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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의료 분야 남북 교류에서의 자금 조달, 본질적 문제 아니다

의료시스템 전체 붕괴로 돈 있어도 의료 서비스 제공 불가

흔히 의료 분야의 남북협력에 있어서 파이낸싱 문제가 제기된다. 전문가는 북한 의료 문제를 단순히 재정 조달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17일 오후 1시 쉐라톤 서울 디큐브 호텔에서 북한의료발전을 위한 한국과 서방세계의 효과적 지원 방안 마련을 위해 열린 국회 국제보건의료포럼에서 미얀마 개발연구원(MDI) 설립사업책임자인 고일동 박사(이하 고 박사)가 '베트남 도이모이 개혁이 북한의료체계발전 전략 마련에 주는 시사점' 주제로 발제했다.



고 박사는 "체제 전환과 건강 간 관계는 그렇게 고르지 않다. 전체적으로는 상황이 상당히 개선되지만, 일부 국가는 건강 상태가 오히려 나빠졌다. 러시아의 경우 예전에는 보드카를 사기 위해 온종일 줄을 서야 했다. 그런데 시장경제로 전환하면서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보드카를 살 수 있게 됐다. 기후 조건도 한몫했다. 겨우내 할 일이 없게 돼 성인 남성은 기대수명이 5세 감소하는 등 건강 상태가 매우 나빠졌다."고 입을 열었다.  

대개 남북 관계가 언급되면 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고 박사는 의료 분야의 남북협력에서는 재정 조달이 본질적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고 박사는 "통일을 전제로 했을 때 북한에서는 의료 관련 조건 부담 능력이 워낙 제한돼 있어 남한에 대규모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그 중 가장 큰 게 연금이며, 그 뒤를 의료가 잇고 있다."면서, "그러한 점에 있어서 협력 단계에서 재정 조달 자체가 직접적인 제약 요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30년 가까이 지속된 경제 침체로 의료시스템 전체가 붕괴된 상태로, 특별한 권력층이 아닌 이상 돈이 있어도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없다. 즉, 북한 의료 문제는 재정 조달 문제만은 아닌 셈이다.

고 박사는 "붕괴된 국가 의료체계를 재구성하여 원상 복귀하기는 대단히 힘들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민간의료 시스템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민간 의료 시스템이 국가 의료시스템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북한 당국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다. 상당히 정치적으로 큰 문제이다."라고 했다.

지역적 의료 수요의 변화도 언급했다.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다민족국가인 중국의 경우 도시와 농촌 간 의료서비스 질 격차가 극심하다. 고 박사는 단일 민족으로 구성된 북한의 경우 중국 수준의 지역 간 차이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고 박사는 "북한에는 몇 개의 특수 지역이 존재하는데, 해당 지역에는 접근성 보장이 거의 안 되고 있다. 만일 이러한 지역에 접근성을 부여한다면 전염성 질환 등 의료 이슈가 단기적으로 크게 발생할 수 있다."면서, "만일 북한에 전력 공급이 일차적으로 늘어난다면 상당히 많은 상수도 개량이 이뤄질 것이며, 수인성 전염병 문제가 이른 시일 안에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 협력에 있어 자금 조달 문제는 통일이 돼야만 일어난다고 했다. 

고 박사는 "남북협력 단계에서 오는 자금 조달은 세계은행, AIIB 등에서 가능하다. 이에 대한 실질적인 프로그램 운영은 당연히 보건 의료 전문 기구에서 할 수밖에 없다."면서, "당분간은 북한의료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이 정부당국 차원에서 이뤄지기는 힘들다. 그보다는 제도 · 기술 · 시범사업 선에서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 차원에서 봤을 때 적어도 의료 분야에서 자금 조달 문제는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남북협력기금이 존재하기 때문에 필요 시 자금 조달도 가능하다."라고 했다.

발제 후 패널토론이 이어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용갑 건강보험정책연구원장(이하 이 원장)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공부 목적으로 독일 베른에 거주했는데, 당시 동유럽 국가의 일차 보건의료체계는 거의 작동이 안 됐다. 작동하려면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데 국가가 거의 파산한 상황에서 그게 돌아가기는 굉장히 어렵다. 게다가 사회주의 방식의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도 존재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원장은 "과거 기준으로 사회보험은 탈국가이며, 개인 자유와 관련한 개념이 뒤섞여 있다. 당시 개념으로 사회보험 제도 도입이 일차 보건의료체계 붕괴 원인은 아니다. 그전에 이미 일차 보건의료체계가 붕괴됐기 때문이다."라면서,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보건의료체계에 자본주의 시장경제체계를 도입하면서 현실 세계에서 양립하기 힘든 두 가지 옵션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일차 보건의료체계에 해당하는 풀뿌리 의료, 건강보험제도 도입 · 확대 등이 바로 그것이다. 만일 북한 보건의료에 원조한다면 일차 보건의료체계 지원이 먼저 돼야 하지만, 건강보험 제도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40~45년간 동북권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일차 보건의료체계를 구축해 무상의료를 했지만, 1990년대에 거의 무너졌다. 무상의료 붕괴의 대안으로 더 나은 수준의 진료 · 자유 개념의 건강보험 제도 도입이 이어졌다.

이 원장은 "북한에서 건강보험 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도 중장기적으로 계속 검토하고 있다. 사회보험 제도와 일차 보건의료체계 구축 · 운영이 전혀 모순되지 않는 베트남 사례는 공단에 큰 시사점을 준다."라고 말했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추무진 이사장(이하 추 이사장)은 "한반도 평화 공존 문제에 정부가 노력을 많이 하면서 북한에서 할 일에 대한 국민 기대치가 정말로 높아졌다. 의료시스템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정말 중요한 주제이다."라면서, "한 주제로 접근하는 방식에서 어떻게 북한의 시스템을 재건하여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인지로 패러다임이 변화됐다. 이러한 생각들이 북한을 바라보며 북한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많은 이에게 공유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인적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추 이사장은 "우리 재단에서는 인적교류에 대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북한에서 조선의학회가 매년 국제 행사로 열리는데 그러한 행사를 통해서든 기회가 올 때 많은 이가 북한과 교류할 수 있게 우리 재단이 역할을 하고자 한다."면서, "북한 보건의료 시스템 지원에 대해 가장 중요하게 고민할 점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재단이 혼자서 할 수 없고, 재단이 일방적으로도 할 수 없다. 정부 · 학계 · 민간단체 등 모두가 함께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그런 역할을 하는 데 있어 개인이나 단체 이익보다는 모두가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보건의료 시스템을 어떻게 지원할 건지를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