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종사자들의 건강 문제는 환자에 비해 부각되고 있지 않으나, 업무환경상 의료인은 감염 노출 위험성이 매우 높으며, 더 나아가 환자에게 감염병을 옮길 수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1시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개최된 '의료기관의 효율적인 보건관리 시스템 마련을 위한 세미나'에서 강북삼성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김수근 교수가 '의료기관 종사자의 건강문제' 주제로 발제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15년 12월 발간한 보건산업브리프 Vol. 207권에 수록된 보건산업 연령별 종사자 현황을 살펴보면, 총 1,573천 명으로 증가율은 5.4%이다. 29세 이하 372.9천 명(증가율 2.5%), 30~39세 429.9천 명(증가율 0.2%), 40~49세 381.9천 명(6.8%), 50세 이상 388.3천 명(증가율 13.4%)이다.
2017년 기준 의료기관 현황을 살펴보면, 종합병원 345개소, 병원 1,595개소, 요양병원 1,525개소, 군 병원 20개소로 총 3,485개소가 존재한다.
김 교수는 "30~39세 연령대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50대 이상이 종사자 수 증가세가 가장 높다. 보건의료서비스 현장에 조만간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인력 부족 현상이 숙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벌써 그런 조짐이 있다."라고 말했다.
의료기관 직원의 건강위험요인에는 주사침 상해, 근골격계질환, 감염병, 화학물이나 방사선 노출에 의한 질환, 교대작업과 야간노동, 찰과상이나 절상, 허리 부상, 보호구 부족, 기계 · 전기시스템의 위험, 환자에 의한 폭력 등이 있다.
업무상 건강위험요인은 ▲결핵, 간염, HIV/AIDS, SARS, ▲Glutaraldehyde, Ethylene oxide, ▲소음, 방사선, 넘어짐, 낙상, ▲중량물 취급, 부적절한 자세, 반복 동작, ▲교대근무, 야간 근무, 폭력, 직무 스트레스, ▲산소, 알코올 등으로 인한 화재 및 폭발, ▲마모된 전기코드로 인한 전기위험 등이 있다.
김 교수는 "최근 사회 전반에 폭력, 폭언 등이 노출돼서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고생하고 있다. 또, 금년 초에 심각한 화재가 발생했는데, 이는 종사자들의 문제이자 환자 문제가 되겠다."라고 말했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 통계를 살펴보면, 전 산업 중 보건의료 산업에서 가장 많은 손상 및 질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기관에서 자체 치료나 상담을 통해 해결된 것 때문에 이 같은 구체적 수치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2015년 5월 20일 발생한 메르스 사태를 돌아보면, 확진 환자 186명 중 36명이 사망했고, 의료기관 종사자 39명(21%)이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감염됐다.
25년 동안의 의료기관 종사자 대상 업무상 질병 실태를 살펴보면, 감염병의 경우 폐결핵, C형 간염, 급성 뇌수막염, 편도암, 뇌척수염 등이 발생했다.
김 교수는 "중환자실에서 결핵 환자를 돌보던 간호사가 결핵에 걸렸고, 진폐요양병원에서 원무과 직원이 다수 환자와 접촉하면서 폐결핵에 걸렸다. 또, 혈액 투석실에서 일했던 간호사의 경우 1년 후 C형 간염이 발병됐다. 당시 주사침 손상 신고를 하지 않았고, 1년 이후 발병된 것이 확인돼 인정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임상병리사가 결핵균 배양검사를 하고 3개월 후 폐결핵이 발병됐다. 응급실 간호조무사의 경우 급성 뇌수막염에 걸렸는데, 진료 환자 진단을 살펴보니 발병 전 3개월 동안 응급실에서 뇌수막염으로 진단받은 환자가 총 56명으로 확인돼 감염으로 인정받은 케이스다. 치과병원 치기공사에게 발생한 편도암의 경우 특수한 케이스로, 이 직원에게서 인유두종 바이러스 16형이 확인됐는데, 이게 편도암의 원인으로 진단돼 인유두종 바이러스가 환자들을 케어하는 과정에서 노출된 것으로 인정됐다."라고 설명했다.
또, 수술실 간호사에게 발생한 뇌척수염의 경우 간호사가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 (SLE, Systemic lupus erythematosus)를 앓고 있었고, 발병 2개월 동안 9건의 감염성 질환 수술에 참여해서 발병된 것으로 인정됐다.
먼지 · 곰팡이에 의한 질병 사례에는 병원 청소작업 중 간호사에게 발생한 급성기관지염 및 접촉피부염 등이 있다.
화학물질에 의한 질병을 살펴보면, 중앙 공급실에서 17년간 근무 후 발생한 골수이형성 증후군, 내과 병동 간호사에게 발생한 만성골수성백혈병, 39세 간호사에게 발생한 조기난소부전, 간호 보조작업 근로자에게 발생한 간질성 폐섬유화증, 수술실 간호사에게 발생한 다발성 경화증 등이 있다.

