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우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미흡해 건강 사각지대에 놓인 산모가 많아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한 실정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이 5일 발간한 '산후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지원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울증을 경험했거나 제왕절개한 산모, 저소득층 산모인 경우 산후우울증에 좀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양육과 가사 부담, 남편과의 불만족스러운 관계 등이 산후우울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 연구에 참여한 보사연 이소영 연구위원 · 임지영 연구원 및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이하 이 연구위원 등)는 보고서에서 "산후우울은 산후우울증의 가장 약한 형태인 산후우울감과 산후우울증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산후우울증보다 정신적 손상 상태가 더 심한 산후정신병의 경우 자살과 영아 살해의 위험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라고 언급했다.
산후정신병은 대체로 출산 2주 후에 발생하고 ▲극대화된 사고의 혼란 ▲기이한 행동 ▲시각, 후각, 촉각 등 흔치 않은 환각 ▲망상 등의 증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산후우울증과는 구분된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가 지난해 발표한 정신질환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요우울장애를 경험한 성인 여성 10명 중 1명이 산후우울증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2015년 발표된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 · 복지 실태조사에서 출산한 기혼 여성 중 산후우울증에 대해 진단 · 상담한 사람은 전체의 2.6%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2016년 2월 확정한 '정신건강 종합대책'에서는 산모의 산전 · 산후 우울증 관리 강화를 위해 ▲보건소, 건강가정지원센터, 육아종합지원센터를 중심으로 부모 대상 자녀 양육 교육을 강화하고 ▲산부인과 검진 또는 영 · 유아 건강검진 시 부모 대상으로 우울, 불안 등 정신과적 문제를 스크리닝해 산후 정신건강 문제를 조기 발견하며 ▲고위험군으로 선별됐을 때 정신 의료기관과 연계하고, 아이돌봄 서비스 · 일시 보육을 우선 제공하며, 고운맘 카드의 사용처 확대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산후우울 스크리닝을 위한 산전 산후 우울증 검사조차 시행하지 못하고 있어 구체적 실행 방안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9월 12일 산전 · 산후우울증 검사 · 치료 · 교육 등의 서비스를 국가 ·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내용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산후우울증 유병률을 살펴보면 ▲산모의 출산 연령이 24세 이하일 때 가장 높게 나타났고 ▲소득이 적을수록 유병률이 높았다. 또한, ▲배우자가 없는 경우 ▲비취업자 ▲경산 ▲제왕절개 ▲임신 전 우울증 등이 산후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최근 3년 이내에 출산한 기혼 여성 중 산후우울증 진단 · 상담을 받은 기혼여성은 2.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후우울증 진단 · 상담과 관련해 ▲대학원 졸업 이상의 고학력 산모 ▲출산을 두 번째 이상 경험한 산모 ▲도시 거주 산모 등에서 의료 접근성 · 이용도가 높게 나타났다.
산후우울증에 대해 진단 · 상담을 받은 여성이 이용한 기관으로는 정신건강의학과가 43.6%로 가장 높았고, 산부인과 31.5%, 보건소 11.7% 순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위원 등은 "전문적인 치료를 할 수 없는 산부인과나 보건소의 이용 비율이 비교적 높다는 것은 이들 기관을 거점으로 해 초기 진단 · 상담을 진행하고, 정도가 심한 때는 정신건강의학과로 연계해 주는 것이 효율적인 서비스 전달 체계임을 시사한다."라고 했다.
한편, 출산 후 1년 이내 산모 대상으로 시행된 심층면접 분석 결과에 따르면, 산후우울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의 어려움 ▲엄마로서의 삶에 대한 적응 ▲육아 정보의 부재로 오는 심리적 두려움 ▲양육과 가사 부담 ▲남편과의 불만족스러운 관계 등인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산후우울 완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산후우울과 관련된 인지 수준 ▲남편, 친정어머니, 친구 등 가까운 사람에게서 받는 지지 ▲양육 부담의 완화 ▲음악 · TV 감상, 독서, 취직 등 자신만의 시간 갖기 등이 있었다.
이 연구위원 등은 "출산 후 산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보는 산후우울과 관련된 정보, 정부 지원과 관련된 정보, 육아와 관련된 정보로 구분된다. 특히, 산후우울과 관련해서는 산후우울에 관한 정보뿐만 아니라 산후우울 진단지 · 산후우울 관련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 · 육아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홍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또한, "산모들은 산후우울증에 대한 인식 개선 및 교육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육아에 대한 남성들의 인식이 먼저 개선돼야 하며 아빠 대상의 육아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할 수 있도록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 육아휴직제도가 내실화되고 직장 문화가 개선되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라고 했다.
심층면접에서 산모들은 ▲돌봄 서비스 지원 ▲재정 지원 ▲상담서비스 지원이 필요하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되도록 상담 서비스가 내실화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연구위원 등은 "상담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큰 이유는 신생아를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에서도 단순히 기관을 방문해서 받는 것이 아니라 전화 상담 더 나아가 방문 상담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산후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정책 지원 방안과 관련해 이 연구위원 등은 첫 번째 단계로 연구 · 교육을 강조했다. ▲산후우울에 대한 포괄적인 개념 정리 및 산후 정신건강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자료의 구축 ▲이를 토대로 하는 연구의 활성화 ▲가임기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산후 정신건강 교육과 홍보 ▲관련 서비스 · 기관의 확충 등이다.
두 번째 단계인 생애 주기에 따른 체계적 지원과 관련해서는 ▲임신 전부터 개인 맞춤형으로 임신 · 출산에 관한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혼인신고 시에 무료상담 안내 책자와 쿠폰 등을 제공해 상담받을 수 있도록 하고 ▲배우자도 임신과 출산의 전 과정, 특히 산후 정신건강과 관련된 지식을 습득해야 하며, 육아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더 나아가 ▲임신부터 출산 후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해 주는 조산사, 방문간호사 등 준전문직을 활용한 지원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고 ▲가정 방문 사업 중심으로 지원 정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연구위원 등은 "▲정신건강 종합대책의 하위 수준으로 산후 정신건강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필요하다. ▲산후우울증 유병률을 산출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도 있다. 또한, ▲우리나라 실정에 적합 · 표준화된 산후 정신건강 관리 지침을 개발 · 보급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산후우울 예방 · 치료 비용 부담의 완화를 위해 ▲국민행복카드 사용처를 확대하고, 산후우울증 진단자에 한해 지원 금액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배우자의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한 직장 문화 조성 및 육아휴직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며, ▲'찾아가는 방문 서비스', '전화 상담', 관련 앱 개발 등을 통한 접근 방식을 고민해 전달 체계를 더욱 다양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아빠의 육아 참여는 산모의 정신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는바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더 나아가 사회 전체적으로 아빠의 육아 참여에 대한 인식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