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자 치료는 암세포만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암 주변 정상 조직의 손상은 줄이기 때문에,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치료의 효과성을 높인다.
생존율이 낮은 간암 · 췌담도암 등에서도 우수한 치료 효과가 나타났으며, 보험 급여 실시로 치료 비용도 절감할 수 있어 '암환자를 위한 마법의 탄환'으로 불린다.
이러한 양성자 치료를 국내 처음으로 도입한 국립암센터가 의료 입자 방사선 치료 국제심포지엄 기념 기자간담회를 29일 고양시 소재 식당에서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은숙 원장과 ▲공선영 대외협력실장을 비롯하여 ▲김태현 양성자치료센터장 및 양성자치료센터 소속 ▲김연주 박사 ▲이세병 박사 등이 참석했다.

이은숙 원장은 인사말에서 "10년간 양성자 치료는 국내에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양성자 치료센터에서 큰 노력을 한 결과 암 대부분에 보험이 적용됐다."면서, "이러한 가운데 의료입자방사선연구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국제심포지엄에서는 입자 방사선 분야 전문가 2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0년의 결과물이 발표된다."라고 했다.
김태현 양성자치료센터장은 "국립암센터 개원 이후 양성자 치료를 결정했을 때 꽤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처음에 없었기 때문에 설치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02년 개원 후 2007년 첫 치료를 시작했고, 지난해 10년을 맞이해 심포지엄을 개최하려고 했으나 내가 센터장을 맡은 지 얼마 안 돼 준비를 제대로 못 했다. 그래서 11년째인 금년에 하기로 결정됐다."면서, "예전에는 10년, 15년 경력의 의사를 특진 의사라고 불렀다. 이는 경험이 상당히 쌓였다는 얘기이다. 우리도 양성자 치료를 처음 할 때와 비교해 현재는 치료에 상당히 익숙해져 있고, 많은 경험을 축적했다."고 입을 열었다.
최근 연구성과와 관련해 김 센터장은 "생존율이 낮은 간암 · 췌담도암에서 양성자 치료가 매우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였고, 간암에서는 간 기능이 좋지 않은 등의 이유로 수술할 수 없거나 재발한 8cm 이하 단일종양 환자의 경우 1년 내 90% 이상 완전 관해를 보였다. 3년 생존율은 74%이었으며, 불량한 예후를 가진 종앙혈전증을 동반한 국소진행성 간세포암 환자는 다른 치료와 병용해 2년 50%라는 획기적인 생존율이 나타났다."라고 했다.
수술이 불가능한 췌장암 환자도 양성자 치료를 통해 수술적 절제를 한 환자와 유사한 치료 성적을 보였다고 했다.
췌장암 생존율에 관해 김 센터장은 "수술이 필요한 조기 췌장암 환자는 치료를 통해 22개월가량 생존한다. 예후 나쁜 환자까지 포함하면 18개월 정도 생존한다. 양성자 · 항암제 치료를 병행하면 19.5개월 수준이다. 보통 항암제 치료 시 10개월 내지 11개월 생존하는데, 이에 비하면 양성자 치료가 훨씬 낫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다르다. 10개월이든 22개월이든 그게 그거라고 한다. 이 치료를 하면 몇 개월 산다고 얘기했더니 보호자가 환자의 치료 의지를 꺾는다고 화를 냈다."라고 했다.
양성자 치료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보는 암종 중 하나는 바로 안구암으로, 희귀암이지만 생기면 대부분은 안구를 적출한다. 그러나 양성자 치료를 통해 암세포만 정확하게 타격해 없애고, 안구 · 시력을 보존할 수 있다.
문성호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 전문의는 "가장 흔한 안구암인 맥락막 흑색종에서 양성자 치료 후 3년 동안 치료 부위에서 더는 암이 생겨나지 않는 국소종양 제어율이 95%, 3년 생존율은 100%에 달했다."고 언급했다.
