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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빅5 공공병원인데…비정규직 · 최저임금으로 노동자 울리는 서울대병원

공공운수노조 민들레분회, "차별 중단하고 동등하게 대우해야"

지난해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을 매년 15.6% 인상해 2020년까지 1만 원으로 인상하고,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하여 2020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20만 5천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공병원인 서울대병원의 청소노동자를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며, 정규직 전환은 병원의 합의 위반으로 노 · 사 · 전문가 협의체 회의조차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에 소속되어 있는 서울대병원 민들레분회(이하 민들레분회)가 31일 오후 1시 서울대병원 본관 1층 로비에서 최저임금 1만 원 수준의 임금 인상과 정규직 전환을 위한 협의체 진행을 촉구하는 파업출정식 ·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민들레분회는 지난 3월부터 서울대병원 본관 및 어린이병원 청소 용역업체들과 함께 서울대병원 측에 최저임금 1만 원을 요구하는 단체교섭을 진행해 왔다. 

민들레분회에 따르면, 용역업체들은 '최저임금 인상 이후 퇴직금 인상분을 원청인 서울대병원에서 도급비에 반영하지 않아 힘들다'는 이유로 기본시급 100원(월 20,900원) 전후의 임금 인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17년 차 청소노동자의 월 임금은 기본급 152만 원에 각종 상여금 · 수당을 전부 합해도 겨우 2백여만 원에 불과하다.

서울대병원 비정규직인 이연순 민들레분회장은 "만일 서창석 병원장(이하 서 병원장)이 우리 요구를 안 듣는다면 청와대까지도 갈 수 있다."면서, "곧 3주기 의료기관 평가인증제가 다가온다. 이번에 반드시 정규직화를 이뤄내야 한다. 정규직화를 안 해준다면 인증제 때 병원을 박살 내겠다."라고 말했다.

이 분회장은 "우리는 최저임금 1만 원보다도 더 받아야 한다. 서울대병원이 이렇게 깨끗할 수 있는 건 청소노동자 덕분인데, 서 병원장은 우리 노고를 모른 척 한다. 하루빨리 청소노동자 정규직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정규직인 최상덕 민들레분회장은 "우리는 차별을 중단하고 동등하게 대우해달라는 아주 소박한 요구를 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모두 같은 노동자인데 정규직 · 비정규직으로 나뉘어 가슴이 아프다. 정규직이라는 단어가 나를 굉장히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라고 입을 열었다.

최 분회장은 "서울대병원과 노조는 직접 고용한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하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합의를 끌어냈다. 이로 인해 모든 비정규직이 잠시나마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우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서울대병원은 노사 합의를 거부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간절한 목소리를 뭉개버리고 희망을 짓밟았다. 이러한 양아치 같은 행태를 부리는 서울대병원을 정부와 고용노동부가 왜 관리 · 감독하지 않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했다.

서울대병원의 운영 형태를 지적했다. 

최 분회장은 "▲본원은 정규직, 어린이병원 · 암병원은 하청 비정규직이 감당하며 ▲본원 환자급식은 정규직, 어린이병원 환자급식은 하청 노동자가 하고 있다. 청소노동자도 병원 건물마다 업체가 다 다르다."면서, "서울대병원의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은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그런데 서울대병원이 지나치게 이윤을 추구하여 청소노동자에게 정규직 노동자의 이름을 빼앗아갔다. 비정규직 · 정규직, 업체, 임금 · 고용 등으로 노동자들을 갈라놨다."라고 지적했다.

현정희 의료연대본부장은 "이렇게 우리가 투쟁에 나서기 전인 지난해에 서 병원장이 알아서 정규직화를 해야 했다. 금년 1/4분기에는 정규직화하기로 합의했음에도 서 병원장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서 병원장은 우리나라 공공병원을 운영할 자격이 없다. 진정 병원을 나가야 할 사람은 서 병원장이다."라고 지적했다.