김 교수는 "조기난소부전은 조금 특수한 경우다. 간호사가 약 8년간 항암제 주입 및 수술실 정리 등을 맡아서 했는데 이 과정에서 수술제 노출로 조기난소부전이 발생한 게 인정됐다. 또, 간질성 폐섬유화증의 경우 28년 6개월간 고무장갑에 활석 가루를 묻히거나 활석 가루가 묻은 고무장갑을 불면서 장기간 고농도의 활석 가루에 노출됐다. 이 분은 얼마 못 살고 죽었다."라면서, "불인정 사례도 있다. 다발성 경화증의 경우 마취제가 관련이 있다는 보고도 있었으나 조금 부족해서 인정을 못 받았다. 만일 지금 시점에서 이 문제가 다시 제기된다면 판단이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전리방사선은 대부분 인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얼마 전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작업자에게 발생한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은 인정된 사례다. 당시 의약분업으로 인한 직원 이탈 때문에 대신 치료에 참여해, 굉장히 많은 동위원소 취급 업무를 수행했다. 그리고 10년 후 백혈병에 걸렸는데 당시 치료 기록을 근거로 과다 노출됐다고 인정됐다. 그 외에는 대부분 불인정 됐다."라면서, "의료기관 수술실 간호조무사에게 발생한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의 경우 당시 수술실에서 C-arm을 촬영한 실적을 근거로 피폭량을 추정해서 인과확률을 구해 인정된 사례도 있다. 치과간호보조근로자에게 발생한 갑상선암의 경우 피폭량이 작아서 인정 안 됐다."라고 설명했다.
유방암의 경우 EO Gas(Ethylene Oxide, 에틸렌 옥사이드), 야간작업, X-선 등이 발병 원인이 될 수 있다.
김 교수는 "유방암은 신청 건 모두가 인정되지 않았다. 혈관촬영실에서 2년간 근무하면서 X-선에 노출됐으나 누적선량에 대한 추정 인과확률이 매우 낮았고, 산화에틸렌 노출 역시 매우 적었으며, 약 6년 4개월간 야간작업을 포함한 교대근무기간도 인정기준인 25년간의 야간작업에 비해 매우 짧았던 것이 불인정 사유였다. 또, 5년 7개월 동안은 수술실 간호사로, 5년 8개월 동안은 수술실 정형외과 전담간호사로 일했던 간호업무 종사자에게 발생한 유방암도 비슷한 사유로 불인정 됐다."라고 했다.
유산의 경우는 조금 특이하다.
김 교수는 "모 병원에서 거의 동일한 시기에 간호사들에게 유산이 발생했다. 이 경우 마취 가스, 항암제, 유기용제 노출과 전리방사선, 금속, 감염 및 장시간 근무, 중량물 취급, 구부리는 작업 자세, 입식 작업 자세, 교대근무 등이 발병인자 원인으로 확인돼 신청한 4건 모두 인정된 사례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병원 임상병리사에게 발생한 뇌종양 불인정 사례를 살펴보면, 뇌종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전리방사선의 노출 수준이 근로자 직무 특성상 낮을 것으로 판단됐다.
김 교수는 "최근 인과관계를 폭넓게 봐주는 추세를 고려했을 때 이는 추가 검토해볼 사례지만 당시에는 노출이 작다고 추정돼서 인정 안 됐다. 몇 가지 바이러스가 뇌종양과 연결되는데, 그런 부분의 검토는 이뤄지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영안실 업무환경에서 발생한 총장골동맥 폐쇄증의 경우 동맥경화증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임상적으로 확인됐으나, 노출된 화학물질에서 동맥경화증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물질은 없었으며, 과도한 음주 · 흡연으로 인해 동맥경화증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즉, 업무상 유해요인 노출로 발생한 업무상 질병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해 인정되지 않았다.
의료인이 앓는 근골격계 질환의 발생 원인으로는 환자 · 물건 옮기기, VDT(Visual Display Terminal) 작업, 부적절한 자세 등이 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2004년에 944개소의 의료기관 보건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의료기관의 30%에서는 근골격계 부담 작업을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김 교수는 "의료기관 종사자의 근골격계 질환을 해결하기 위한 취지로 OSHA에서 여러 환자 · 물건 이송 도구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한 구체적 사례나 도구들을 금년에 소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OSHA의 근골격계 개선전략은 전체 의료기관 대상으로 근골격계 발생 등의 지표를 산출해서 하위 25%인 병원을 모델 사례로 선정하고 이를 따라 배우게 하는 모션을 취하고 있다.
의료기관 내 폭력 문제와 관련해서는 원칙을 명확히 세우지 않고서는 불식시키기 어렵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전까지 의료기관 내 위험 문제와 관련해서는 전문가들이 모인 공간이기 때문에 정부 관심 밖이었다. 2001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매뉴얼이 제작됐고, 2004년 의료기관 내 위험 실태조사를 처음 시행했다. 그러면서 근골격계 문제가 대학병원 내에서 터지면서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게 됐으나 아직은 안정적인 근무 환경이 조성되고 있지 않다."라면서, "앞에서 언급했듯이 보건의료 산업에서 가장 많은 손상 및 질병이 발생하고 있으며, 비용도 많이 소모되고 있다. 이는 환자 치료와도 직접 연관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이 문제를 공감하고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