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9일 김순례 의원이 대표발의한 ‘모든 일회용 의료용품 재사용 금지’를 주요 골자로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7월17일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됐다.
김 의원은 제안이유에서 “현행법은 의료기기 등 의료용품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인한 감염 등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주사기, 주사침, 수액세트 등의 일회용 주사 의료용품의 재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한 대형종합병원에서의 신생아 집단 사망사건과 같이 의료용품의 부적절한 사용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하고, 언론보도를 통해 요도삽입관, 레이저 시술용 바늘 등과 같은 일회용 의료기기의 재사용 문제가 지적되면서 일회용 주사 의료용품의 재사용만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규정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했다.
개정안의 내용은 재사용 금지 대상 의료용품을 ‘일회용 주사 의료용품’에서 모든 ‘일회용 의료용품’으로 확대함으로써 환자의 안전 확보에 기여하고자 함(안 제4조제6항 및 제36조제8호)이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정성균 대변인은 18일 오후 2시 용산 임시회관 7층에서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회용 의료용품 사용 및 처리에 적절한 수가 책정과 보상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 대변인은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 환경에서, 구체적 재원마련이 제시되지 않은 이번 개정안은 또다시 의료기관에 대한 규제만을 강화하는 개정안이다. 이는 모든 감염관리의 책임을 일선 의료기관에 전가하는 것이므로 개정안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했다.
모든 일회용 의료용품에 대한 재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감염의 모든 원인이 의료용품 재사용에서 기인하는 것처럼 인식되어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대변인은 “소독 또는 멸균처리 후 재사용이 가능한 의료용품의 사용까지 위축시켜 폐기물 감축 및 재활용 촉진을 장려하는 기존 정책과도 상충된다.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를 초래하여 전체 의료비용을 상승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어 보다 많은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한 후 재검토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대변인은 “의료폐기물은 매년 증가추세(2013년 14만4000톤→2017년 20만 7000톤)로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의료시설 및 의료폐기물 발생량이 지속적으로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대책마련도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했다.
굳이 시행한다면 선 보상 후 시행을 제안했다.
정 대변인은 “만약 개정안과 같이 모든 일회용 의료용품 재사용 금지를 추진하고자 한다면, 우선적으로 의료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일회용 의료용품 전체에 대한 적절한 보상책(일회용 의료용품 및 의료폐기물 처리 비용 등에 대한 적절한 수가 마련 또는 비급여 청구) 마련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및 기금마련 등 예산확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대변인은 일회용품에 대한 보상이 필요한 사례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정 대변인은 “의료용품 폐기 처리비용을 제외하더라도, 현재 관절경적 회전근개 봉합술의 일회용품 구매가는 드릴 20만원, 절삭기 20만원, Arthrocare 55만원, 펌프용튜브 10만원, 봉합용바늘 20만원 등 총 125만원이 소요되지만, 의료기관에 지급되는 수가는 수술당 관절경재료대 32만원뿐(실제 구매가의 ¼수준만 지급됨)이다.”라고 지적했다.
정 대변인은 “수술 중 사용하는 절삭기 비트(뼈 제거용 고속드릴 팁, 두개골 천공기 팁. 두개골 절단톱 등)의 경우 뇌, 척추 수술을 위해서는 뼈 제거 과정 중 상황에 맞는 다양한 절삭기 비트(팁)을 여러 개 사용해야만 환자의 안전이 확보되므로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개의 절삭기 비트(팁)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건강보험 재정문제 등을 이유로 일부만 수가로 인정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정 대변인은 “그 밖에도, 신경차단술, 파괴술 및 고주파술에서 사용하는 각종 특수바늘(천추천자침, 경막외천자침, Chiba needle, 골생검침, 고주파 바늘 등)과 무균 알코올, 일회용 소독포, 주사기 등 치료재료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수가 반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회용 의료용품의 명확한 개념 등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대변인은 “일회용 의료용품의 명확한 개념 정립과 범주 설정, 각과에서 사용하는 의료용품 중 일회용 의료용품과 재사용 가능한 의료용품의 분류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의료기술의 변화와 신의료기술 개발에 따른 신규 의료용품에 대한 분류체계 등의 면밀한 검토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정 대변인은 “특히, 소모품의 경우 일회용과 재사용 가능한 의료용품이 혼재되어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일률적으로 모든 일회용 의료기구에 대한 재사용 금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더ᅟᅵᆫ다.”면서 “일회용 의료기구에 대한 분류가 명확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일선 의료기관의 혼란은 물론, 무분별한 자원의 낭비가 발생할 것이다. 이는 의료원가의 상승으로 이어져 한정된 재원 속에서 의료비 지불이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 의료체계에서 그 피해가 다시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므로 반드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일회용 재사용 금지와 같은 규제는 재정지원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재강조 했다.
정 대변인은 “현재에도 건강보험의 재정 상황 등의 이유로 급여 인정되지 않은 수술비, 진료비, 재료대 등에 대해 의료기관에서는 환자들에게 최선의 진료를 위하여 손해를 감수하면서 치료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의료기관과 의료인이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면서 “따라서, 정부나 국가에서는 선량한 의료인까지도 잠재적 범법자로 만들 수 있는 이번 개정안과 같은 규제강화 법안보다 예산을 투입하여 의료인이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며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