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3일 자로 임명된 국립중앙의료원 정기현 신임원장이 '보은 인사' 건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일 오후 2시 30분 국회 본관 601호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인숙 의원(자유한국당)이 정기현 원장 임명 과정에 대한 의혹을 보건복지부에 제기했다.

박인숙 의원은 "국립중앙의료원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중심이자 컨트롤 타워로, 가장 중요한 병원이다. 그런데 이곳 병원장이 캠코더 인사가 됐다."라고 했다.
박 의원은 "서류심사 점수를 살펴보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에서 나온 차관들이 정 원장에게 100점을 주고, 일반인은 85점을 줬다. 이건 누가 봐도 이상하다. 그리고 면접 후 투표했는데 7명 중 5명이 정기현 원장을 선택했다. 다른 3명의 후보도 경쟁력이 충분한 사람들인데 점수가 훨씬 박했다."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도왔고, 2017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前 대표를 지지하는 모임 '더불어포럼'을 창립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산하 전남정책연구원 설립추진공동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박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이라고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안다. 현재 공공기관 채용 비리 조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대표 공공의료기관에서 이런 식의 인사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 굉장히 문제 있는 인사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박 의원은 "의료원장을 내정해놓고 다른 후보들을 들러리로 만들었다. 공공보건의료발전위원회장이라는 경력까지 만들어주고 의료원장으로 채용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박능후 장관은 "나는 그 부분을 잘 모른다. 그냥 이사회에서 올라온 사안을 보고 임명했다. 또 정 원장이 공공의료 쪽에서 상당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공공의료 쪽 경력 별로 없다. 3년간 충청북도 보건소장을 지낸 게 전부다. 다른 후보들이 오히려 더 많았다."라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점수 차가 많이 나서 임명했다"고 했다.
박 의원은 "차관들이 다 100점을 줬는데 점수 차가 많은 게 당연하다."라고 맞받아쳤다.
한편, 지난달 31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 국민연금공단 김성주 이사장도 이 같은 지적을 받았다.

김승희 의원(국민의당)은 "짚을 건 짚어야 한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김용익 이사장, 김성주 이사장 임명과 관련해서 캠코더 인사, 보은 인사라는 말들이 많다. 국민의 건강과 노후소득을 책임지는 대단히 중요한 자리에 전문성 시비와 막말 논란의 대상이 되는 두 사람이 수장이 됐다는 것에 대해 국민을 대신해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김성주 이사장은 4년간 국회 보건복지위원으로 활동했다는 게 전문성의 전부다. 국사학과 출신이기 때문에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이 있었다. 또, 김성주 이사장은 전주에 뿌리를 둔 정치인이다. 연금공단이 전주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연고 내지 이해관계 측면의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연금은 투명성 못지않게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 등이 중요한데 정치인을 거기에 가져다 박는 것은 전형적인 정폐라 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캠코더 인사, 보은 인사, 전문성 부족 등의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동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질의에 김성주 이사장은 "4년간 국회 보건복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주로 연금 중심으로 관련 입법 활동과 토론회 개최 등을 했다. 기 위원도 보건복지위원으로 4년을 활동하면 어디 가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말은 듣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일축했다.
김용익 이사장은 "내가 전문가로 성장한 이후 40여 년 동안 보건의료정책을 전공으로 공부를 했다.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기 의원은 "행정기관장이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행정기관장에 반드시 전문가만 기용돼야 하는가에 대해 나는 상당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전문성이 때로는 독이 돼 행정기관장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대단히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기 의원은 "행정기관장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합리적 균형감각, 추진력, 소통 감각 등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하다. 그러한 세간의 지적, 우려에 대해서는 충분하게 수용하되 자신감을 가지고 현안들을 잘 처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