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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관리체계 · 사실관계 파악 못 하는 질병관리본부, 국민 불안 가중

홍철호 의원 "메르스 환자, 현지병원 방문한 적 없다고 말해"

2015년 이후 3년 만에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지난 7일 삼성서울병원은 쿠웨이트 출장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A씨에게 발열 · 가래, X선상 폐렴 증상이 확인돼 보건당국에 신고했고, 보건당국은 A씨를 메르스 의심 환자로 판정해 국가지정격리병상인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했다. 다음날인 8일 A씨는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질병관리본부의 갈팡질팡한 사태 파악 탓에 국민 불안이 가중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한, 메르스 의심 환자가 발생해도 관리 시스템 부재 탓에 음압구급차 지원 요청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 음압구급차 소재 파악 어려운 음압구급차…메르스 발생 시 지원 요청 불가

김승희 의원
▲ 김승희 의원
현재 전국에 배치된 음압구급차는 총 30대가 존재하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없어 메르스 의심환자가 발생해도 음압구급차가 배치된 병원 · 소방서를 찾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질병관리본부는 격벽설치 구급차가 전국에 몇 대나 있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 · 양천갑 당협위원장)이 12일 보건복지부 · 소방청 · 강남구보건소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음압구급차' 현황 자료에 따르면, 메르스 컨트롤타워 격인 질병관리본부의 갈팡질팡한 사태 파악 탓에 국민 불안이 가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A씨가 탄 음압구급차량은 운전자 · 환자 간 격벽이 설치돼 있고, 지난 메르스 이후 각 보건소에 지원됐던 음압구급차량을 타고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의원실이 강남구 보건소에 확인한 결과, 해당 구급차는 음압구급차가 아닌 격벽이 설치된 일반구급차였고, 강남 보건소에는 음압구급차량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11일 질병관리본부는 "조사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3년 전 국가적 재난사태를 겪고도 질병관리본부가 여전히 메르스 관리 체계는 물론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 소재 음압구급차는 강동 · 서대문 소방서에 배치된 소방청 소속 차량 2대를 포함해 총 8대가 존재하지만, 관리 시스템 부재로 음압구급차를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전국에 배치된 음압구급차는 소방청 5대를 비롯해 보건복지부가 2015년 메르스 추경예산 93억 원 편성을 통해 도입한 국립중앙의료원 · 권역별 음압구급차를 포함한 총 30대가 있다. 그러나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없어, 메르스 의심환자가 발생해도 음압구급차가 배치된 병원 · 소방서를 찾지 못한다.

삼성서울병원으로부터 메르스 의심 신고를 받은 강남 보건소도 "음압구급차량이 확보된 지자체에 차량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했다. 즉, 음압구급차의 소재 파악이 어려워 지원 요청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질병관리본부가 배포한 '2018 MERS 대응 지침[제5-1판]'에서는 메르스 환자 이송 시 '격벽설치 구급차'를 이용하도록 적시돼 있다. 그러나 정작 지침서를 발간한 주체인 질병관리본부는 격벽설치 구급차가 전국에 몇 대나 있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실이 지난 10일 '시 · 도별 음압구급차 및 격벽설치 구급차 관리' 현황 자료를 요청하자, 질병관리본부는 그제야 지자체를 통해 격벽시설 응급차량 전수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서울에만 해도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소방서가 관리하는 음압구급차가 8대 있었지만, 감염병 관련 의료자원 시스템 부재로 활용하지 못했다."며, "음압구급차 활용을 위한 시스템 구축 마련과 동시에 장기적으로 음압구급차 확보에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 "메르스 환자, 현지병원 방문한 적 없다고 말했다"

홍철호 의원
▲ 홍철호 의원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경기 김포시을, 국토교통위원회)이 12일 질병관리본부 · 서울시 발표와는 달리 인천국제공항 입국 후 검역과정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가 쿠웨이트 현지 병원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말한 것을 공개했다.

질병관리본부는 "환자가 쿠웨이트 현지에서 지난달 28일 병원을 한 차례 방문했다."고 발표했고, 서울시는 소속 역학조사관으로 하여금 "환자가 현지의 병원을 9월 4일과 6일 두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홍 의원이 입수한 '환자와 검역관 간의 대화록'에 따르면, 해당 환자는 "현지 병원에 방문한 적이 없으며 약을 먹은 사실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 제공: 홍철호 의원실
▲ 자료 제공: 홍철호 의원실


홍 의원은 "대화에 의한 형식적 검역은 환자를 분류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중동국가 입국자 중 일부의 의심 증상이라도 반복적으로 나타난 경우 별도 세부기준을 근거로 검역관의 자체 판단에 의해서 검체채취 및 혈액검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검역법 개정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동국대일산병원, 메르스 유입 방지를 위한 감염관리 강화

동국대학교일산병원이 최근 국내에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함에 따라 원내 유입방지를 위한 관리강화에 나섰다고 13일 전했다.

사진 출처: 동국대일산병원
▲ 사진 출처: 동국대일산병원


현재 질병관리본부에서는 감염병 위기단계를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함에 따라 원내 메르스 유입 차단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동국대학교일산병원 감염관리실에서는 각 의료진 및 환자 접점 부서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며, 환자 진료 전 내원객의 여행력 조회를 통해 메르스 확산에 대비하고 있다. 또한, 병원 응급실 앞에 음압텐트 설치 및 전담 의료진을 배치하고 선별진료실을 운영하며, 메르스 환자 방문에 대비해 내원 환자 및 보호자의 안전을 위해 감염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동국대일산병원 감염관리 실장은 "현재 감염병 위기단계는 '주의' 단계로 한 명의 추가 확진 환자 발생 시 '경계' 단계로 격상될 수 있다."며, "동국대학교일산병원은 환자 · 보호자, 지역사회 안전을 위해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