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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보건의료연구 중심? 환자 · 시민 참여에 있다

연구 초기에 일반 대중 · 시민 참여하면 더 나은 의사결정 이뤄져

보건의료 임상연구 과정에서 환자 · 시민 참여(Public and Patient Involvement, 이하 PPI)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지난 26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열린 '환자 중심의 보장성 강화 정책과 공익적 임상연구 추진 전략' 정책 세미나에서 영국 국립보건연구원(이하 NIHR) 사이먼 드네그리(Simon Denegri, 이하 사이먼) 연구 책임자가 '영국 보건의료연구에서 환자 · 대중 참여 지원 체계'로 발제했다.



영국에서는 일반 대중의 탄탄한 보건의료연구 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며, 일반 대중의 연구 과정 참여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도 잘 형성돼 있다.

일반인의 지원을 받는 체계는 ▲기부금 ▲정치적 지원 ▲자발적 참여 문화 ▲사회 기여 등 네 가지로 나뉜다.

기부금과 관련해 사이먼은 "일반 대중들의 기부금을 받고 있다. 보건의료연구 지원에 대한 의사 표명과 동시에 지원을 하는 시민단체가 다수 존재하고, 이들을 통해 확보하는 예산은 약 16억 파운드 정도이다."라고 말했고, 정치적 지원과 관련해서는 "시민들이 과학자들이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연구 허용을 해달라고 시 · 도 의원들에게 활발히 요청한다. 시민들의 정치적 지원이 없다면 연구가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참여 문화와 관련해서는 "영국에는 이타주의 문화, 임상연구 자원 문화 등이 잘 형성돼 있다. 최근 진행된 NIHR 주도 임상연구에 무려 3백만 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참여하겠다고 나섰다. 담당 주치의와의 의논으로 참여를 결정하기도 하고, 미디어 · 언론 등 중요한 임상연구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자발적으로 참여를 결정하는 사람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사회 기여와 관련해 "영국 국민 자체가 '나와 친구, 내 가족을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 시민들은 기회가 있으면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라면서, 이 같은 요소 덕분에 영국의 경우 보건의료연구에 대중이 참여하는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사이먼은 "2006년 NIHR 창립 시 단순히 '대중에게 참여 기회를 부여하겠다', '대중 힘을 키워서 정치적 지원을 끌어내서 특정 연구가 진행될 수 있게 하겠다' 등을 넘어서서 '대중이 가진 통찰력을 기반으로 더 나은 연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해보자'는 것이 있었다."라고 했다.

NIHR가 정의하는 'PI(Public Involvement, 시민 참여)'는 일반 대중에 관한 혹은 '위한' 연구를 수행하는 게 아니라 일반 대중과 '함께' 연구를 추진하는 것이다. 

즉, 연구자 · 환자는 동등한 입장에서 연구를 함께 진행하는 파트너 관계이다.

사이먼은 "NIHR는 처음부터 '대중 · 환자 참여를 어느 수준까지 중요하게 여길 것이다'라는 명확한 목표 설정을 했다. 그래서 연구비 지원을 받는 연구자 · 기관은 자신들의 연구와 관련된 아이디어를 도출하는데 대중을 얼마나 어떻게 잘 참여시켰는가를 반드시 입증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연구비 지원을 받는다."라면서, "이는 추가 연구비 등 추가 지원 심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심사 기준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NIHR가 시민 참여를 얼마나 중하게 여기고 있는지 업무 철학이 명확히 드러난다."라고 자평했다.

NIHR은 분산된 여러 하부 조직으로 이뤄진 조직이다. 사이먼은 "여러 하부조직을 NIHR로 묶어주는 요소는 두 가지이다. 예산으로서 조직들을 아우르는 것이 한 가지이고, 반드시 시민 참여를 업무 핵심으로 한다는 운영 원칙이 한 가지이다."라고 말했다.

인볼브(INVOLVE)는 NIHR을 대신해 시민과 관계를 형성하는 업무를 맡은 NIHR의 하부조직이다. 인볼브에 대해서 사이먼은 "이 기관에서 관련 업무를 하면서 얻은 교훈은 어떤 특정한 조직이나 시민의 참여를 제대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인력 · 자원 등 재원 확보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시민 참여는 저절로 발생하지 않으며, 충분한 관심 · 투자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영국에서는 몇 주 전 시민 참여 기준을 도출했다. 즉, 시민 참여를 어떠한 가치 · 원칙 기반으로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며, NIHR는 모든 하부기관에 이 문제를 전달했다. 이 기준은 연구자, 일반인, 보건의료 전문가 등의 의견을 전부 반영해 마련한 것이다.



