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을 금년 5월부터 시행하고 있으나 높은 만족도를 보이는 한의 치료의 경우 사실상 동 제도에서 배제된 상태로, 한의계는 장애인의 의료 선택권 · 접근성을 제고하는 취지에서 장애인 건강관리 관련 사업에 한의사와 한의약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에 한의사의 참여 방안을 '참여를 전제로' 검토 중이며, 내년 중으로 한의사가 동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약속했다.
30일 오후 1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한의약 장애인 건강관리 강화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한의학정책연구원 이은경 부원장(이하 이 부원장)이 '한의약 장애인 건강관리의 성과 및 근거' 주제로 발제했다.
이 부원장은 "지역사회에서 장애인 건강 증진을 위해 일하는 한의사가 많다. 그런데 장애인 주치의 제도 도입 후 시범사업 과정에서 한의계는 테이블에 단 한 번도 앉질 못했다. 장애인 시각에서 올바른 장애인 주치의 제도와 동 제도가 나아갈 방향, 한의사가 무엇을 할 수 있고 그 근거는 무엇인지 이제는 사회적으로 얘기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은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12월 시행되면서 제16조(장애인 건강주치의)를 근거로 하여 올해 5월 30일부터 시행됐다. 해당 사업에서 주치의는 통상적 주치의가 아닌 지속적 · 포괄적인 건강관리 서비스를 한 명의 의사가 제공한다는 의미로, 장애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만성질환 및 욕창 · 신경인성방광 · 골절 · 낙상 등을 전부 포괄한다.
동 사업의 케어 모델은 △일반건강관리 △주장애관리 △통합관리(일반건강관리 · 주장애관리)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일반건강관리 모델에서는 만성질환 · 장애로 인해 건강관리가 필요한 1~3급 중증장애인은 누구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주장애관리 · 통합관리는 지체장애 · 뇌병변장애 · 시각장애만 가능하다.
이 부원장은 "장애인 대다수가 △척추 · 근육질환 △타박 어혈질환 △소화기 질환 △배뇨장애 △우울증 · 불면 △욕창 질환 등 복합질환을 앓고 있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의과의 경우 내과 · 마취과 등 여러 과를 돌아야 하지만, 한의사는 한 한의원 내에서 복합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며, "방문진료에서 한의사는 침 몇 개만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장성이 높다. 관련 사업에 대한 한의사 참여 의사도 높다. 현 문제가 의사 참여를 어떻게 유도할지 솔루션이 없다는 것인데, 이 부분에 한의 인력을 사용하는 방안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이하 의료사협)가 장애인 811명을 대상으로 2015년 5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서울 · 경기 · 부산 등 11개 지역에서 실시한 장애인 주치의 사업과 관련하여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의사 · 치과의사 · 한의사 중 한의사가 사업에 가장 많이 참여했으며 △대화시간 충분 정도 △쉬운 설명 정도 △치료에 대한 질문 기회 여부 △치료 결정 시 의견 반영 정도 등 모든 항목에서 한의사 주치의 그룹이 비한의사 주치의 그룹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주치의 사업 프로그램인 방문보건서비스 · 건강실천프로그램 등에서도 한의사 주치의의 점수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2014년 2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총 85회에 걸쳐 운영된 혜화 장애인 한의 독립진료소 통계에 따르면 △장애인 1인당 재진율은 86.9%로, 양방 의원 67% · 종합병원 70% · 상급종합병원 77%의 재진율을 상회했으며 △장애인 평균 진료시간에서도 한의 독립진료소의 경우 초진 22.25분 · 재진 13.33분으로, 양방의 6.1분과 확연한 차이가 나타났다.
한의학정책연구원이 한의사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94.7%의 한의사가 장애인 대상 한의사 주치의 제도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답했고, 대다수가 개인별 맞춤형 및 통합 · 포괄적 건강관리를 장애인 대상 한의사 주치의의 장점으로 꼽았다.
