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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건강보험 '기금화', 투명성 확보 위해서는 불가피?

정부의 통합재정에 포함해 낭비 요인 점검해야

우리나라 사회보험에서 국민건강보험(이하 건강보험)만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 자체 회계로 재원이 운용되는 가운데, 건강보험 재정을 기금화하여 국가재정 운용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기금화 논의 이전에 총액예산제 등을 전제하고, 건강보험제도 특성을 반영하는 기제를 마련해야 하며, 현행 유지 시 투명성 강화 방안을 동시에 강구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실 신영석 선임연구위원(이하 신 위원)은 5일 발간된 '보건복지 ISSUE & FOCUS' 제355호 실린 '건강보험 재정수입 관련 주요 과제' 기고문을 통해 위와 같은 생각을 밝혔다.

앞서 신 위원은 금년 9월 열린 '성공적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위한 건강보험 재정의 역할' 국회 토론회에서 국고지원 · 건강보험의 기금화 · 적립금의 적정 수준 등 동일한 주제 · 내용으로 발제를 진행한 바 있다.

◆ 국고지원, 현행 유지 시 불분명한 규정 바로잡고 한시적 지원 규정 삭제해야

건강보험 재정에서 보험료 비중은 커지고 국고지원 비중은 감소하고 있다. 건강보험 보험료 수입은 2012년 이후 연평균 7.03%씩 증가했지만, 정부지원금은 4.86%씩 증가한 것이다. 

보험료 방식으로 운영해도 예방 · 건강 증진 · 공공의료 등은 분명한 국가 책임 영역으로, 사회보험을 실시하는 대다수 국가에서는 인구 고령화로 보험료 수입만으로 급여비를 충당할 수 없어 국고를 지원한다. 

신 위원은 "중산층 이하 계층은 세금 대비 보험료 부담이 높지만, 고소득층은 적게 부담하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보험료 인상보다는 세금을 통한 국고지원 증가가 형평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라고 했다.



자영업자는 소득 투명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보험료 인상 시 임금근로자 반대에 직면하게 된다. 실제 보험료를 인상하면 부담이 더 늘어나서 고용을 주저하게 되는데, 사회보험에 대한 의존으로 정규고용률은 8~10%, 전체고용률은 5~6% 낮춰진다.

보험료에 대한 지속적 의존은 고용 · 성장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세금을 통해 부담을 분산해야 한다. 즉, 근로소득 중심의 보험료 하중을 낮추고 세금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신 위원은 "피고용자에 대한 부담의 경우 전체 노동비용에서 노동비용 · 고용자의 실제 수령 입금 간 차이가 차지하는 비율이 조세 격차로 측정된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 촉진을 위해 세금 · 사회적 비용 부담을 제한하고 있어 조세 격차가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라고 언급했다.

2001년 건강보험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해 2002년 제정된 국민건강보험재정건전화 특별법에서는 국고지원 규모가 법적으로 명시됐고, 동법 만료 이후 2007년부터는 국민건강보험법 · 국민건강증진법에 근거를 두고 2022년 12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국고 · 건강증진기금이 공단에 지원되고 있다. 법정 지원 기준은 일반회계지원금 14%, 건강증진기금 지원금 6% 등 매해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가 지원된다.



신 위원은 "실제 지원액은 보험료 예상 수입의 20%와 상당한 괴리를 보인다. 2007년 이후 보험료 예상 수입의 20%와 실제 지원액 차이를 합하면 18조 원을 초과하는데, 실제 보험료 수입 대비 정부지원금 비율은 2007~2017년 평균 15.45%에 그치고 있어 예상 보험료 수입의 20% 기준에 현격히 미달한 상태다."라고 지적했다.



건강증진기금은 당해 연도 부담금 예상 수입액의 65%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어 재원 활용에 한계가 있다. 예상 보험료 수입의 6%를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하게 했으나 지난해 기준 보험료 수입에서 건강증진기금 지원 비율은 약 3.8%로 나타났다.