현 본부장은 "2015년 메르스 창궐 당시 비정규직 청소노동자의 설움이 극에 달했다. 모든 환자의 병실 · 물품을 점검 · 청소하는 우리에게 병원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마스크 하나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지금, 이 시각 부산에서 메르스 의심환자가 발생했다. 이 메르스가 다시금 퍼지기 전에 정규직화를 이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듣기로는 서울대병원에서 직접 고용하는 형태의 정규직화가 아닌 자회사를 꿈꾸고 있다고 한다. 우리 요구는 자회사가 아니라 서울대병원 정규직이었던 2000년도와 동일하게 정규직화해달라는 것이다."라고 했다.

서울대병원은 ▲헬스커넥트, 이지케어텍, SNUH 벤처 등 자회사 3개와 ▲이지메디컴, 인더스마트 등 출자회사 2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헬스커넥트는 서울대학교병원과 SK텔레콤의 합작 투자를 통해 차세대 ICT 융합의료서비스 ·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2012년 출범했다. 그러나 출범 당시부터 지속적으로 전형적인 의료영리화 · 민영화라고 뭇매를 맞았고, 매년 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25억 5,173만 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면서 약 256억 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현 본부장은 "서울대병원이 내년 2월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는 자회사 '이지케어텍'의 상장을 추진하여 이윤을 보겠다고 언론에 보도했다. 아픈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공병원이 적자 · 흑자를 논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서울대병원은 사람의 생명 · 안전을 무엇보다도 소중히 해야 한다. 더는 자회사 설립으로 적자 · 흑자를 논하며, 사람장사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대병원 임종필 홍보팀장은 31일 메디포뉴스와의 통화에서 "민들레분회가 주장하는 처우 개선 문제는 그들이 속해있는 회사에서 논의해야 한다. 우리는 그들을 직접 고용한 입장이 아니며 원청이기 때문에 직접 나설 수 없다. 간접 고용 인력을 정규직화하는 문제는 노사 양측이 논의 중이지만, 입장 차이가 존재해 진행이 안 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임 팀장은 "이러한 상황을 노조가 몰라서 그런 게 아니라 매번 원청이 나서주기를 원하는 것 같다."면서, "병원 신분이 아니지만, 병원에서 일하는 이들을 정규직화하는 것이 정부 입장이어서 이는 처우 개선과 별개로 현재 논의되고 있다."라고 짧게 덧붙였다.

다음은 민들레분회가 발표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서울대병원 민들레분회 소속 청소노동자들은 근로조건 개선과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위한 총력투쟁을 선언한다. 

우리는 서울대병원 서창석 병원장에게 묻고 싶다. 만약 병원장이 서울대병원에서 15년 이상을 일했음에도, 주5일이 아닌 주 6일을 새벽부터 일했음에도 임금이 200만 원에 불과하다면 가만히 있겠는가? 만약 병원 대표로서 노동조합과 합의를 했는데 노동조합이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가만히 있겠는가?

온갖 차별과 저임금 속에서 살아왔던 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들에게는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인 '최저임금 1만 원', 출범 이후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라는 2개의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희망은 고문이 되고 있다. 

원청인 서울대병원은 '우리와는 상관없는 사람들이다'라는 무책임한 발언을 쏟아내고, 용역업체는 최저임금 인상 이후 퇴직금 인상분을 원청인 서울대병원에서 도급비에 반영하지 않아 힘들다는 미명하에 2019년 최저임금인 8,350원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기본시급 100원 전후의 임금인상안을 제시하며 청소노동자들을 우롱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 역시 노동조합과 합의를 했음에도 회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2018년 12월 안에 정규직 전환을 완료하라는 정부 지침에 있음에도,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 · 사 · 전문가협의체 구성에 대한 노동조합과 합의기 있음에도 서울대병원은 공공운수노조 간부가 대표단에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를 들어 협의체 회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우리는 고문이 되고 있는 희망을 또 다시 희망으로 만들기 위해 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선언한다. 우리는 오늘 투쟁을 시작으로 모든 차별을 쓸어버리고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병원, 환자들이 믿고 올 수 있는 안전한 서울대병원을 만들기 위해 물러섬 없는 투쟁을 진행할 것임을 선언한다. 

2018년 7월 31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