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이 감사에서 발생하는 공단 직원의 '갑질'을 엄중히 처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공단 직원이 국민에게 부당한 행위를 행할 경우 공단 규정 · 원칙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주의이다.
공단 출입기자협의회가 11일 오전 11시 원주시 소재 공단 본부에서 이태한 상임감사(이하 이 감사)와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 감사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과 사무관 △보건의료정책관 · 복지정책관 국장 △인구정책실 · 보건의료정책실 실장 등을 역임했으며, 공단 상임감사에는 5월 4일 자로 임명됐다.
서두에서 이 감사는 "건강보험이 우리나라 의료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대단히 크다. 전 국민 의료보험이자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라는 독특한 제도를 가지고 있고, 그 제도를 상당히 효율적 ·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그만큼 의료인에 대해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부분도 많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브리핑에는 △정성화 감사실장 △손영덕 감사총괄부장 △우인구 업무감사부장 △김기형 청렴감사부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오간 질의응답을 메디포뉴스가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이 감사 외 김기형 부장의 답변은 앞에 김 부장을 붙였다.
◆ 감사실 성과 및 주요 업무 계획은?
감사실 조직은 4부 18파트로, 71명이 근무 중이다. 4부는 총괄감사부 · 기획감사부 · 업무감사부 · 청렴감사부로 △총괄감사부는 교육 · 평가 업무 △기획감사부는 재무 · 성과 · IT감사 △업무감사부는 본부 · 지사 종합 감사 △청렴감사부는 반부패 청렴업무 · 민원감사 등을 한다.
그간 성과로는 △감사원 자체감사기구 평가에서 2016년부터 2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됐고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평가에 있어 2015년부터 3년 연속 1위를 달성했다. 이는 전 직원이 공단 업무, 회계 · 재산 상황 감사를 통해 경영의 투명성 제고 및 건전한 재정운영 도모를 위해 노력한 결과이다.
그런데 공단의 문제는 한해 1천 명 이상 퇴직하고, 1천 명 이상이 입사한다는 것이다. 이는 조직관리 측면에서 굉장히 위험한데, 한편으로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공단 문화는 경직돼 있고 대규모 조직이다 보니 관료제가 심하다. 이 부분을 각별히 노력해 완화하겠다.
또, 신규채용자 중 유능한 사람이 많은데, 이들을 성장시키는 일이 공단 현재 · 미래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 감사도 가급적이면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전환해 신조직문화 창출을 선도하고, 이들에게 도움 되는 방향으로 노력할 생각이다.
◆ 감사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전환한다고 했는데 계획이 너무 추상적이다.
젊은 직원이 입사하여 공단 조직에서 일하면서 적어도 감사 때문에 실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감사실에서는 신조직문화 창출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는 종합감사를 교육적 방향으로 시행하는 것을 검토 중이며, 원인을 살펴서 그에 대한 대응을 마련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해당 직원이 이곳에서 지적받았는데 다른 곳에서도 지적받는다면 그 개인에 대한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 또, 누구든 특정 지사에만 오면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 해당 지사에 교육이 부족한지 등을 살펴야 하며, 전국에서 불특정하게 위반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 제도를 원인으로 보고 제도 개선을 생각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감사의 양태를 봐야 한다. 감사의 목적은 재발 방지이다. 어떻게 하면 그러한 감사를 줄일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비합리적인 전산시스템 탓에 지적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근본적으로 접근해 전산시스템을 바꿔서 해결하는 식의 접근이 있을 수 있다.
◆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추진에 있어 감사실 역할이 있다면?
보장성 강화는 국정과제일 뿐만 아니라 국민을 위한 중요한 정책이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리고 있어 보건복지부가 의료계와 대화 · 설득을 통해 잘 풀어나가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안다. 본 정책에 감사실이 적극적으로 가담하기는 어렵지만, 사업 추진 과정상 애로와 장애요인에 대한 사업부서 의견 수렴 · 지원방안 제시로 사업목표 달성을 지원하고자 한다. 의료기관 내 애로 등도 원만히 해결해 의료인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이번 제도의 좋은 점을 향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청렴도 조사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받았다.
공단은 △전국적으로 6개 지역본부, 178개 지사로 구성돼 있고 △전 국민 대상으로 4대보험 징수, 보험급여, 장기요양 등 업무범위가 다양하며 △임직원이 1만 5천여 명에 달하는 거대 조직이다. 즉, 민원발생 수가 많고, 크고 작은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그간 청렴도 평가가 좋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민권익위원회 주관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에서 2012년에는 5등급, 2013년에는 4등급을 받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 분석을 통해 지사현장 업무 환경 ·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청렴컨설팅'을 도입하고 △유관기관 중 최초로 익명신고시스템인 '헬프라인'을 도입해 자체 감찰과의 연계로 부패발생 위험 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익명신고는 △2016년 70건 △2017년 117건 △2018년 9월 116건으로 거의 2배가량 증가했다. 헬프라인의 역할은 향후 더욱 클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공단은 상대적으로 청렴보다는 친절을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민원서비스를 많이 하므로 공단 직원이 국민에게 하는 부당한 행위는 이제 없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도 직원 대상으로 지속적인 청렴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다. 청렴은 공인으로 일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소양이다. 즉, 청렴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 중 기본에 속하는 것으로, 이 부분에 문제가 있다면 근본적으로 조치하겠다.
