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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감염관리료 일부, 감염관리전담의사 인건비로 책정해야

감염관리인력에 충분한 급여 지급 및 정규직 보장 필요

적절한 보상으로 감염관리전담 의사가 감염관리에만 집중하게 해 감염관리의 효율성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화학요법학회가 30일 오전 8시 50분 순천향대 서울병원 동은대강당에서 감염관리의사 교육을 실시했다. 이날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감염내과 김탁 교수가 '감염관리전담 의사 헌신의 대가로 얻어지는 환자의 안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현재 우리나라 감염관리 의사 제도는 과도기적 성격으로, 미국의 감염관리 초기 역사와 비슷한 형태를 보인다. 단지, 정부의 주도적인 감염관리인력 양성 계획 없이 민간기관 · 학회에 인력 양성을 맡긴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감염 관리는 감염내과 · 소아감염 · 임상미생물 전문의 등 소수의 감염병 전문가 및 감염관리사 헌신을 기반으로 한다. 특히, 감염관리에 대한 별도 수가 산정 · 지원이 전무한 상황에서 병원에서는 감염관리 인력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못했다.

2015년 발생한 메르스 사태로 감염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 업무로 변화했다. 정부는 감염관리료를 신설하고, 감염관리간호사 및 감염관리 의사를 병상 수에 맞춰 일정 수준 이상 채용하게끔 유도했다.

우리나라 감염관리 의사 제도의 문제점으로 김 교수는 ▲전문성을 지닌 감염관리 전문의 부족 ▲불확실한 감염관리 업무 평가 ▲감염관리 의사 · 감염관리전담 의사에 대한 보상 등을 지적했다.

감염관리전담 의사 양성을 위한 체계적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인증된 자격을 부여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연간 일정 수준의 교육만 이수하면 감염관리 비전문가도 감염관리 의사로 등록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한 비공개 조사에 따르면, 감염관리 관련 전문의가 아닌 감염관리 의사가 실제 감염관리 업무에 참여하는 경우는 10%에도 미치지 못했다."면서, "질병관리본부 주도 하에 전문적인 기관에서 1년 이상의 실습 · 이론을 겸비한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이에 따라 감염관리전담 의사를 양성하여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인증평가 기준과 다른, 감염관리 의사 역할에 부합하는 평가 기준이 개발돼야 한다고 했다.

감염관리 의사로 인정받기 위한 업무 평가와 관련하여 김 교수는 "현재 주 20시간의 감염관리 업무를 수행하도록 돼 있지만, 20시간의 업무를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은 없다. 20시간의 기준은 증빙 자료를 만들기 위한 행정 업무를 야기하고, 특정 시간에 업무를 제약하여 비효율을 야기한다."라면서, 정량적인 평가를 위한 업무 시간 기준을 폐기하고, 감염관리 의사 업무를 명확히 규정할 것을 주장했다.

감염관리료 일부를 감염관리전담 의사 인건비로 책정해, 감염관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감염관리 의사와 감염관리전담 의사를 구별해 감염관리료를 차등 지급하고, 이렇게 지급한 감염관리료를 감염관리전담 의사에게 지급해야 한다. 감염관리료는 병원에 수익이 되지만, 감염관리 의사에 대한 별도 보상은 대부분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감염관리 업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은 감염관리전담 의사가 감염관리에만 집중하게 하여, 창의적 · 적극적인 감염관리 여건을 마련해준다."라고 했다.

한편, 과도한 업무는 감염관리전담 의사의 스트레스를 높이고, 직업 만족도를 낮춰 효과적인 감염관리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김 교수는 "감염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감염관리 업무도 증가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이후 사소한 문제도 감염관리 인력의 자문 · 결정에 의존한다."면서, "2012년 연구에 따르면, 감염관리업무 지위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경우 스트레스 · 역할 충돌은 적고 직업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높은 스트레스, 낮은 급여, 감염관리 업무에 대한 교육 · 정보 부족은 직업 만족도를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감염관리 인력에 충분한 급여를 지급하고, 정규직 지위를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감염관리 의사의 업무 스트레스, 만족도, 역할 충돌 등에 대한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다. 관련 조사를 시행해 감염관리 의사가 감염관리 업무를 잘 수행할 여건을 조성하는 근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감염관리 의사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 및 유의미한 결과를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감염관리전담 의사 제도로의 이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감염관리 인력의 업무 종류, 보상, 스트레스 등에 대한 현황 파악이 필요하며, 이를 근거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전에는 헝그리 정신으로 감염관리를 했지만, 이제는 투혼만으로는 안 된다. 메르스 사태는 우리 사회에 막심한 피해를 가져다줬지만, 인식의 변화를 일으켰다는 점에서 값어치가 있다. 헝그리 정신으로는 감염관리를 할 수 없는 시대이니만큼, 시스템을 충분히 갖추고 학회를 비롯하여 병원 의사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