국고지원 관련 쟁점에는 △한시적 지원 기간 △지원 근거 모호 △지원 기준 산정 문제 △건강증진기금 재원 활용의 한계 △부족 지원액에 대한 정산 절차 부재 △건강보험 재정 규모에 연동된 국고지원 등이 있다. 

신 위원은 "현행 지원체계를 유지하되 △해당 연도의 보험료 예상 수입액을 전전년도 보험료 수입의 20%로 변경해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전전년도 보험료 수입액의 100분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을 일반회계에서 지원 △전전년도 보험료 수입액의 100분의 2에 해당하는 금액을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하는 등 불분명한 규정을 명백하게 하고, 한시 지원 규정을 삭제하는 대안이 있다."라면서, "국고지원 규모의 증가율을 일반회계 증가율에 연동하되 부족한 재원은 간접세 방식으로 별도 확충하는 대안도 있다."라고 제시했다.


 
◆ 건강보험 기금화, 현행 유지 시 투명성 강화 방안 강구해야

건강보험을 제외한 모든 사회보험은 재정수입 · 지출이 기금 형태로 운용되는데, 건강보험은 유일하게 기금 형태가 아닌 공단 자체 회계로 재원이 운용된다. 기금 운용 시 정부 통합재정에 포함돼 일반적 기금 운용 계획 · 결산 절차를 따르며, 재정 운용 시 국회의 심의 · 의결을 거치게 된다.

기금화 찬성 측에서는 △낭비 요인 점검 등으로 국가재정 운용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고 △기금화 시 건강보험 지출 규모가 사전에 결정되기 때문에 총지출을 예상할 수 있는 지불제도로 변경되어 총진료비 지출 규모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에서는 △국회가 건강보험 수입 · 지출을 결정하면 정치적 의사 결정이 개입돼 재정건전성이 오히려 악화하고 △제도 운영 방향은 재정 증가 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건강보험 본래 목적에 위배되며 △건강보험은 단기 보험이기 때문에 장기적 지불준비금으로 기금을 운용할 필요성이 적고, 기금으로 관리할 실익이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유재길 부위원장(이하 유 부위원장)은 "건강보험재정 기금화는 실익이 불분명하지만, 당사자 자율 자치 원리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라면서, "공단에 대한 투명성 확보 문제는 제기돼야 한다. 기금화는 반대하지만, 공단의 투명성 확보 면에서 거버넌스 부분은 개혁돼야 한다."라고 했다.

신 위원은 "기금화 도입을 위해서는 건강보험 재정을 예측 · 강제할 총액예산제 등의 환경이 전제돼야 한다."라면서, "기금화 전환 논의와 더불어 기금화 시 건강보험 제도 특성을 반영할 기제 마련 및 현행 유지 시 투명성 강화 방안을 동시에 강구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한편,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은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지난해 기준 20조 7,733억 원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하여 건강보험이 단기 보험임에도 필요 수준 이상으로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적립금 규모를 감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38조(준비금)에서는 당해 연도 총지출의 50%까지 법정준비금을 적립하도록 규정하는데, 건강보험 지출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해당 기준으로 인해 적립금이 필요 이상으로 과다해질 수 있다는 우려이다.

이와 반대로 문재인 케어로 보장성이 확대되면서 적립금 규모가 단시간 내 소진되며, 중장기적으로 재정 불안 요소가 산재해 있어 일정 수준의 적립금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 현경래 박사는 2015년 발표한 '건강보험의 안정적 재정운용을 위한 법정준비금 개선방안' 연구보고서에서 적립금 규모를 3개월 이내 보험급여비로 제안했다. △보험급여 충당 부채 △경기 불황 · IMF 경제 위기 △신종감염병 등 예기치 못한 비상사태 등이 동시 발생할 경우를 가정해 2.7~3.6개월분의 보험급여비를 준비금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위원은 "보험급여 충당 부채 · 경제 위기 등에 대비한 적립금 보유는 타당성이 희박하다. 예기치 않은 전염병 발병 · 의료이용량 급증에 대비해 최소 1개월분의 급여비 이상을 적립하되, 국민 부담을 고려해 최대 3개월분의 급여비 이내에서 관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