◆ 익명게시판에서 최근 증가하는 내용이 있다면?

김 부장: 익명신고제 헬프라인 도입은 2013년도 하반기부터였다. 시범단계를 두세 달 거쳤는데 처음에는 우려를 많이 했다. 도입 시 음해 부분을 어떻게 차단할지 걱정도 많이 했다. 2014년부터는 전국 지사의 청렴도 교육에 헬프라인 내용을 포함해 진행했다.
헬프라인에 들어오는 내용은 초기에는 민원인이 공단에 가지는 불만 등 민원적 부분이 많았다. 이후 현장 직원들의 감사실 익명신고 제보가 늘었다. 감사실에서 투명하게 조사를 실시해 공개하다 보니 직원 민원이 증가한 것이다. 주로 인사 시기에 민원이 증가했다. 이런 사람을 어떻게 승진시킬 수 있냐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를 우리가 투명하게 처리하다 보니 승진 시기에 인사부의 신뢰를 얻게 됐다. 금년에는 갑질 부분도 들어오고 있다.
이러한 내용이 정확히 조사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34페이지의 매뉴얼을 만들었다. 매뉴얼에 따라 △확실한 증빙자료와 참고인이 존재하는 내용은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어떤 사항은 모니터링 조사를 하고 △어떤 사항은 시간을 두고 조사하며 △어떤 사항은 조사해보니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돼 더 진행하게 되면 명예훼손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답변하는 식으로 조사한다.
민원적 부분뿐만 아니라 지사에서 실명으로 거론하지 못했던 내부적 갈등도 들어오고 있다. 바로 조사하는 사항이 있고, 모니터링이나 특별감사로 조치하는 사항도 있다. 불법으로 신고돼 감사 · 징계하고, 경찰 고발까지 번진 사례도 있다.
◆ 사무장병원 정보를 직원이 알고도 묵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불법개설기관 정보를 직원이 알고도 묵인한 사실이 없다. 이는 불법개설기관 정보와 관련해 감사실에 들어온 민원이나 헬프라인의 익명 제보가 없다는 얘기이다. 그렇다고 해도 절대로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혹시라도 묵인이 발생한다면 엄단하겠다.
사무장병원 근절 문제는 모두가 고민해줬으면 한다. 사무장병원은 어떻게든 돈을 벌고 싶은 일반인과 어떻게든 돈을 '더' 벌고 싶은 의사가 매칭돼 발생한다. 이를 어떻게 차단할지는 고민을 해봐야 한다.
◆ 복지부 공무원으로서 보는 공단과 상임감사로서 보는 공단에 차이가 있다면?
약간의 차이가 있다. 공단에서 근무해보니 생각보다 좀 더 문화가 경직돼 있다. 대신에 사람들이 좀 순진한 것 같다. 공단 직원들이 자기가 하는 업무와 공단이라는 조직에 보람 · 자긍심을 좀 더 가졌으면 한다. 직원 대부분이 기가 많이 죽어있는데, 자기가 하는 일이 국민을 위한 중요한 일임을 인지하고, 일에 보람 · 자긍심을 느끼도록 도울 방법을 구상 중이다. 공공기관 중 공단이 입사 선호도에 있어 순위가 높다고 들었다. 훌륭한 인재들이 희망을 품고 입사해 실망하거나 지치지 않도록 문화를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이다.
◆ 융통성 있는 조직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계획이 있다면?
조직에서 융통성이 없어지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물론 복지부 영향도 있다. 본부가 원주로 온 것도 한 원인이다. 대규모 조직인 공단이 지역에 위치하다 보니 승진 시 지역으로 내려가야 한다. 이 때문에 직무 연속성에 있어 라포(Repport)가 형성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게 아니라면 결국 남는 것은 공식적인 규정 즉, 경직성이다. 본부가 원주로 이전하면서 부부근무자들이 기피하는 경향도 여기에 일조한다. 현재 공단에서는 인사제도를 과감하게 혁신한다는 취지의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서 인사제도도 함께 집어줬으면 한다.
◆ 공단이 성과를 내도 복지부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아 문화 자체가 경직될 수밖에 없다.
