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병원에서 의사 면허증이 없는 의료기기 영업사원 등에게 대리수술 · 수술보조를 하게 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이를 기점으로 대리수술 의혹이 全 의료기관 문제로 일파만파 험하게 번져나가고 있다.
수술실 내 CCTV 설치 등 사회적 논의가 한층 거세지는 가운데, 수년 전부터 다른 맥락으로 전문의 간 대리수술이 성행했던 성형외과에서는 대리수술 문제를 강하게 부정하며 학회 자격정지 등으로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대한성형외과학회가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컨벤션에서 국제학술대회인 'PRS KOREA 2018'을 개최하고, 기자간담회를 열어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대리수술과 관련하여 전공의 대상으로 이뤄지는 윤리 교육을 한층 더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유대현 이사장은 "회원 대상으로 보수교육을 통한 윤리 교육 · 홍보가 이뤄지고 있다. 윤리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부분을 삼가 달라고 당부한다. 대리수술 문제가 최근 부각되는데, 성형외과에서는 비의료인을 시켜서 수술하는 일은 결단코 없다.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이가 수술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비전문의에게 맡기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과거 대표원장과 상담을 통해 결정한 전문의가 아닌 다른 전문의가 대신하여 수술한 일이 있었다. 이것을 우리 입장에서는 대리수술이라고 부른다. 전문의라는 같은 신분이기 때문에 사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환자에게 다르게 얘기한 부분에 문제가 있어 학회 차원에서는 동 사례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라고 말했다.
학회 징계 권한은 최대 자격정지로 이뤄지며, 자격정지 기간에는 학회에 참여해 발표 · 학술활동을 할 수 없다. 이제 막 개원한 의사의 경우 자격정지 처분은 실질적인 불이익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개원의가 대리수술을 시키는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극히 드물다.
유 이사장은 "회원 징계 시 모든 회원에게 사안을 알리며, 자격정지된 회원은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홈페이지에 팝업 형태로 게시된다. 게시는 일시적이며, 일반인이 볼 수 있는 형태는 아니다. 본 회 홈페이지에서는 해당 회원의 정회원 여부만을 확인할 수 있다."라면서, "3년 전 대리수술에 연루된 55명의 의사를 대량 징계했다. 자격정지 기간은 평균 2년이며, 직접 연루된 사람은 최고 3년을 받았다. 대리수술은 4~5년 전 대형병원의 환자 쏠림현상으로 외국 환자를 유치해올 당시 벌어진 현상으로, 지금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라고 했다.

차기 이사장인 김광석 기획이사는 "과거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사안이 시민 의식이 높아지면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한 개선방안은 많지 않고, 교육을 강화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이미 성인이 된 사람을 대상으로 교육만 하기에는 개선이 쉽지 않다. 여기에 추가하여 자체 정화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학회에 징계권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이렇다 할 큰 징계권이 없는 상태다. 우리 학회로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최대한 활용하여 자체 정화를 해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김 기획이사는 "불법 의료행위 문제는 정부 · 대한의사협회뿐만 아니라 공익학술단체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 학회에서는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 의료 개선에서 많은 자문 · 참여를 할 계획이다."라면서, "의료시장 · 산업화 얘기가 나오면, 안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공장 · 회사의 경우 외형은 커도 직원이 몇 명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병원은 사람을 많이 채용해 운영해야 하는 노동집약형 산업이다. 이 부분에 있어 우리가 앞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과목은 단일과목으로 내과이며, 그 다음으로 성형외과이다. 실제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외국인 환자를 많이 유치하게끔 노력해왔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경쟁력을 더 강화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전공의 수련교육 강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지난해 12월 전공의 수련시간을 주 80시간으로 제한하는 전공의법이 본격 시행됨에 따라 전공의 교육에 어려움을 느낀 학회는 이러닝(Electronic Learning) 시스템을 구축해 병원 밖에서도 전공의 교육이 이뤄지도록 준비 중이며, 진료 · 연구 · 교육의 균형을 갖춘 지도전문의 양성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 이사장은 "현재 학회에서는 전공의 교육 · 수련 등 모든 것이 온라인상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작업 중이다. 또한, 전공의뿐만 아니라 전 회원 대상으로 끊임없는 교육을 이루기 위한 이러닝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재 컨텐츠가 상당수 올라가 있으나 아직 오픈은 안 했다."라면서, "가장 큰 고민은 보안이다. 다운로드를 못 하게 조치해도 모니터 촬영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나 의사가 아닌 사람들이 해당 자료를 토대로 스스로 공부해서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소지가 있어 섣불리 오픈을 못 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윤을식 수련교육이사는 "이번 이사회에서는 전공의 · 지도전문의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타과의 경우 전문의 자격을 취득해도 간단한 술기조차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전공의가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까지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술기에 맞춰서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라면서, "지도전문의의 경우 기존에는 연수만 거치면 자격이 됐는데 현재는 지도전문의 역량 제고를 위해 논문 점수를 높였고, 진료 · 연구 · 교육의 균형을 갖춘 지도전문의를 양성할 시스템도 마련했다."라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교육을 얘기할 때는 커리큘럼 · 평가 시스템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교육만으로는 의미가 없고, 교육 · 평가가 함께 가야 한다. 현재 교육 강화를 위한 몇 가지 포인트를 전부 정했지만, 막상 교육할 시간이 적다는 게 문제다. 전공의법으로 전공의 수련시간이 주 80시간으로 제한돼 이제는 밤늦게 남아서 교육할 수 없고, 수술 중간에 전공의들을 전부 집으로 보내야 하는 상황이어서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가 생각해낸 것이 이러닝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전공의 교육이 이뤄지도록 개선해나가고 있다."라면서, "수련병원 평가의 경우 보건복지부와 긴밀히 의논하면서 평가를 강화하고 있다. 양적평가에서 질적평가로 전환하는 등 전공의 수련에 내실을 기하는 상태다."라고 강조했다.
김 기획이사는 "전문학술단체는 공익기관으로, 학술대회를 열고 전문의 양성을 위해 수련 교육을 실시하며, 이를 검증하기 위해 시험을 치르고, 연구 내용을 학술지에 게재하는 고유 업무가 있다. 우리 학회는 50주년이 넘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아주 잘 갖춰져 있어 현 시스템을 유지하고 향후 더 발전해 나가려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