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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 높아"

의사가 무상 청구대행 시 심평원은 삭감, 영수증 제공 방안 고려해야

현 실손의료보험은 전산화가 아닌 아날로그식 방식으로 청구가 이뤄져 소비자 · 의료기관 · 보험사 등 각 이해당사자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이에 국민 편익을 위해 청구 간소화를 위한 전산화가 일부 보험사 · 병원에서 시도되고 있으나 대상이 대형병원에만 국한돼 있어 간소화는 여전히 소원한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청구 간소화가 오히려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를 표했고, 이 외 개인정보 유출 ·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문제가 소비자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27일 오전 9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나종연 교수(이하 나 교수)가 '소비자 관점에서 본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 주제로 발제했다.



실손의료보험은 공적보험인 건강보험이 커버하지 못하는 의료비를 보상하는 민영보험으로, 2003년 공보험의 보충형으로 도입되어 현재 국민의 약 77%가 가입돼 있다. 

실손의료보험의 청구 프로세스는 △병원 진료 · 진료비 납부 △청구서류 준비 · 보험사 제출 △보험청구 심사 · 보험금 지급으로 이뤄져 있다. 

나 교수는 "실손의료보험의 가장 큰 문제는 청구 서류를 준비하여 보험사에 제출하는 본인인증 과정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청구를 위한 구비서류 준비에 금전 · 시간 비용이 발생하고, 청구방법 불편으로 결국 소액 청구를 포기한다. 병원은 보험청구 안내 · 서류발행 업무에 부담을 느끼며, 서류발행 비용 청구로 인한 소비자 불만을 감수해야 한다. 보험사는 청구서류를 검증하여 전산화하는 과정에서 시간 · 소비자 불만 · 내부전산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즉, 현 시스템에서는 소비자 · 병원 · 보험사 등 주체별 문제가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인슈어테크(InsurTech)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이는 기술 · 보험업의 융합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기술은 이미 청구과정의 간소화를 실현할 수 있게 발달했으며, 상용화된 사례도 존재한다. 

나 교수는 "인슈어테크 발달로 지급이 3초 내 이뤄지는 사례도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작년을 기점으로 청구과정의 간소화 실현을 위한 기술적인 시도가 있었다. 일례로 삼성화재를 포함한 10곳의 보험사가 분당서울대병원 · 중앙대병원 · 인하대병원 등과 협업하여 병원 내 무인단말기를 설치해 청구 과정의 간소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협약을 맺은 병원들이 대형병원이어서 동네 의원을 주로 이용하는 소비자의 의료 이용 행태에 비춰봤을 때 아직은 갈 길이 멀다."라고 말했다.

실손보험을 바로 청구하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개발 시도도 있다. 많은 이가 이용하고 있으나 문제는 해당 앱에 대한 병원의 협조가 없다는 것이다. 해당 앱에서는 청구 서류를 사진으로 찍어서 전송하는 형태로 서류 제출이 이뤄지고 있어 지금 프로세스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나 교수는 소비자가 프로세스를 투명하게 볼 수 있는 절차가 없다고 지적하며, 이해관계자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년 9월 21일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서울 노원갑)이 대표발의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실손의료보험금을 전산으로 자동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 동 법은 △소비자가 의료기관에 진료비 계산서 등의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 형태로 전송해 달라고 요청하고 △의료기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실손 가입자 요청에 따르며 △서류 전송 비용은 보험사가 부담하는 내용으로 △해당 서류의 전송 업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위탁할 수 있게 한다. 

나 교수는 "서류 전송 비용은 보험사가 부담하는 게 맞는데, 이를 어떻게 산정하고 지급할 것인지 디테일한 문제가 있다."며, "의료계에서 크게 반발하는 부분은 심평원 위탁이다. 정보 공유에 대한 부담이 있고 적절한지에 대한 고민도 있어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보험연구원이 보험소비자 2,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면접조사에서는 소비자의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경험이 매우 적게 나타났다. 90.6%가 최근 6개월간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로 금액이 소액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최근 6개월간 △입원 관련 실손의료보험 미청구 금액 평균은 334,833원 △외래 진료 관련 실손의료보험 미청구 금액 평균은 9,339원으로 조사됐으며, 실손의료보험 청구는 보험설계사를 통한 방법이 52.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이메일 · 스마트폰 22.4% △팩스 22.1% △직접 방문 13.6% △기타 대리인 8.5% 순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 결과를 분석한 보험연구원은 미청구 사례가 다수 발생하는 이유가 보험금이 소액이기 때문이므로, 미청구 사례 발생을 방지하면서 효율적인 청구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금년 4월부터 5월까지 (사)소비자와함께가 실시한 소비자 조사에서는 빠짐없이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한 경우는 통원 32.1% · 입원 57.2%에 불과하며, 소비자 대다수가 실손의료보험금 미청구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온라인 · 모바일을 이용해 청구한 경험은 28.3%에 불과하며, 대다수는 보험설계사를 통하거나 직접 방문 · 우편 · 팩스 등을 이용했다. 특히, 청구 금액이 소액일수록 미청구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원의 경우 금액이 너무 소액이어서 청구를 포기하는 사례가 가장 많고 △입원의 경우 시간 부담 · 번거로움 · 서류 발급 비용 부담 등으로 조사됐다. 

