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최대집 집행부의 상임이사 23명 인선에 여성은 단 3명으로, 이와 관련해 여성 의사들이 소신을 밝혔다.
한국여자의사회(이하 의사회)가 지난 28일 오후 6시 코리아나호텔에서 제29대 이향애 신임 회장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제29대 의사회의 주요 사업은 ▲사업 소관 부회장들과 역할 분담 ▲상근 각오로 회무 집중 · 실천 ▲회원 친목 · 학술교류 ▲의료계 한 축으로 의사회 위상 정립 ▲한국여성의사 120년사 편찬 ▲미션 '참된 의사 · 현명한 여성 · 건강사회 지도자' 달성 등이다.

이 회장은 주요 사업으로 '한국여의사 120년사' 편찬 사업 추진을 꼽았다.
편찬 사업에 관해 이 회장은 "현대식 의학교육을 받은 최초 여의사는 1900년 볼티모어 의대를 졸업한 박에스더이며, 그로부터 여의사 역사가 120주 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라면서, "초창기 여의사들은 선각자적 정신으로 일제 치하에 항거하면서 민족혼을 되살리는 데 앞장서 왔다. 우리 의사회는 역사를 되살려 회원들의 자존을 높이고 선배들의 혼을 이어받아 의료전문가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삼겠다는 의지로 '한국여의사 120년사' 편찬사업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주최한 제2차 전국의사총궐기대회와 관련해 "우리 의사회는 의협 산하조직이 아니지만, 여의사들도 의협 회원이며 실제 소속된 구의사회, 시의사회, 특별분회에서 의협 회원의 책임 ·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의협 한 축으로서 더 긴밀히 협력해 의협을 지탱하는 든든한 기둥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일 궐기대회 때 우리 의사회가 처음으로 깃발을 앞세워 의협 산하 단체와 같이 의협에 힘을 보탰다. 의사회는 향후에도 의료계를 지키고 발전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며, 의협도 의사회를 동반자로서 이해 · 협조 · 지원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세계여자의사회에서 주류가 될 수 있도록 국제 교류에 힘쓰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2020년 세계여자의사회 서태지역 국제학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조직위원회를 적극적으로 도와 준비에 차질이 없게 하겠다."라면서, "상근 개념으로 회무에 집중하고, 회원들을 찾아다니며 발로 뛰면서 소통을 이루고자 한다. 특히 관심을 쏟는 것은 대외협력이며, 의사회 차원의 네트워크 확장이다."라고 말했다.
이후의 질의응답을 메디포뉴스가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의협 집행부에 여성 비율이 너무 낮다.
의협 상임이사 중 여성이 3명(김정하 의무이사, 홍순원 대외협력이사, 안혜선 사회참여이사)이다. 대신에 각종 위원회에 여성 비율이 높다. 최대집 회장과 집행부 임원들이 여성을 많이 원해서 공문도 많이 온다. 오늘도 모 위원회에 여성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 의협 상임이사 23명 중 여성 3명은 13%인데, 추무진 집행부는 20%가 넘었다. 비율이 상당히 줄었고, 여성을 홀대하는 듯싶다.
이 사안에 대해 논하고 싶지 않다. 추무진 때보다도 덜하다고 소리 내는 것은 좀 그렇다. 이는 타 집행부 사정으로, 남의 집 사정이다.
◆ 의협 부회장에 단 한 번도 여성이 당선된 적 없다.
우리의 고민이다. 제70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홍춘식 대의원이 여자의사회장을 당연직 부회장으로 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그런데 최장락 대의원이 여자의사회는 의협 산하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그러한 혜택을 줄 수 없다고 답했다. 맞는 말이며, 가슴에 와닿았다.
이번 총회 때 많이 배웠다. 오는 워크샵에서 이 문제를 놓고 심도 있게 토론해 답을 구해볼까 생각 중이다.
◆ 의협 집행부 내에서 여자의사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은?
5월 20일에 총궐기대회를 했는데, 여자의사회 최초로 깃발을 세우고 연대사도 했다. 이 나이에 맨 앞에 나와서 끝까지 부르짖었다. 또, 청와대 앞까지 가두행진도 했다. 우리는 의협 산하단체가 아니지만, 열심히 협조하여 소속감을 느꼈다. 이렇게 금년에 처음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 대외협력 현안은?
의협의 가장 큰 현안이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내세우는 문재인 케어의 저지이다. 향후 의협에서 계획이 나오면 의협과 동일한 의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그게 바로 대외협력이다. 우리가 따로 나서서 얘기하는 게 아니라 그런 것이 협조다.
◆ 양성평등에 관한 생각은?
우리는 양성평등으로 나가고 있고, 대립 관계 입장은 생각하지 않는다. 양성이 다르다는 입장에서 서로를 배려 · 이해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사실 양성평등은 의료계가 가장 늦다. 정부기관 산하에 교육부, 보건복지부, 국토부 등 각종 위원회가 많다. 내가 국토교통부 산하 자동차공제분쟁조정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는데, 여성가족부 장관과 모임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전체 위원장 중 여성은 3% 미만이다.
정부위원회 여성 참여율 법정기준은 40%로, 한쪽 성별이 10분의 6을 넘지 말아야 한다. 적어도 여성 비율을 40% 이상 올려야 한다. 그런데 위원장은 3% 미만이지만, 위원회는 40%를 넘어선 기관이 많다. 10분의 6에서 향후 50 대 50으로 될 것 같다. 그런데 의료계는 여자 교수 비율이 굳건히 낮다. 이를 우리가 집중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우리 바람대로 됐으면 한다.
◆ '의료기관 성폭력 대응 표준 매뉴얼' 추진 현황은?
금년 우리 의사회에서 매뉴얼 개발을 위해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에 연구정책으로 신청했다. 여성 변호사들과 함께한다. 의료기관 내 성폭력 건수와 관련해 현재까지는 퍼센트가 나온 게 없다. 현재 설문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중이다.
그런데 성폭력은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더 힘든 게 사실이다. 기관에 가해자가 없으면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해 어쩔 수 없이 존재해야 한다. 만일 해당 가해자가 병원에 없으면 환자가 줄어들고 수익이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결국은 예방과 보호가 중요하다.
현재 내규가 존재하는데, 해당 건을 내규에 붙이지 말고 법률적으로 제한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그런데 이는 국회의원 소관이며, 법률적 여건까지 갔으면 좋겠다는 정도로 끝났다. 내규를 현재 손보고 있는데 좀 늦어져서 5월이 아니라 6월 내지 7월 정도를 예정하고 있다.
◆ 올 초 임신 전공의 추가수련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적정수련 시간 파악 현황은?
이 문제를 지금 의료정책연구소에 신청했다. 임신 전공의 문제는 정말 중요하다. 연구 신청 중이며, 전공의들과 의논해 조만간 시작할 예정이다.
◆ 여자의사회가 그간 큰 발전이 없었다.
모든 회원이 느끼는 사안이다. 그런데 이를 내가 여기서 답할 상황은 아니다. 과거 선배들이 했던 것에 대해 내가 그렇지 않는다고 공표할 수 없고, 나 또한 확실한 답이 없어서 원하는 답변을 줄 수 없다. 의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워크샵에서 고민하여 회원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도록 컨센서스를 만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