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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치매' 환자가 입힌 물적 손해, 보상 방안이 없다?

손해배상책임보험 등 제3자 피해구제제도 도입해야

2007년 일본에서는 치매에 걸린 A씨(91세, 男)가 새벽에 혼자 돌아다니다가 열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철회사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복구 · 출근 시간 대체교통 비용을 A씨 가족인 부인 · 장남에게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이들에게는 손해배상 의무가 없는 것으로 최종 판결이 났다. 

동 판결로 일본 사회 전반에는 치매 고령자가 입힌 물적손해를 보상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이 확산됐고,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에서는 치매 고령자로부터 주민 재산권 피해를 보호하기 위해 민간 보험회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보험연구원 이상우 수석연구원(이하 이 연구원)은 3일 발간된 KIRI 고령화리뷰 제28호에 실린 '일본 지방자치단체의 치매환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보험 제공과 시사점' 기고문에서 감독책임 의무에 대한 가족을 배제한 이번 일본 판결 사례가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국민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3자 피해구제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2016년 일본 최고재판소는 A씨 부인의 경우 85세로 거동이 불편한 상태이며, 장남은 20년 이상 부모와 동거하고 있지 않아 감독의무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고, 일본 사회에는 치매 환자가 타인에게 물적손해 사고를 입혀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확산됐다.

이에 지난해 11월 가나가와현 야마토시는 손해보험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해 치매 고령자가 지역주민에게 입힌 물적피해 사고를 구제하는 고령자개인배상책임보험사업을 처음으로 실시했다. 가입 대상은 야마토시가 실시하는 치매 고령자 보호 복지제도에 가입한 거주자로, 피보험자 1인당 연간 약 6만 원의 보험료를 야마토시 예산으로 부담한다. 동 사업은 아이치현 오부시 · 이바라기현 코야마시 등 여러 지자체로 확산됐으며, 치매 보호 복지제도 가입에 부정적이던 치매 고령자 · 가족 인식 개선에 기여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본과 같이 인구 고령화로 치매 고령자가 급증하면서 치매 환자가 타인에게 물적 손해를 입히는 사고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 접어들면서 자녀와 동거하지 않고 고령자 부부만 동거하는 가구도 늘어나고 있다. 

만일 배우자가 치매를 앓을 경우 고령 배우자의 힘만으로 치매 고령자를 감시하는 데는 한계가 존재하므로, 치매 가족을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는 감독책임 의무에 가족이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제3자는 치매 고령자로부터 입은 물적 손해를 보상받을 길이 없다.

이 연구원은 "이번 일본 판결은 재택요양 시 가족이 치매 고령자를 24시간 감시할 수 없는 현실적인 한계를 감안할 경우 치매 고령자 보호가 가족만의 부양으로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시사한다."며,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정부 ·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국민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손해배상책임보험 등 제3자 피해구제제도 도입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일본 사례는 치매 고령자 가족의 정신적 ·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지역 주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 역할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일본 사례와 같은 인센티브 제공이 향후 운전면허 자진 반납 · 치매환자 실종 방지 등 정부의 치매 환자 케어서비스 활성화에 있어 부수적 효과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