한의사 · 의사 · 간호사 · 장애인 등 이해관계자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만성질환 · 일차의료 질환 장점에 한의학 내용의 특성 · 한의인력분포 특성은 장점인 반면, 제도적 제약이라는 외부조건과 근거 연구 미비 · 일차의료 전반 임상 경험 부족이 단점으로 제시됐다. 방문서비스에서는 풍부한 서비스 내용 제공 및 편리한 진료 도구 등이 한의 장점으로 꼽혔지만, 단점으로 한의 방문진료 수가 기준 부재 · 한의의료 내 의료전달체계 개념 부족이 언급됐다.
이 부원장은 △장애인에 특화된 한의진료 △충분한 대화 · 진료시간 △2개 이상의 복합적 증상관리 용이 △첩약 · 제제 · 외용약 등 다양한 투약행위 가능 등의 장점이 있는 한의약을 장애인 주치의 제도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에는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윤수현 서기관 △의료사협 오춘희 국장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정책홍보실장 △뉴스1 음상준 기자 △한방재활의학과학회 송윤경 이사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김이종 대표가 참석했다.

의료사협 오춘희 국장은 "장애인 주치의 시범사업에서 주치의 개념 모형을 기존 시범사업과 동일하게 가는 게 맞는지 의문이다. 한방은 주장애관리 중심이 아닌 일반건강관리 중심으로, 만성질환이 아닌 근골격제 문제 등 다른 접근으로 가는 게 맞다."면서, "수가도 기존 방문진료 수가를 그대로 안고 갈 게 아니라 한방 방문진료에서 소용되는 시간 · 의료 소모품 등에 대한 청구를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해야 한다. 실제 한방 방문진료에서 침 · 부항 · 뜸 등의 처치를 모두 완료할 경우 1시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동시간까지 고려하면 한 명의 장애인을 케어하는데 2시간 이상 소요되는데, 이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않을 경우 지역 사회 한의사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정책홍보실장은 "장애인 단체에서는 한의사의 장애인 주치의 제도 참여를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원칙적이라는 단서를 둔 이유는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결정권 · 선택권 원칙이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건강관리를 맡기는 의료진 · 의료기관은 물론, 한 · 양방 중 어느 것이 더 유리한지 선택하는 것도 장애인 당사자의 선택권이다."라면서, "△의료소비자로서의 장애인 소비자주의도 있다. 장애인의 한 · 양방 주치의 선택권과 의료기관 접근성 제고를 위해서라도 한의 의료기관의 장애인 주치의 제도 참여는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한의의료기관에 약 처방 · 양방 진단기기 사용 등 기본검사 한계가 존재하는 점을 지적했다. 이 실장은 "양방을 통해 만성질환 진단 후 관리만 가능하게 하는 등 역할의 제한을 가져와 장애인 주치의로서 한계가 될 수 있다. 침술 · 부황 등 시술 형태가 자칫 장애인에게 두려움 · 번거로움으로 이어져 당사자에게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어 명확한 시술 기준이 필요하다."며, "2017년 장애인실태조사에서 장애인의 한방병의원 방문 비율이 낮게 나타났다. 이러한 비율이 지속적 건강관리에 대한 불신 때문인지, 물리적 접근성 문제인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 현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양방 의료기관이 소홀하게 여기는 물리적 접근성에 대한 대안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한방재활의학과학회 송윤경 이사는 "보건복지부는 한의약 공공의료 강화라는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의약 건강증진사업 체계 구축을 위한 생애주기별 한의약 건강증진 프로그램의 기획 · 개발 · 검증 · 확산 · 환류체계 수립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한의약 건강증진사업 추진 과정에서 개발된 임산부 · 노인 · 취약아동 · 청소년 · 영유아 대상 한의약 건강증진 프로그램에서 높은 만족도를 확인했다."