나 교수는 "소비자는 △복잡하고 귀찮은 절차 △번거롭고 각기 다른 구비서류 △과도하게 비싼 서류발급 비용 △비용이 더 많이 드는 소액 청구 때문에 전산화가 필요하지만, 전산화로 인한 △프라이버시 침해 △개인정보 보호 △정보자기결정권 △지급시간 증가 등을 우려했다."며, "소비자의 보험 청구 비용은 금전 · 시간 · 인지적 비용을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전산화를 통해 서류발급 비용 절감 · 진료비 서류의 통일화 및 간소화 · 서류제출 과정의 간소화를 이뤄야 한다."라고 했다.

나 교수는 보험금 청구 주체와 관련해서는 "의료계 · 소비자는 전산화로 인해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정보가 보험사로 넘어가 축적 · 분석돼 오용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를 해소하고 시장의 신뢰를 구축할 방안이 고민돼야 한다. 보험금 청구 시 소비자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며, "보험 청구를 위한 중개가 필요한데, 누가 이 역할을 수행할지도 논의가 필요하다. 끝으로 노인소비자 · 기타 취약계층 소비자의 경우 전산화 수용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서 이들을 지원할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에서 대한의사협회 이세라 총무이사는 영수증 제출 시 돈을 지급하는 청구 간소화 방안을 제시했다. 이 총무이사는 "의사는 건강보험을 무상으로 청구대행을 하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률이 현재 62%가량 되는데, 비급여가 없어지면 70%까지 올라간다. 그런데 비급여를 없애는 게 잘 안 되기 때문에 정부는 비급여를 남겨둔 상태에서 실손의료보험을 도입했다. 그런데 의사가 무상으로 청구대행을 하면 심평원에서는 삭감한다."라고 토로했다.

이 총무이사는 "사실 이 문제는 건강보험 제도 개혁에 있다. 현 시스템은 비급여 해결을 위해 국민으로 하여금 민간실손보험에 지속적으로 돈을 내게 한다. 청구 간소화 시도에서 영수증 제공 시 돈을 지급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만일 청구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면 보험사가 서류제출을 요구하면 된다. 법률을 통해서 얼마든지 서류를 제출할 수 있는데 보험사는 이를 하기 싫어한다. 돈 · 시간이 소요되고, 법률문제가 복잡해서 그렇다."라고 설명했다. 

자동차보험과 관련하여 한의사의 입법로비 · 한의자동차보험 과잉진료 등의 의혹도 제기했다. 이 총무이사는 "과거에 자동차 사고를 당한 환자가 건강보험 급여 기준 및 자동차보험 급여 기준으로 병원을 이용하지 못 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같은 일이 실손의료보험에서도 발생할 거로 추정한다."며, "자동차보험 문제는 실손보험 · 자동차보험 결탁이라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한방병원이 나쁜 방향의 조명을 받고 있는데, 이런 문제가 또 발생할 여지가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 총무이사는 "민간보험과 국민이 계약한 건 의사가 개입할 소지가 없다. 그런데 개입하는 순간 돈을 주고받는 것을 결정할 권한이 생긴다. 그렇게 되면 국민 · 보험사는 의사에게 책임을 묻게 돼 있다. 만일 실수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은 의사에게 돌아간다. 간소화는 오히려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영수증만 제공하면 나머지는 보험사와 의료기관이 서류를 주고받는 방안도 나쁘지 않다."라고 제안했다.

보건복지부 고형우 의료보장관리과장은 전산화를 이루기 이전에 표준화를 선행해야 한다며, 협의체를 통해 청구 간소화 안을 도출하겠다고 했다. 고 과장은 "많은 국민이 실손의료보험에 가입된 상태여서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간소화를 하는 것은 전적으로 찬성한다. 다만 전산화를 통해 편익을 도모하기 전에 먼저 해결할 문제가 있다. 전산화는 표준화를 선행해야 한다. 소액일 경우 영수증 제출만으로 가능하다든지 단계적인 표준화 방안을 보험사 간 논의 · 해결을 통해 제시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경우 개인정보이자 민간의료정보이기 때문에 정보 유출을 우려하여 반대할 수 있다. 국민 · 소비자단체 · 시민단체 간 의견이 갈릴 수 있어서 이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고 과장은 "의료기관이 청구해줄 경우 비용이 든다. 이 비용에 대한 것을 명확히 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현재 이 사안에 대해 금융위원회 · 보건복지부 · 대한의사협회 · 대한병원협회와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해당 협의체에서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안이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전산화가 시도될 것이며, 일부가 아닌 전체 대상으로 시도해 비용을 낮추고자 한다."며, "보건복지부에서는 의료 보장에 대한 전체 체계를 짜려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사보험연계법안이 신속히 논의돼 전체 의료보장에 대한 기본 토대로 작용해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