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국회 일정 보이콧이 철회되면서 국립공공의대 설립을 비롯하여 문재인 케어 예산 확보안 · 사무장병원 리니언시 제도 · 응급실 폭행 방지법 등 관련 법안 심사가 조속히 재개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하 복지위)가 22일 오후 2시 본관 601호에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 응급실 폭행 등 146개 법안을 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법안소위)로 회부하는 제8차 전체회의를 열었다.
이날 검토보고된 법안 중 김태년 의원이 발의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 운영안'은 의료인력 분포 문제를 정부가 공공의료인력의 단순 증가로 해결하려 한다는 지적과 함께 대학 설립을 즉각 중지할 것을 요구하는 의료계와 그간 지속적인 마찰을 빚어왔다.

복지위 박종희 수석전문위원(이하 박 위원)은 검토보고에서 "국가가 직접 공공보건의료 분야 종사 의료인력을 양성하여 공공보건의료를 강화하려는 제정안 취지는 타당하다. 다만 고등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하는 의과대학 방식이 아닌 학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학전문대학원 방식이 공공보건의료인력 양성 방식으로 적절한지 논의가 필요하고, 교육실습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과의 거리 문제를 해소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일규 의원이 발의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은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가 지원 기준을 건강보험 일반회계에서 전전년도 실제 수익으로 변경하고, 지원 비율을 현행 20%에서 23%로 상향하며, 과소 지원되는 금액만큼을 일반 회계로 추가 지원하도록 한다.
박 위원은 "국가지원금이 법정 기준보다 과소 편성되는 연례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예상 수입이 아닌 실제 수입 기준으로 지원 금액에 산출하도록 하는 등 지원 기준을 명확하게 명명하려는 개정안 취지는 타당하다. 다만, 개정안에서 향후 4년간 연평균 3조 원 이상 추가 재정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국가 재정 부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또한, 건강보험료 수입 대신 건강보험 급여 지출을 기준으로 국가지원금을 편성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이언주 · 최도자 · 김상희 의원이 각각 발의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은 외국인의 지역가입자 자격 취득을 위한 국내 체류기간 요건을 강화하고, 자격 취득 방식을 현행 선택가입에서 의무가입으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동 법안은 외국인이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를 악용해 적은 건강보험료로 고액 진료를 받는 문제를 개선하고, 선택가입 제도에서 의료 이용 수요가 높은 외국인만 건강보험에 가입하는 역선택을 해소해 건강보험제도의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취지에서 발의됐다. 이에 대해 박 위원은 "취지는 타당하지만, 체류기간 요건을 일률적으로 강화할 경우 외국인에 대한 건강보장 사각지대가 확대될 수 있으므로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명수 · 기동민 · 김명연 의원이 각각 발의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은 응급의료 종사자 폭행 등 응급의료 방해 행위 처벌 시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을 감경 사유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기동민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주취 상태에서 이뤄진 폭행 행위를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 위원은 "최근 응급실 의사에게 가해지는 폭행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이러한 폭행의 상당수가 주취 상태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개정안 취지는 타당하다."며, "다만 주취 상태에서 가중처벌을 할 경우 주취상태 여부가 범행 경위 · 방식 및 범죄 전력 등 다른 요소와 비교할 때 가중처벌 요건으로 규정할만한 상당한 중요성이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이런 입법례가 없어 사회적으로 보다 폭넓은 의견 수렴을 거칠 필요가 있다."라고 언급했다.

검토보고 후 대체토론이 이어졌다. 민주평화당에서 활동하는 장정숙 의원은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를 정지 ·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장 의원은 "국민 생명을 다루는 만큼 의료인의 인성 · 도덕성은 철저히 검증돼야 한다. 검증 이후에도 일반인보다 엄중한 잣대로 계속해서 관리해야 한다. 최근 경기도 의정부에서 현직 의사가 여자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을 시도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부평에서도 비슷한 수법이 일어났다. 이 같은 사건이 계속 발생하면서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자격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장 의원은 "의료인은 환자의 생명 · 건강을 지키는 사람이며, 업무 특정상 환자 신체와 직접 접촉하는 방식이 잦다. 이 때문에 성폭력 범죄는 의료인 자격과 관련하여 엄격하게 관리될 필요가 있다."며, "본 의원은 의료인이 성범죄를 범하여 공소가 제기되는 경우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면허 자격을 정지하게 하고, 재판 결과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는 경우에는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라고 언급했다.