공단이 너무 빨리 포기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복지부 사무관이나 직원 · 과장 등 실무자 간 라포를 좀 더 형성했으면 하는데, 공단이 복지부와 접촉하려면 반드시 서울 · 세종시를 가야 해서 쉽지 않다. 그렇지만 사이좋게 라포를 형성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나라는 대륙법계 체계를 가지고 있고, 이에 대해 법적으로 복지부 · 공단 간 하이어라키(hierarchy, 계층 구조)가 정확히 규정된 상황이어서 이를 제도적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다.
◆ 공단 상임감사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보건복지부 공무원 역임 후 단국대 보건복지대학원 초빙교수 ·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초빙교수를 지내다가 공단에서 상임감사를 모집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복지부 공무원을 지내오면서 감사직을 희망했고, 문재인 케어 등 국가 · 국민을 위해 보건의료 분야에서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이번 공모에 지원하게 됐다.
◆ 부임 후 의료인 관련 민원에 대한 감사도 진행했는지?
아직 의료인 관련 감사를 진행한 것은 없다. 내가 주로 하는 것은 일상감사로, 이사장에게 보고되는 건에 대해 법 위반 등 문제 되는 것이 없는지를 사전에 살핀다. 종합감사는 지역의 지사를 방문해 종합적으로 도와주는 감사이다. 3일 내지 4일 정도 교육을 시행해 감사 결과를 보고한다. 공단 일산병원에 대한 기획감사는 의료인 감사라 하기 어려우며, 일산병원의 경영 실태를 살핀 것이다.
◆ 공단의 인원 구성이 지나치게 방대하다는 지적이 있다.

공단 직원 수는 관점에 따라 '많다', '적다'로 나뉠 수 있다. 이보다 중요한 건 공단이 보험자 역할을 다 하고 있는지다. 현재는 공단이 보험 프로세스에 묶여서 원래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향후 전산 쪽을 개선해 잡일이나 반복적인 일을 줄여나가려 한다. 공단은 보험자로서 주민을 찾아가 애로사항을 듣고 적극적으로 설득하며, 희망 사항을 청취해야 한다.
공단은 복지부 산하의 전국적 조직으로, 전국적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 서비스를 단순히 장기요양보험으로 돈을 지급해 제공하는 방식보다는 가까이에서 어려움을 얘기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국가 서비스를 공단이 맡아서 제공해야 한다.
임금피크제, 육아휴직 등으로 현원이 차 있는 지사는 단 한 곳도 없다. 전부 실질적 결원이 있는 상황이다. 그보다는 공단이 보험자 역할을 분명히 인식해 실질적 역할을 하면서 긍지 · 희망을 가지는 조직 문화를 조성했으면 한다.
의료와 관련해서는 보건의료실장을 역임하면서 지속적으로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즉, 국민 · 의료인이 신뢰를 진작시켜야 한다. 우리나라 의료의 큰 문제는 의사에 대한 국민 신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인간적인 신뢰까지는 기대하지 못해도 전문가로서의 신뢰는 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복지부 실장을 역임하면서 각 단체장을 전부 방문했다. 당시 단체장을 만나 신뢰를 바탕으로 보건의료계를 다시 꾸며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 생각 자체는 지금도 틀리지 않았다고 본다. 같이 가야 한다. 어느 한쪽이 희생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김용익 이사장이 적정수가를 언급하며 수가의 원가를 정확하게 해야 한다는 말에도 이러한 의미가 내포됐다고 느낀다.
◆ 부과체계 개편 관련 민원 증가가 예상된다. 또, 최근 간접세 측면에서 술 · 담배 논란이 있었는데, 이와 관련한 민원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청렴의 가장 기초는 공단 입장에서는 친절이다. 친절은 공단의 기본적 소양이다. 만일 공단 직원이 국민에게 부당한 행위를 행할 경우에는 공단 규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하겠다.
술 논란은 신문에서 봤다. 이에 대해 공단 내부에서 토론이 이뤄진 적이 단 한 번도 없고, 보고된 바도 없다.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공식적으로 거론 · 검토된 적이 없다. 주류 간접세 얘기는 국민 입장에서는 사실 당황스러울 수 있다. 국가가 자기 역할을 다 하고서도 부족하다면 그런 얘기를 할 수는 있다. 유럽의 경우 설탕에 건강증진 부담금을 부과하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술에 건강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우리가 할 토론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다.
◆ 최근 감사 현황에 대한 통계적 수치는? 7월 부과체계 개편에 따른 민원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부과체계 개편과 관련하여 대략 130만 건의 민원이 들어왔는데, 국가적인 일이어서 아직은 심한 갑질 사례가 보고되지 않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있을 수도 있다.
지난해 기준 △감사 실시는 총 162회 △1,689건이 총 조처됐다. 이 중 △징계회부는 21건 △시정 · 주의 · 경고는 1,280건 △개선 · 권고 통보는 388건 △재정상 조치는 149건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