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뜨거운 테마로 자리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미래에는 환자가 자기 의료데이터를 직접 관리하는 일이 가능해져 개인 · 기업 간 의료데이터 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0일 오후 1시 정보행정동 제1세미나실에서 '4차산업혁명 시대의 병원 경영과 블록체인' 주제로 열린 후마니타스암병원 경영심포지엄에서 메디블록 이은솔 대표(이하 이 대표)가 '블록체인 기반 개인건강기록' 주제로 발제했다.
지난 한 해를 뜨겁게 달군 블록체인 기술은 거래 기록 · 관리 권한을 중앙기관 없이 P2P(peer-to-peer) 네트워크를 통해 분산적으로 블록(Block)으로 기록 · 관리하는 기술로, 비트코인 · 해외송금 등에 응용되고 있다. 블록체인의 장점은 △탈중앙화 △보안성(원본성) △투명성 △안정성으로 대변되며, 느린 처리속도와 저장 용량 급증 등이 단점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어떤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이 필요하다고 판단됐어도 블록체인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 블록체인은 탈중앙화, 투명성, 무결성을 위한 도구로써 사용할 수 있으나 그 외 역할은 현존하는 IT 시스템을 반드시 써야 한다. 향후 기술이 더 발전해도 이를 넘을 수 없다. 자기 프로젝트에서 필요한 부분을 적절히 구상해서 서비스를 만들어야 소비자에게 의미 있는 서비스로 발전한다."라고 말했다.
의료시스템은 △종이차트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전자의무기록) △EHR(Eectronic Health Record, 의료기관 간 의료정보 공유 시스템) △PHR(Personal Health Record, 개인건강기록) 순으로 발전했다.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EMR도 등장했다. 즉, 환자 데이터가 전자의무기록 형태로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되며, 이를 기반으로 진료가 이뤄진다.
정부 · 병원 · 보험사 · 개인 모두가 희망하는 시스템은 EHR과 PHR이다. A병원에 간 B환자가 C병원에 갔을 때 각 병원이 보유한 EMR을 통합한 의료데이터 EHR을 이용해 진료 편의를 도모하며, 보건복지부가 2009년부터 추진하는 진료정보교류 시범사업이 EHR 구축에 해당한다. PHR은 스마트폰,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개개인의 디바이스에서 수집된 각종 의료 정보로, 이를 통해 개인이 의료정보를 주도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며, 필요한 주체에 자기 데이터를 직접 전달할 수 있다.
이 대표는 "미래에는 EHR · PHR이 공존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우리 회사는 PHR에 집중한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EHR을 동시 적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도 구상 중이다."라고 말했다.
PHR은 스마트폰, 가정용 의료기기 등으로 자기 의료데이터를 스스로 관리하는 개념이다. 동네의원부터 상급종합병원까지 내원으로 발생하는 의료기록을 스마트폰에 저장해 본인이 관리하고, 본인의 걸음 수 · 심박동수 · 혈당수치 기록을 제약회사 등에 넘겨주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 신뢰성 문제가 발생한다.

이 대표는 "요즘 우리는 스마트폰 데이터를 신뢰하지 않는다. 타인에게 사진을 전송할 때도 포토샵을 한 번 하고 보낸다. 보험 청구를 예를 들면, 의료데이터로 보험 청구 시 전치 4주를 16주로 조작해 보낼 수도 있다. 이렇게 전자문서 형태로 의료 데이터를 교환할 때 해당 데이터를 신뢰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우리는 의료데이터에 신뢰성을 부여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환자에게 데이터가 전달되면 이와 동시에 데이터 해시값이 블록체인에 똑같이 저장되며, 타임스탬프도 찍힌다. 만일 환자가 제삼자에게 자기 데이터를 넘겨줄 경우 데이터의 해시값을 구하고, 블록체인의 타임스탬프 · 해시값을 확인해 신뢰성 여부를 알 수 있다.
이 대표는 "우리가 하는 일은 블록체인이 가진 무결성 및 타임스탬프 기능을 환자 데이터에 적용해 데이터의 신뢰도를 부여하는 일이다. 예전에 이 과정을 어느 회사나 정부기관이 하겠다고 얘기가 나왔다. 만일 한 회사가 이 일을 주도해 진행한다고 가정하면, 모아 놓은 데이터로 어떤 일을 할지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그간 수백 개의 PHR 회사가 존재해도 아직 제대로 서비스하는 회사가 없었다."면서, "한 주체가 데이터를 모두 관리하지 않고, 환자가 데이터를 직접 관리하면서 그에 대한 무결성 증명을 블록체인으로 할 수 있다면, 실질적으로 환자가 자기 데이터의 거버넌스를 가지는 일이 가능하다. 이 점에서 블록체인이 큰 의미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PHR은 또 다른 형태로 활용이 가능하다. 데이터는 언제나 환자를 거쳐 가는데, 이를 이용하면 스마트폰 베이스로 언제 어디서나 환자의 동의를 받아 해당 환자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이 대표는 "환자가 개인 클라우드에 자기 의료데이터를 보관하며, 자기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병원 · 보험사 · 제약회사 등에 전달할 수 있다."면서, "현재는 환자 데이터를 병원에서 관리하며, 일부 병원에서는 환자 데이터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이에 반해 환자는 자기 데이터에 대한 이득을 얻지 못한다. 만일 환자가 자기 의료데이터를 관리한다면 자기 병을 연구하는 제약회사에 데이터를 넘겨서 신약을 개발하게 할 수 있다. 미래에는 개인 데이터 거래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경우 흔한 데이터보다는 희귀한 데이터를 가진 사람이 자기 데이터를 다국적 제약회사에 비싼 값으로 넘기는 일도 생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향후에는 환자가 의료데이터의 중심이 되어 환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모두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