또, 영국에서는 국민참여위원회 등 위원회를 만들 때 위원회에 참가하는 사회 각 부문의 구성원이 해당 사회 부분에 대한 대표성을 가지길 항상 기대한다. 사이먼은 그러한 대표성을 항상 기대한다는 것에 약간의 무리가 있음을 언급했다. 

예를 들어 어떤 특정한 과학자가 과학계를 대표한다고 해도 동료 과학자들의 의견을 전부 대변할 수는 없다. 사이먼은 "각 대표자가 소속 기관에 몸을 담으면서 얻었던 통찰 · 경험을 공유해주는 것이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BRC(Biomedical Research Centre, 의생명과학연구소)와 관련해서는 "BRC는 NIHR의 하부조직 중에서 가장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기관이다. BRC는 대중과 함께 어떻게 하면 의생명과학 관련 연구를 잘 추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을 도출하는 일을 맡았다. 전략 도출에는 지역사회 리더들을 포함해 환자 · 일반 시민이 참여했다."라면서, "시민 참여를 통해 NIHR가 얻고자 했던 정보 · 결정은 '어떠한 신약 물질이 중요하니까 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자'는 결정이 아니라 '환자 입장에서 중요하게 와닿는 치료 결과가 무엇인가'에 대한 결정을 받아보자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NIHR는 대중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취지로 연구자들에게 상당한 지원을 하고 있다.

사이먼은 "연구자들이 시민 참여 개념 자체를 생소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만일 하겠다고 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을 못 잡는 경우가 많아 시민 참여 개념을 익숙하게 하려고 워크샵,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다. BRC를 통해 그러한 지원을 받은 연구자는 650명에 달한다. 또한, 이들이 실제로 시민 참여를 진행하고, 시민 참여를 좀 더 활발하게 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도출할 수 있도록 500~1000파운드 정도의 소규모 연구비를 지원하기도 한다."라고 했다.

NIHR는 시민 참여를 업무 일부에 내재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이먼은 "NIHR가 하는 모든 업무에 시민 참여를 항상 반영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NIHR 과제를 위해 연구비 신청을 하는 경우 과제 제출 시 서류 심사 과정에서 심사위원으로 일반 시민이 참여한다. 또한, 과제 발표 심사에서도 최소 2~3명 정도의 일반 시민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일반 시민이 던지는 표는 전문가들의 표와 동등한 권한을 부여받는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예상하지 못한 결실을 얻었다고 했다.

사이먼은 "과학 측면에서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일반 시민 위원들이 벌써 수천 명 이상 양성이 돼 있는 상태이다."라면서, "이들은 환자, 연구자, 다른 시민 대상으로 NIHR의 어떠한 연구의 중요성에 대한 홍보대사 역할도 같이 해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NIHR는 연구를 신청하는 연구자 대상으로 다소 특이한 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다.

사이먼은 "연구자 대상으로 자신들의 연구에 대한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대중을 참여시키는 방법을 알려주고, 일반인 대상으로 연구 과제를 설명할 기회를 준다. 일반인 눈높이에서 적절한 난이도로 연구 과제를 설명하고, 일반인들로부터 피드백 · 질문받는 기회를 선사한다."라고 말했다.

즉, 연구 설계부터 시작하여 모든 과정에서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한다. 만일 일반인들과의 협력 의지가 없거나 시민 참여의 중요성을 알지 못하는 연구자는 NIHR의 지원 · 인정을 받지 못한다. NIHR는 모든 연구 과정에서 대중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는 신호를 NIHR와 함께 일하는 연구자들에게 보내고 있다.

급여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노력도 환자와의 협력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Priority Setting Partnerships, PSPs).