이외에도 폐암 등의 흉부암에서의 양성자 치료 성과가 보고됐다. 서양권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 전문의는 "수술이 불가능한 1기 폐암 환자의 경우, 양성자 치료 후 3년 국소종양 제어율이 85.4%에 이르며, 특히 종양 크기가 3cm 이하인 경우에는 94%에 이를 정도로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면서, "1기 식도암에서도 3년 국소종양 제어율이 90%로 수술과 비슷한 치료 성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양성자치료센터와 관련하여 김 센터장은 "양성자치료센터는 의사만으로 구성된 조직이 아니며, 의학물리학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양성자 기계가 정확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유지 · 보수하는 팀이 존재한다. 이 팀은 처음에는 고생했지만 10년간 많은 경험을 쌓아 현재 안정적으로 기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학물리학자인 이세병 박사에 관해 이 원장은 "양성자 기계는 방사선종양학과 의사 없어도 돌릴 수 있지만, 의학물리학자가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만큼 의학물리학자가 양성자 치료에서 중요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실제 치료 시 의학물리학자가 없으면 의사들이 곤란을 겪는다."면서, "삼성서울병원이 양성자치료센터를 오픈하면서 우리 센터에서 의사보다는 의학물리학자를 더 많이 데려갔다. 의학물리학자가 없으면 의사가 있어도 치료를 못 한다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의학물리학자 양성과 관련하여 국립암센터에서는 아카데미 · 펠로우십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기존 X선이나 감마선을 이용한 방사선 치료는 조사되는 방사선이 암세포뿐만 아니라 주위 정상조직 세포까지 손상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양성자 및 중입자는 원하는 깊이에서 흡수 후 급격히 사라지는 브래그 피크(Bragg peak)라는 물리학적 특성이 있다. 양성자나 중입자는 이 브래그 피크라는 특성을 이용해 암세포만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암 주변 정상조직의 손상은 줄인다. 따라서 치료효과는 높이면서 치료에 따른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다.
양성자 · 중입자 치료의 차이점과 관련하여 김 센터장은 "중입자 치료는 탄소빔으로, 양성자에 비해 무거운 입자인 탄소 등을 이용한 입자 방사선 치료의 한 방법이다. 탄소빔은 생물학적으로 암을 죽이는 능력이 X-선보다 2.5배 내지 5배 정도 더 뛰어나다. 문제는 암 세포를 잘 죽이지만, 정상세포도 잘 죽인다는 점이다."라고 언급했다.
중성자 6개와 양성자 6개가 모여서 탄소-12가 되는데, 중성자는 양성자의 고유한 특성인 브래그 피크(Bragg peak)가 없다.

김 센터장은 "중성자 · 양성자가 섞여 있는 형태여서 양쪽의 임펙트를 모두 가지기 때문에 브래그 피크를 만들 때 깨끗하게 안 된다. 또, 아직은 중입자 치료를 시행한 임상치료 사례가 적고, 임상연구가 적어 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가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가격도 양성자 치료보다 3배 내지 5배 비싸다. 금액이 상상하는 수준을 뛰어넘기 때문에 비용 대비 양성자 치료가 더 적절한 방법이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18세 미만 소아암 전체, 성인은 ▲흉부암(폐암, 식도암 포함) ▲복부암(간암, 췌담도암 포함) ▲두경부암(안구암 포함) ▲뇌종양 ▲방사선 치료 부위 재발암에 양성자 치료 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즉, 보험 급여 실시로 2~3천만 원이 들던 한 주기 치료(평균 20일, 20회)가 1~5백만 원으로 크게 낮아졌다.
김 센터장은 "현재 국내에 양성자 치료를 시행하는 기관은 우리 센터를 포함해 단 2곳이다. 향후 기관 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서울대를 비롯해 2곳 내지 3곳 기관이 양성자 도입을 준비 중이다."라고 언급했다.
이와 더불어 김 센터장은 "지금은 장비를 업그레이드를 해야 할 시기로, 국립암센터 발전에 있어서 국가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양성자의 보험수가는 수익이 나는 구조가 아니다. 센터 설립 취지가 양성자 치료로 수익을 내려는 목적이 아니었다. 그런데 장비를 계속 사용하다 보니 유지 · 보수까지는 할 수 있지만, 업그레이드는 할 수 없다. 현재 예산 문제로 벙커(방사능 차폐실)를 비워두고 2개만 채워서 치료하고 있다.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고, 빈 벙커를 채워 넣는 등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국립암센터는 2011년부터 저소득층 환자를 대상으로 양성자 치료비 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오고 있다.
김 센터장은 "어떤 기관에서도 저소득층 대상으로 무료 양성자 치료를 하지 않는다. 우리 센터에서는 의료급여 1종 환자는 100% 무료로 해준다. 지난해 30명 이상 무료 치료가 이뤄졌고, 지난해 1억 5천만 원가량 무료 지원됐다. 금년에도 1억 정도 무료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지만, 병원 지원으로 하기에는 액수가 커서 복지부에 지원을 요청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