약과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을 관리하는 회사와의 협력을 통해 의료 데이터를 올리려고 한다. 처음에는 이 작업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현재 협약에 긍정적인 병원이 많다. 예전에는 회사 내부에서 PoC(Proof Of Concept;기술 적용을 위한 개념검증)과정을 거쳤는데, 현재는 병원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의료현장에서 느끼는 메디블록의 반응은 어떤가?
메디블록을 시작하기 전에는 의료인들의 거부감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만나는 의료인이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열린 분들이 많다. 이러한 흐름으로 가는 것이 당연한데, 의사들 역시 불편한 것이 있었다는 의견도 있다. 예를들어 환자들이 종이 의문기록 사본을 가져오면, 우선 의사 본인도 잘 안 읽게 된다. 복사 역시 나쁜 상태로 된다. 기본적인 문서 자체는 깨끗하게 인쇄되는데, 의무기록 사본 같은 경우 항상 더럽게 복사가 되고, 그러다 보니 이를 쓰는 것이 역시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의사들 입장에서도 불편한 것이 너무 많다 보니, 메디블록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면 이런 문제가 개선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다. 그래서 의외로 지지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
물론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다. 너무 쉽게 환자의 의무기록이 넘어가게 되면, 조금 더 자신이 보호받고 싶은데, 보호받지 못 하는 느낌이나 실제로 보호받지 못 할 수도 있어 경계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이것이 가야 하는 방향이라고 지지해 주신다.
-의료기록이라는 것이 환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가령, 의료기록에는 의사의 처방, 의료기술 등 의료기관과 의사의 기술 정보도 들어있다. 메디블록의 목표인 ‘환자 중심의 의료정보시스템의 전환’에 대한 의료인들의 반발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CT, MRI, 혈액검사 까지는 의료계에서도 환자기록에 가까운 것이라고 여긴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이 CT와 MRI의 판독결과다.
하지만 현재 환자가 병원에 의무기록을 요구하면, 병원은 법적으로 전자형태로든 종이형태로든 제공해야 된다. 즉, 법적으로 병원은 환자의 요구에 따라 의무기록 사본을 발급해야 한다. 메디블록과 같은 플랫폼이 있으면 병원 입장에서도 보다 손쉽게 의무기록을 환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paperless 사회로 가야하고, 이와 함께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는 수단으로서 블록체인을 활용한 의료정보 플랫폼은 병원에게도 유용할 것이다.
-퍼블릭 블록체인에서는 환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것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주장의 펼치는 분들의 의도도 알겠으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틀린 말이다. 헬스케어 인더스트리에서 블록체인이 적용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에 관한 자료다.(아래 슬라이드 참조) 병원에서 생성되는 여러 기록들, 환자 측에서 생성된 여러 기록들을 암호화한 상태로 환자의 서명을 담아 블록체인에 저장한다. 모든 것을 블록체인에 저장하면 용량이 너무 크니, 별도의 데이터 저장소에 저장을 하고, 인덱스나 해시값을 블록체인에 저장한다. 그후 권한을 가진 사람이 ‘암호키’를 가진 사람이 접근하면 이 키를 풀어 정보를 제공한다. 이 정보를 토대로 의사는 진료를 할 수 있고, 환자는 보험회사에 청구할 수 있다. 또한, 환자는 '암호화된 의료정보'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여러가지 연구기관에 넘길 수도 있다.
보안이 취약하다는 말은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을 혼돈해 생기는 생각이다. 비트코인은 모든 것이 투명하게 인터넷 상에 공개돼 있다. 거기에는 ‘암호화되지 않은’ 거래내역을 올려 놓은 것이다. 이런 개념으로 접근하면 의료정보도 모두 공개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healthcare transaction data는 기본적으로 ‘암호화된 형태’로 clinical data를 올려 놓는다. 메디블록은 ‘암호화된’ 데이터의 해시값을 올려 놓는 구조인데, 그 암호화된 데이터는 환자의 ‘공개키’로 암호화 한다. 환자의 공개키로 암호화하기 때문에 환자 개인 키는 환자 본인만 가지고 있는 것이다.
비트코인도 이 암호키가 있어 돈을 마음대로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이 암호키 시스템이 얼마나 강력한지는 비트코인을 통해 확인됐다. 마찬가지로 환자가 비밀키를 노출하지 않으면, 우리 회사든, 누구든 개인 의료정보는 볼 수 없는 시스템이다. 때문에 오히려 현재 중앙집중형 시스템보다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이 더 강력한 보안성을 가진다. 지금은 병원에서 환자의 데이터를 볼 수는 있지만 병원에서 어떤 직원이 보안키를 노출시키게 되면 환자의 데이터는 유출될 위험 소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메디블록과 같은 형태에서는 환자가 설사 자신의 비밀키를 유출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정보만 유출되는 것이지, 다른 환자의 정보가 유출될 일은 없다. 그래서 보안성이 떨어진다는 말은 틀린 말에 가깝다.
-메디블록은 퍼블릭 블록체인인가?
그렇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누구나 참여 가능해야 한다. 어떤 환자라도.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참여 가능해야 하는데, 프라이빗 블록체인 개념으로는 성립할 수 없다.
-메디토큰의 구체적인 거래양태에 대한 설명해 달라.
메디토큰은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사람에게 보상용도로 쓰인다. 실질적으로 이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실제로 메디토큰을 이용해 병원비를 낸다든지, 디지털헬스케어 유료앱은 메디토큰을 통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다국적제약사 들에 자신의 개인건강정보를 메디토큰을 통해 거래할 수 있다.
- 퀀텀기반으로 메디토큰을 발행하게 된 이유는?
기술적인 측면보다 비즈니스 적인 측면 때문에 퀀텀을 기반으로 했다. 궁극적으로 세계적으로 확장해 나가기 위해 중국은 아시아에서 매운 큰 시장이다. 중국과의 접촉을 위해 퀀텀을 사용했다.
- 메디블록이 가장 활발히 이용될 곳은 어디라고 보나?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 자녀건강정보 기록 ▲만성질환 건강정보 기록 ▲외국환자의 의료정보 교환을 들 수 있다.
자녀의 태아때부터 정보를 메디블록을 통해 기록해 둘 수 있다. 초음파 사진을 통한 자녀의 성장과정, 예방접종 기록, 알러지, 질환에 따른 약물 복용 여부 등. 이러한 정보를 메디블록을 통해 엄마들이 관리할 수 있다면 그 수요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현재 아이 엄마들은 앱에 대한 접근성도 좋다.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자는 메디블록을 통해 개인 건강정보를 관리할 수 있다. 당뇨병은 가정용 의료기기를 통해 생산되는 정보와 의료정보가 현재 통합되지 못한 채로 있다. 메디블록을 통해 이를 통합할 수 있다. 덧붙여 해외에서 우리나라 의료기관에 진료를 받으러 오는 외국 환자들의 의료기록을 메디블록 통해 전달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메디블록을 통해 어떤 의료정보 생태계를 만들고 싶은가?
‘의료주권’은 현재 병원이나 보험사에 맡겨져 있다. 메디블록을 통해 의료주권을 환자(개인)에게 돌려주고 싶다. 즉, 환자가 의료정보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환자는 자신의 의료기록이 정당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알 수 있고, 자기가 원하는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어느 교수님이 말했듯 ‘의료정보 민주화’를 이루는 데 메디블록이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에 ‘우연’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도입한 작곡가 존케이지는 “사람들이 왜 새로운 생각을 두려워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나는 오래된 생각이 두렵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이 의료정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알 순 없다. 다만, 새로운 기술을 제대로 이해한 뒤에, 두려워해도 늦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