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만성 통증 환자의 수가 증가하면서 미국, 유럽, 호주 등 통증치료에 사용되는 오피오이드계 진통제의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으며, 이 같은 약물들의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 또한 증가하며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마약성 진통제 과용과 중독을 해결할 수 있는 대체약물의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있으며, 최근 영국에서 이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근 런던 대학의 연구진들은 비강 스프레이를 통해 수백만 개의 용해성 천연 오피오이드 나노 입자를 뇌에 직접 전달하여 동물의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었다고 약리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Journal of Controlled Release(Volume 270, 28 January 2018, Pages 135-144)'에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동물실험을 통해 통증 완화 효과에 대한 내성 징후가 발견되지 않아 과다 복용의 위험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합성 오피오이드계 진통제의 내성에 따른 과다복용으로 사망하는 위험과 중독 위험을 낮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논문의 저자인 런던대 약학대학의 Uchegbu 교수는 천연 오피오이드가 신체 내에서 중등도 이상의 통증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옥시코돈 및 펜타닐과 같은 합성 오피오이드와 다르게 작용하다는 가정하에 연구를 시작했다.
합성 오피오이드의 경우 신체 내에서 빠르게 내성이 발생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통증 경감을 위해 더 많은 양을 필요로 하지만, 천연 오피오이드에서는 이와 같은 징후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
실제 많은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천연 진통제의 사용 가능성을 연구해왔지만, 화합물과 뇌 모두에 의해 저지되어 왔다. 우선 천연 오피오이드는 혈류에 주입되면 간에서 신속하게 분해되며, 남은 것은 뇌를 둘러싼 혈액막(blood-brain barrier)에서 걸러지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연구팀은 수용성 고분자 나노 입자로 캡슐화함으로써 쥐의 뇌에 직접 엔케팔린(NM0127)이라고 불리는 천연 오피오이드를 통증 완화 수준까지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 캡슐이 천연 오피오이드를 통증 인지를 차단할 수 있는 뇌 부위까지 도달하도록 보호해주는 것. 일단 입자가 용해되면 분해 생성물이 체내에서 배설된다.
Uchegbu 교수는 동물실험에서는 중독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확실한 연구를 위해 인체에서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현재 이 스프레이의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건강한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을 준비 중이며, 이후에는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골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을 계획하고 있다.
한편, 최근 유럽 인구의 약 19%가 만성 통증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이에 따른 통증 치료 옵션의 니즈가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 국립보건통계센터(NCHS)가 미국인 기대수명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오피오이드계 진통제의 중독 및 남욜을 꼽으며 그 심각성을 알렸고, 호주 전국검시관정보서비스(NCI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6년간 '펜타닐' 관련 사망자가 498명으로 이는 이전 10년간 사망자인 27명보다 18배 이상으로 증가한 수치라며 약물 남용 사망자의 급증 현상을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