검찰이 공소를 제기한 것은 이미 범죄 사실을 객관적으로 소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장 의원은 "환자 안전을 위해 재판 확정까지 면허 자격을 정지하는 것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며, "본 의원이 발의 예정인 의료법 개정안이 상정되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해주길 부탁한다. 의료인의 도덕성 · 책임 강화를 위해 장관이 적극적으로 노력해달라."라고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은 △문재인 케어 예산 확보 방안 △사무장병원 리니언시 도입 △응급실 종사자 폭행 처벌 강화 등 관련 법안에 대한 복지부의 긍정적 검토를 촉구했다.
문재인 케어 예산 확보와 관련하여 윤 의원은 "문재인 케어가 성공하려면 좋은 계획안과 예산이 필요하다. 이에 본 의원이 자금 확보 방안으로 전전년도 수입의 100분의 16 · 건강증진기금의 100분의 7 등을 주장했는데 복지부 의견은 신중 검토에 그치고 있다. 본 의원이 이번에 발의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통과에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라고 당부했다.
윤 의원은 사무장병원 자진신고제도인 리니언시 제도를 언급했다. 윤 의원은 "선진국에서는 사무장병원을 근본적으로 제고하기 위해 동료 의료인의 신고를 활성화하고 있다. 본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사무장병원 신고자에게 감형 또는 과징금을 감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의료기관 개설 시 반드시 의료인 단체를 통해 사전 검열을 하고 개업할 수 있도록 본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 복지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라고 요구했다.
응급실 종사자 폭행 근절과 관련해서는 "폭행 문제에 대해 징역형으로 할 수 있는 형량 하한제를 도입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한편, 의료인에 대한 법적 제재로, 방어의료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방어의료로 한해 2천억 원에 가까운 의료비가 소모되고 있다. 방어의료는 의료비 팽창의 주원인에 속한다. 방어의료 대책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도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한 리니언시 제도 도입을 강조했다. 윤 의원은 "사무장병원 형태가 점차 고도화되고 있어 적발을 위해 전담인력을 늘리고 처벌을 강화해도 줄이기가 힘들다. 리니언시 제도가 필요하다고 수차례 말해왔다.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서는 의료인 간 신뢰 관계를 깨는 게 효과적이다. 자진 신고한 의료인에게 책임을 묻지 않으면 의료인 간 신뢰 관계가 지속하지 않을 거다. 이 부분을 고려해줬으면 한다."며, "본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서 리니언시 제도는 의료인을 보호하려는 게 아니다. 사무장병원을 개설하려는 자의 의지 자체를 꺾고자 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보건소 · 보건지소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 계약직 의료 인력 문제와 관련하여 윤 의원은 "2만여 명의 인력이 보건소 등에서 근무하는데 그 중 3분의 1은 비정규직 또는 계약직으로 일한다. 이 중 간호사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보건소 인력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고 있으나 계약직이기 때문에 승진 · 임금 등에서 차별이 많다."며, "지역보건법에는 지역보건의료기관에 해당 기관의 기능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전문인력을 둘 수 있다고만 돼 있다. 보건소 · 보건지소 근무자 대상으로 복지부가 정한 면허소지자에 한해서 전담공무원으로 두도록 하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이 제도는 현 근무자들을 정규직 공무원으로 전환하자는 게 아니라 추후 전담공무원으로 선발하자는 취지이다. 복지부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큰 예산이 수반되는 만큼 인력과 관련하여 행정안전부 · 기획재정부와 협업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복지부는 관계 부처와 적극 협력하여 방문간호 등 현장 근무 인력에 힘을 실어달라."라고 했다.
이에 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보건소 직원을 신규 채용만이라도 정규직으로 뽑자는 의견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다만 기능은 복지부 업무지만, 보건소 직원의 직접적인 통할권은 행정안전부가 가진다. 복지부에서는 적극적으로 돕겠다."라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최근 사회적 이슈로 불거진 대리수술 문제와 관련하여 의료분쟁 조정 신청을 받은 의료기관이 사유서 제출을 거부하면 조정절차를 자동으로 밟게 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김 의원은 "3년간 조정개시 실적이 형편없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의료기관이 조정을 거부할 경우 피해자에게 '피신청인의 조정 불응 의사 확인'이라는 단 한 줄의 통지만 하고 있다. 조정 자체에 불응 시 자동으로 조정 절차가 개시되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상정된 146건의 신규법안은 오는 12월 4 · 5일 및 10 · 11 · 12일까지 열리는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