며, "취약 계층에 해당하는 장애인의 건강수명 연장 및 건강형평성 제고 측면에서 정책 수립 시 건강증진 측면에서 성과가 확인된 한의약을 활용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송 이사는 "건강증진 측면과 아울러 장애인에 대한 다양한 한의약 치료 근거를 활용해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장애인 건강관리에서 한의사 참여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면서, "장애인 건강권법 취지에 맞도록 의과 · 한의과가 함께 참여하고,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김이종 대표는 "한방의료를 얘기할 때 접근성 · 이동권이 많이 언급되는데, 접근성은 환자의 심리적 접근성이 가장 크다. 사실 엘리베이터 · 에스컬레이터 등을 갖추고 입지 좋은 곳에 있는 병원만큼 접근성이 좋은 곳은 없다. 그런데 장애인은 입지가 좋아도 마음 둘 곳이 없어서 독립진료소를 찾아가고, 원하는 의사를 찾아간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의 과제로 △장애인 건강권 · 의료접근성 개선을 위한 범한의계 노력 △장애인 주치의 사업 시행을 위한 한의학의 일차보건의료 영역 강화 △장애인 대상 한의 건강관리 제공 △진료소 · 방문진료 환자의 만족도 · 불만 청취 △장애인 진료사업 후 평가 △주치의 사업에 필요한 진료 프로토콜 △장애인 주치의 사업에 맞는 매뉴얼 제작 등을 언급했다. 김 대표는 "가장 필요한 과제는 장애인에 대한 한의사의 감수성을 높이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윤수현 서기관은 장애인의 의료 선택권을 강조하며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에 한의사 · 치과의사의 참여 방안을 참여를 전제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내년 중으로 한의사가 동 사업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서기관은 "수가에 대해 말이 많았다. 케어플랜료의 경우 초진 시 80~100개 정도의 항목을 환자에게 질문해야 한다. 일반 건강관리 혹은 주장애관리 하나만 할 경우 8만 5천 원, 두 개를 같이 할 경우 12만 8천 원을 잡아놨고, 30분 이상 소요된다. 매월 할 수 있는 교육상담은 1만 원 정도로, 10분 정도 소요된다. 방문진료는 교통료를 포함하여 7만 3천 원 · 방문간호는 5만 3천 원 정도다. 방문진료의 경우 수가가 낮다는 지적을 계속 받는 상태다."라면서, "방문진료를 제외하고 케어플랜을 하고 1년에 12번 정도 교육상담을 받으면 총 수가는 21만 원 내지 25만 원 정도이다. 본인부담금은 1년 기준 2만 원 내지 2만 5천 원 정도다. 장애인 측에서는 당연히 받아야 할 서비스에 본인부담금을 추가하는 게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제시해 여러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해당 사업에서 장애인 당사자들은 △편의시설 미흡 △낮은 정보접근성 △의사 수 부족 등 크게 세 가지의 문제점을 제시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편의시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방문진료를 강화하는 식으로 편의시설 보완을 검토 중이며, 본인이 사는 지역 내 의사가 없어서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는 지적에 정보접근성 제고를 위해서 의사가 충분한 의료기관 정보를 건강보험고지서 뒷면에 게시하거나 문자메시지나 SNS 등으로 정보를 전송하고, 지역별 찾아가는 설명회도 개최했다. 의사 수 부족과 관련해서는 금년도 말 접수 기준으로 350명 정도의 의사가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윤 서기관은 "수요자 선택권이 가장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금년도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바가 있어서 한의사 · 치과의사 참여 방안을 참여를 전제로 검토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고 어떻게 해야 건강주치의 효과가 제고될 수 있을지 세부 참여방안을 논의 중이다. 치과의사의 경우 좀 더 검토가 이뤄져야 하지만, 한의사는 대한한의사협회와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금년도 시범사업을 통해 장애인건강주치의 추진위원회를 발족했고, 추진위원회 내 평가전문위원회 · 제도개선전문위원회를 만들었다. 평가전문위원회에서는 시범사업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문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며, 제도개선전문위원회에서는 동 제도의 발전 방향을 모색한다.
윤 서기관은 "한의사 참여 방안을 제도개선전문위원회에 올리고, 좀 더 많은 장애인 ·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여 내년에 한의사가 시범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