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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녹지국제병원 반대하는 국회, 권한 없는 복지부는 속수무책

의료영리화 출발 아니냐 vs 한정된 지역에서 발생한 특수 사례

제주도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한 녹지국제병원 조건부 개설 허가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녹지국제병원 불허 권고를 뒤집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를 규탄하는 시민단체 성명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금일 국회에서도 의료영리화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병원 개설권자가 제주특별자치도법에 제주도지사로 규정돼 있어 타 지역과 달리 허가 결정에 손을 쓸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영리병원을 절대 추진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 하에 비영리 · 공공성을 제고하여 현 의료체계를 강화해나갈 것을 다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하 복지위)가 6일 오후 1시 20분 본관 654호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총 111건의 법률안을 심의 · 의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법안소위)에서 채택한 원안 2건 · 수정안 6건 · 대안 21건 · 위원회안 1건 등 총 30건의 보고가 이뤄졌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대안은 응급의료 종사자를 폭행해 상해 ·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가중 처벌하고, 음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응급의료 방해 행위 시 형을 감경하지 않도록 했다.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대안은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장관이 전공의 폭행 예방 및 대응 지침을 마련해 고시하고, 전공의를 폭행한 지도전문의의 경우 지도전문의 지정을 취소하거나 업무를 최대 3년까지 정지할 수 있다. 

'지역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 대안은 지역보건 의료기관에 방문건강관리 전담공무원을 둘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고, 국가가 방문건강관리 전담공무원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게 한다. 

'환자안전법 일부개정법률안' 대안은 잘못된 수술 · 의약품 투여로 환자가 사망하는 등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발생 시 의료기관장이 이를 의무적으로 보고하고, 국가환자안전위원회 위원 · 환자안전 전담인력 자격 요건에 약사가 포함될 수 있게 한다.

다만, 환자안전법 개정안의 경우 '잘못된 수술 · 의약품 투여'라는 전제와 방어진료에 대한 지적이 제기돼 향후 법안소위에서 재검토될 예정이다. 

본 개정안에 이의를 제기한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충남 천안시병)은 "잘못된 수술 · 의약품 투여로 사망했다는 결론이 나기까지는 수년이 걸린다. 전제에서 불가항력은 3%나 되며, 지적될 수 있는 40%가량이 나중에 '혐의없음'으로 밝혀진다. 결국 보고될 수 있는 건은 50% 수준인데 대부분은 의무적으로 보고할 시기를 놓친다."며, "잘못된 수술 · 의약품 투여는 입증 · 확정까지 상당한 시간 · 기간이 걸린다. 잘못된 수술은 굉장히 논쟁거리가 될 만한 사안이다."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방어진료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윤 의원은 "논쟁거리가 있는 부분은 결국 방어진료를 야기한다. 현재 방어진료에 수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 이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국회에서는 국내 1호 영리병원으로 알려진 녹지국제병원 개설 결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녹지국제병원은 제주도 내 의료서비스 산업 육성 차원에서 2005년 대두했고, 같은 해 12월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의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를 복지부가 승인하면서 점차 가시화됐다. 이 과정에서 의료영리화를 우려하는 시민단체의 반대 목소리에 부딪혀 설립에 난항을 겪었고, 금년 녹지국제병원 승인 여부를 묻는 공론조사에서는 제주도민의 58.9%가 반대하여 결국 개설불허 권고안이 내려졌다. 당시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이하 원 도지사)는 공론조사의 불허 결정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런데 12월 3일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관련 총괄 검토회의'에서 원 도지사는 공론조사 결과에 반하는 사실상의 개원 허가 결정을 내렸고, 이틀 후 제주도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한 녹지국제병원 조건부 개설 허가를 내렸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서울 성북을)은 "개설 허가에 대한 국민 걱정 · 업계 전반 우려가 굉장히 크다. 과연 설립이 제주도에만 그칠 것인지, 계속 외국인에게만 국한될 것인지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될 거다. 타 지역에서 이 같은 요구가 터져 나올 때 복지부는 과연 어떠한 기준 · 잣대를 가지고 이 문제를 해결할 건지 우려가 크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원칙 · 공약에서 후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원격의료 등 몇 가지 문제가 시너지를 일으키면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가 대단히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좋은 제도 · 시스템을 유지하는 건강보험체계도 뒤틀리는 게 아니냐는 국민 우려가 크다."라고 말했다. 

기 의원은 "대다수가 이것이 의료영리화의 출발이 아니냐고 해석하고 있다. 그렇게 갈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하다. 예를 들어 원격의료의 경우 격오지 · 군부대 · 교도소 등 불가피한 지역에 한해 제한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사업 계획이 있으나 그것조차 막아서는 것은 이것이 의료영리화의 출발이 아니냐는 의심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에 병원 개설권자가 제주도지사로 규정돼 있어 다른 지역과 달리 복지부가 허가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박 장관은 "제주녹지병원은 제주도에 한정된 특수 사안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에서는 녹지국제병원 허가권자를 제주도지사로 규정하기 때문에 이 경우는 제주특별법에 의한 한정된 지역에서 발생한 특수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영리병원이 전국에 확대된다는 건 지나친 표현일 수 있다. 현 정부는 영리병원을 절대 추진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다. 또, 제주도 외 신청 건 · 승인 요청 건도 없다. 향후에도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비례대표)은 "금년도 국정감사 때 영리병원을 절대 반대한다고 분명히 답했다. 복지부가 영리 병원 불허를 결정하게끔 의견을 표명해야 한다. 영리병원은 안 된다는 정책적 의사는 전 국민에게 균등하게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일규 의원은 "국민이 비영리를 택하겠다고 선택했기 때문에 정치가는 그 선택에 따라야 한다. 그런데 정치가가 비민주에 반하는 정책을 결정했고, 외교적 문제를 결정 핑계로 들었다. 그런데 이미 두 달 전에 외교적 문제가 존재했다. 사후에 외교적 문제를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라면서, "향후 불법 행위 적발 시 어떤 처벌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비영리 · 영리 의료시스템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이 시스템을 어떻게 모니터링 · 감시할 건지 궁금하다."라고 질의했다. 

박 장관은 "외국인 중에서도 관광객에 한해 진료행위를 하게 돼 있다. 관광객이 아닌 장기체류 외국인도 내원을 못 한다. 상당히 제한적으로 진료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제한적 범위에서 불법 의료행위가 발생한다면 법에 따라 강하게 대처하겠다."라고 했다.
 
윤 의원은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영리병원을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위험이 많다. 현재 상황상 어쩔 수 없다면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불법 의료행위 시 어떤 처벌이 이뤄질 것인지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모니터링을 통해 반드시 감시하고 적발 사항이 나오면 단호하게 조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서울 광진갑)은 "외국인이어도 한국에 와서 3개월만 건강보험료를 내고 1년 정도 체류하면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다. 만일 거기에서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려 한다면 어떻게 할 건지? 우리나라 민간보험은 건강보험을 기반으로 성장 중이다. 민간보험은 절대 손해 보지 않고 필요한 것을 전부 보장하는 마냥 생색을 내는데, 건강보험은 이 같은 영리 행위로 큰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녹지국제병원은 건강보험 당연적용 대상자가 아니며, 국내 건강보험을 적용할 수 없는 사업장으로 돼 있다. 국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외국인이 해당 병원에 가더라도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된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