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 악화 요인으로 보장성 강화 대책(이하 문케어)과 노인 의료비가 지목되고 있다.
이에 치료 중심의 보건의료체계에서 예방 · 관리로, 행위별 수가제 · 총액계약제 · 가치 기반 지불제도를 혼합한 지불제도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은경 연구위원은 보건복지포럼 2월호에 실린 '건강보험 재정의 현황과 정책과제' 글을 통해 이 같은 생각을 밝혔다.
2060년 노인은 전체 인구의 44.3%(통계청, 2016), 2030년 전체 건강보험 지출은 126조 원(국민건강보험공단, 2011), 노인 의료비는 91조 원(국민건강보험공단, 2017)으로 전망된다.


즉, 향후 건강보험 지출의 50% 이상이 노인 의료비에 투입될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은 노인의 의료비 지출이 증가하는 이유는 급성기 질환보다는 만성질환 유병률이 높기 때문이며, 만성질환의 예방 및 관리체계 강화를 비롯해 공급자를 독려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수가에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이 연구위원은 "만성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금연, 금주, 운동 등 건강한 생활습관 형성, 건강관리 프로그램 참여, 동네 의원을 통한 단골 주치의 제도 등 광범위한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라면서, "1차 의료기관에서 노인성 만성질환을 전담 · 관리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수가에 반영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물론 노인 의료비 증가가 건강한 고령화 현상, 사망 직전 의료비 감소 등으로 우려하는 수준보다는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문케어에 따른 추가 재정 소요액을 2022년까지 30조 6000억 원으로 예측했지만, 급여화되는 서비스의 수가 결정 및 그에 따른 의료 수요 변화, 병원 종별 의료이용 패턴, 공급자의 행태 변화 등에 따라 재정 소요액이 달라질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은 "급여화로 인해 기존 비급여 서비스 가격보다 수가가 낮아진다면, 수익 보전을 위해 다른 비급여를 창출하는 비급여 풍선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국민이 체감하는 의료서비스 가격이 인하돼 발생하는 수요 증가 효과까지 반영한다면 보험자 부담금은 상당히 증가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회예산정책처(2017)에 따르면, 현행 보장률을 유지할 경우 2022년 건강보험 지출은 82조 7000억 원으로 추계되지만, 문케어를 반영하면 2022년 건강보험 지출은 91조 원으로 약 8조 3000억 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미 발표된 문케어를 2023~27년에 반영하게 되면 지출 규모가 52조 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연구위원은 문케어 시행에 있어서 공급자에 대한 지불제도 개선과 의료서비스 전달체계 효율화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했다.
이 연구위원은 "의료서비스 전달체계의 경우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지역 거점 병원들의 질을 높여야 하며, 1차 의료기관과 상급병원 간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라면서, "적정 수가 보전을 토대로 진료량 기반의 행위별 수가제, 총액 기반의 총액계약제, 성과 기반의 가치 기반 지불제도를 혼합해, 신포괄수가제 등 한국 보건의료 실정에 맞는 새로운 지불제도를 고안 · 적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