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의약품(Generic Drug, 복제약) 명칭을 국제일반명으로 통일해 전 세계 보건의료 전문가 · 과학자 간 정보 전달 · 의사교환을 원활하게 하고 환자에게 안전한 의약품을 처방 · 제조하자는 세계 추세에 발맞춰, 우리나라에서도 환자 중심 의약품 제조를 위한 INN 제도 도입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재단법인 의약품정책연구소가 7일 오전 9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국제일반명(International Nonproprietary Name, 이하 INN) 정책의 세계적인 추세와 한국에의 시사점'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세계보건기구(이하 WHO)의 INN 정책 현황과 국가별 정책 도입의 중요성' 주제로 발제에 나선 라파엘라 발로코 메타밸리(Raffaella Balocco Mattavelli) WHO 성분명 프로그램 그룹장(이하 박사)은 WHO의 핵심 사업인 INN의 추진 과정 · 방향과 INN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INN 제도는 제네릭 의약품을 세계 공용의 일반명으로 통일하는 것으로, 의약품을 제조사가 부여한 상품명이 아닌 성분 · 효능 · 안전성 정보 등을 모두 반영한 하나의 명칭으로 통일하는 취지로 추진됐다. INN은 △고유한 명칭이고 △소리 · 철자의 구별이 뚜렷하며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다른 이름과 혼동되지 않아야 한다. 또한 △WHO에 의해 공적 영역으로 정식 구분되며 △약제 물질을 구분하는 데 아무런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INN은 어근 시스템을 사용한다. 약리학 · 화학적으로 연관된 물질의 이름 모두 접두사 · 접미사 등 공통 어근이 존재하는데, 이 접두사 · 접미사는 해당 물질이 어떤 그룹에 속하는지를 알려준다. 접두사 · 접미사는 둘 다 사용되기도 하고, 하나만 사용되기도 하며, 상표법하에서 보호를 받는다.

박사는 "신청자 대부분은 새로운 어근을 원하는데, 이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ac'이라는 어근은 항염증제 유도체를 나타내는데, 15년 전 새로운 그룹인 '-coxib'가 생성되면서 많은 제품이 '-coxib'를 사용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coxib'를 사용한 한 제품에서 부작용 문제가 발생해 시판이 중지되지 아무도 '-coxib'를 붙이고 싶어 하지 않게 됐다."라면서, "'-pristone'을 사용하는 낙태유도약 미페프리스톤(mifepristone)의 경우 낙태 이미지 때문에 선호되지 않는다. 낙태 반대주의자들이 '-pristone'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낙태를 종용한다고 주장하여 '-pristone' 대신에 'prisnil'이 사용되는데, 사실 이 두 가지는 같은 것으로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세계보건총회(World Health Assembly, WHA)에서는 WHO 회원국들에 상표명이 아닌 INN을 사용해 특허권 만료 이후 도입된 제네릭 의약품을 홍보 · 판매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박사는 "효능이 동일한 제네릭 의약품은 오리지널 브랜드 약품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국가 정책에서는 재정 측면을 무시할 수 없고, 재정이 풍부한 국가마저도 재정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치인 · 보건의료인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현재 제네릭 의약품을 더 많이 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 제네릭 의약품 사용 도모 정책이 필요하다."라면서, "약사가 의사 처방전에 기재된 오리지널 의약품을 대신해 환자에게 적절한 의약품 정보를 제공함과 더불어 동일한 효능의 제네릭 의약품을 대체조제할 수 있게 하는 다양한 정책 옵션을 사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INN이 제네릭 의약품 처방 · 상호호환 · 대체조제를 위한 필수적인 첫 번째 단계라고 강조했다. 박사는 "INN은 국제사회에 걸맞은 글로벌 언어이다. 약사들이 대체조제 시 의사 · 약사 간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굉장히 좋은 언어이다. INN을 통해 의사 · 약사가 긴밀히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굉장히 심플한 언어이다. 단순한 것이 최고로 정교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요 외국 INN 정책 도입 현황' 주제로 발제한 장석구 FIP(세계약사연맹) 정책위원회 위원(이하 장 위원)은 "약사들은 가능할 때마다 제네릭 의약품을 선택 · 조제함으로써 헬스케어 시스템의 안전성 및 최적의 환자케어를 보장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치료 효과를 저해하지 않으면서 약제비 지출을 감소시키고, 치료 순응도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장 위원은 "규제 프레임워크는 제네릭 의약품을 활성화하기 위한 약사 역할을 촉진해주는 핵심 역할을 한다. 처방 · 조제의 오류를 줄이고, 의약품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및 환자에 대한 효능 · 안전보장을 위해 의사들의 INN 사용이 더 장려돼야 한다. 의사에게 대체조제 사실을 고지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등 제네릭 대체조제의 장애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면서, "최적화된 제네릭 의약품 사용 촉진과 INN 처방을 국가 차원으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규제 · 전문가의 상호협력이 더해진 긍정적 환경을 조성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했다.

서동철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교수(이하 서 교수)는 '한국에서의 INN 정책 도입 필요성 · 고려사항' 주제로 발제했다.
서 교수는 "INN 도입으로 의사 · 약사 간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을 이뤄 메디케이션 에러를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제네릭 처방의 비중을 올려서 의료비를 줄이자는 것이다."라면서, "전 세계적으로 제네릭 시장은 그 비중이 매우 크며, 미국의 경우 500조 가까이 되는 의약품 시장에서 제네릭이 150조를 차지한다. 처방 수를 보면 90% 가까이가 전부 제네릭이다."라고 언급했다.
서구와는 달리 우리나라 제약회사에서는 브랜드된 제네릭 제품을 많이 팔고 있고, 제네릭 · 오리지널간 가격에 차이가 없어서 환자가 제네릭을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다. 의사 · 약사에게 주어지는 재정적 인센티브도 미미하며, 제네릭으로 처방해야 하는 정책 · 시스템이 발달해 있지 않다.
서 교수는 "의사가 제네릭을 처방하면 충분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거나 전자처방을 하게끔 유도하는 방안이 있다. 한편, 외국의 경우 고가 약을 쓸 때 허가받도록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에서 불가능한 방법이다. 제네릭 · 브랜드를 처방할 수 있는 리스트를 만들어서 의사에게 제공하는 방법은 우리나라에서 가능하다."라면서, "약사의 경우 대체처방 시 의사에게 고지하는 시스템을 단순화하거나 없애야 한다. 환자에게는 제네릭 처방이 아무 문제가 없음을 교육하고, 제네릭 정책을 상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