사이먼은 "과거에는 임상연구에 참여하기 위해서 환자가 연구기관을 찾아왔으나, 이제는 반대로 연구기관이 환자가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 환자가 사는 환경 속에서 어떤 특정한 치료 · 중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아보는 접근을 취하고 있다. 환자가 우리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우리가 그들에게 간다는 개념이 상당히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PSP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는 "PSP 프로그램을 통해 연도별로 정했던 주제에서 가장 중요한 상위 열 가지가 무엇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노력했고, 2006년도부터 시작하여 해마다 주요 주제들을 달리 해나가고 있다. 이미 완료된 PSP가 50건이 넘고, 40여 개가 현재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NIHR가 진행하는 연구가 맥락이 있는 연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임상연구 설계 · 진행에 이 같은 결과를 잘 반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연구 초기에 일반 대중 · 시민을 참여시킬수록 더 나은 의사결정이 이뤄진다고 했다.

일례로 영국에는 전립선암 치료제와 관련한 유명한 비교연구가 있다. 연구 초기에 피험자 모집이 안 되고 있었는데, 연구자 입장에서는 이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아주 많은데도 왜 피험자 모집이 안 되는지를 몰라서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었다. 

이에 일반 시민 대상으로 연구자가 문제를 호소할 기회를 가졌는데, 이 문제의 원인은 모집 문구에 일반인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의학적 용어가 섞여 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일반인들의 설명을 듣고 나서 문구 하나를 수정하는 것 하나만으로도 모집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또한, 영유아 대상으로 보청기의 효과성을 평가하는 연구에서 보호자들에게 주 1회 병원을 내원해 보청기 효과를 테스트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보호자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내원하는 일이 어려워 테스트를 못 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때 연구자들은 봉고차를 개량해 보청기 테스트 장비를 싣고 피험자 집을 방문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연구 설계를 바꾸자 모집이 상당히 빠르게 이뤄졌고, 연구도 성공적으로 수행됐다.

사이먼은 "NIHR는 정부 지원을 받는 단체이기 때문에 항상 정부로부터 납세자들의 세금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증명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그런데 내가 만났던 시민 중에서 그 누구도 자신이 낸 세금이 낭비됐다고 말한 사람이 없었다."라면서, "게다가 시민 참여를 통해 진행된 연구의 경우 피험자 모집이나 연구 진행이 훨씬 더 빠르고 완벽하게 이뤄졌다. 정신건강과 관련한 임상연구들을 수백 번 정도 분석한 결과 시민 참여가 잘 이뤄졌던 연구는 그렇지 않은 연구에 비해 목표 달성할 확률이 약 4배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임상연구에서 시민 참여와 관련해 '접근성' 문제가 있다고 했다. 

사이먼은 "일반 대중의 83%는 보건의료 관련 연구가 매우 중요하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32%는 보건의료 연구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내지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라면서, "연구가 가장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항암제 분야만 하더라도 임상연구에 대해 들어본 환자가 전체 환자의 3분의 1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을 바꾸기 위해 큰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환자와 좀 더 많이 접촉하고, 눈높이에 맞춘 접근성이 있는 정보를 만들며, 연구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영국에서는 일반 대중, 연구자, 보호자, 환자 등과 많은 대화를 진행하기 위해 다양한 채널들을 활용하고 있다. 

사이먼은 "'We Are Research' 매체의 경우 임상연구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큰 노력을 하고 있으며, 지역별로 피험자 모집을 진행하는 임상연구들을 환자들이 검색해볼 수 있는 시스템도 있다. 또한, 임상연구 자료들을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여 자료를 볼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추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향후 주요 추진 분야는 빅데이터 활용이라고 했다.

사이먼은 "영국 내 존재하는 환자 빅데이터를 연구 목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는 맥락을 만들고자 한다. 사실 이 부분에서는 일반 대중과의 대화가 바람직한 방식으로 이뤄지지는 못했다. 3년 전에는 대중이 거세게 반발해서 환자 관련 데이터를 연구에 전혀 사용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오는 5월부터는 환자들이 자신의 빅데이터가 연구에 활용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경우 사용되지 않게 하는 옵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사이먼은 "환자 · 일반인 눈높이에 맞춘 프로그램을 논의 ·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연구 맥락에서 빅데이터 활용이 왜 중요한지 일반인들의 이해도를 개선하고 보다 바람직한 방식으로 추진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사이먼은 "#globalPPInetwork는 PPI 업무를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선진화된 내용들을 공유하고 상호 배우는 취지로 마련했는데, 한국에서도 같이 해줬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