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인력 부족을 토로하는 서울대병원이 현재 인력을 보충 중이라고 답하자 그간 만성적인 연장 · 야간근로에 시달리다 못해 인력 충원을 꾸준히 요구해온 노동조합이 크게 반발했다.

국회 교육위원회가 23일 국회 본관에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등을 대상으로 2018년도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날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비례대표)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인한 서울대학교병원의 인력 부족 현상을 지적했다.
서울대병원 서창석 원장은 "서울대병원은 주 52시간 예외 기관으로 지정돼 있으나 실제로는 주 52시간을 준수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응급성 · 긴급성 등을 고려해 인력을 보충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탄력근무제 등의 유연한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라고 증언했다.
간호 인력 부족에 대해서는 "3교대의 경우 신규 졸업생들이 나오지 않고 있어 있는 사람을 긴급하게 넣는 상황이다. 불안 불안하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서 원장의 증언과 관련하여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이하 의료연대)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허위 증언이라고 반박했다. 의료연대에 따르면, 금년 8월부터 진행된 단체교섭에서 노동조합이 서 원장에게 노동시간 단축 ·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인력 충원을 요구했으나 병원 측은 수용하지 않았다.
의료연대는 "서울대병원 간호사 2,250명의 연장근로를 줄이겠다고 했지만, 금년에 고작 6명을 충원했다. 간호사의 초과노동은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고, 현재 교대근무를 하는 간호사의 쉬지 못한 휴일 · 주휴일은 5,475일이다. 이를 해소할 인력은 단순히 계산해도 최소 24명이다."라고 언급했다.
서울대병원이 노동시간을 축소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일했어도 하지 않은 것처럼 스케줄을 조작했다고 했다. 간호사들은 근무표상에 근무로 명시돼 이미 근무를 했지만, 병원 측은 간호사들의 근무한 날을 '휴일'로 허위 변경한 것이다.
의료연대는 "월 2만 시간이 넘는 연장근로 · 야간근무 · 응급 온콜 근무로 몸살을 앓는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은 단체교섭에서 총 35명의 물리치료사 · 방사선사 · 임상병리사 인력 충원을 요구했지만, 병원은 아무런 답변이 없다. 검사실 인력은 7월 노동시간 단축 시행 이후 한 명도 충원하지 않았다."라고 증언했다.
주 52시간의 노동시간을 초과하는 부서에도 서울대병원은 인력을 배정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진단검사의학과 임상병리사는 저녁 6시 출근 후 다음 날 오전 9시에 퇴근하는 야간 · 연속근무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병원은 주간근무자에게 연장근무를 지시했고, 이로 인해 주간근무자의 주 연장근로는 12시간을 초과하는 상황이다.
전 의원은 "근로기준법에서 병원은 주 52시간 예외 업종으로 돼 있고, 서면 합의를 통해서만 주 52시간 예외를 받을 수 있다. 그 해법으로 탄력근무제를 얘기했는데, 병원이 탄력근무제를 하기 위해서는 노사 합의가 필요하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민주노총 산하의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에 소속돼 있다. 민주노총은 탄력근무제 도입을 극렬히 반대하기 때문에 지금 굉장히 불리하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전 의원은 의사 · 전공의의 경우 교수 · 수련생이라는 신분이 있기 때문에 이를 빠져나갈 수 있는 제도가 있는 것 같다며,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가면 예견된 사고를 부를 수 있다. 병원이라는 기관의 특수성에 비춰볼 때 더욱 위험천만하다. 주 52시간 기준으로 인력이 얼마나 부족하며, 병원에서 이를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실태조사라도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의 발언에 의료연대는 민주노총이 52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을 합의해 주지 않아 동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처럼 호도했다고 반발했다. 또한, 주 80시간을 일하는 전공의들의 말도 안 되는 과로를 마치 병원이 빠져나가기 좋은 제도로 소개했다며 망언이라고 명명했다.
2017년 서울대병원이 채용한 직원 중 105명은 여전히 발령 전이며, 금년 7월 진행된 공채에서 채용된 450명의 간호사도 임용후보자로 대기 중이다. 정규직 전환을 기다리는 서울대병원 비정규직은 333명으로, 이를 모두 합치면 당장 임용할 수 있는 인원이 888명에 이른다.
의료연대는 "서 원장은 가용 인원이 있는 상태에서 인력을 충원하지 않은 채 국정감사에서 거짓 증언을 했다."라면서, "병원 노동자도 사람이다. 더구나 사람 생명을 다루는 노동자이기에 충분한 휴식이 없는 과로는 환자 생명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 금년 서울대병원에서 2명의 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해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과로사를 한 2명은 병원이 노동조합의 인력 요구를 묵살하고 인력을 충원하지 않아 야간 · 연장근로를 했던 노동자였다."라고 했다.
△전공의들이 수련생 신분이어서 주 52시간 초과 근로를 할 수 있다며 다행이라는 식으로 표현하고, 병원 노동자 전체에 탄력근로제 도입을 주장한 전 의원과 △인력 충원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의 절실한 목소리를 묵살한 서 원장이 병원노동자를 기계로 여기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의료연대는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올해 노동시간 단축 · 일자리 창출 · 노동자 및 환자 안전 보장을 위해 인력 충원을 요구하고 있다. 향후 병원 측이 수용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파업 투쟁할 계획이다."라면서, 서울대병원 환자 · 노동자를 위한 인력 충원 계획 발표를 서 원장 · 교육부에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