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 고령화로 헌혈 가능 인구는 매년 감소하는 반면, 혈액을 사용하는 고령 인구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이 국내 혈액 공급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2019년도 전혈 헌혈목표는 전년 대비 2만 건 감소한 196만 5천 건, F-RBC(백혈구여과제거 적혈구제제) · A-PLT(성분채혈 혈소판제제)는 각각 329,530 · 229,430유닛으로 산정됐다.
이 가운데 대한적십자사는 의료기관별 적정 혈액 보유 기준 · 혈액 보유 일수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점을 지적하며, 의료기관 규모별 적정보유량 · 단계별 보유량 및 부족 시기 단계별 공급 등에 대한 기준 마련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7일 그랜드힐튼호텔서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수혈학회 · 질병관리본부 공동 심포지엄에서 대한적십자사(이하 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김대성 수급관리팀장(이하 김 팀장)이 2019년도 혈액수급계획에 대해 발제했다.
금년도 통계청 ·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50대 이상 인구는 △2019년 38.4%에서 △2024년 43.6% △2030년 48.0%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 수혈자 비율은 83.4% · 수혈건수 비율은 81.1%로, 수혈자 수와 달리 헌혈 건수는 감소세를 보인다.
김 팀장은 "고령화 · 저출산으로 헌혈자 수가 감소하면 우리가 노인이 되어 병원에 갔을 때 혈액이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50대 이상 인구 · 수혈자 수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다른 헌혈 자원을 계속 발굴하는 등 공급을 위한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채혈 · 공급지역 조정 및 헌혈의집 육성이라는 기본 계획 하에 △단체헌혈의 경우 96만 5천 건을 목표로 설정했다. 헌혈버스당 최소 기준은 1만 건으로, 연계 채혈을 통해 방문 건수를 하루 1번에서 2번 내지 3번으로 늘렸고, 연간 1회 실시 단체도 2회 내지 3회로 증가시켰다.
개인헌혈의 경우 △전혈 목표는 ALT 검사(alanine aminotransferase, 간 기능 검사)의 부적격 폐기 기준 상향으로 전년 대비 1만 2,330건 감소한 196만 5천 건 △혈소판 · 혈장 헌혈은 각 1만 건씩 증가한 24만 건 · 70만 건으로 산정했다.
2019년 적혈구제제 공급목표인 1,943,950유닛 중 △농축적혈구는 전년 대비 41,780단위 감소한 1,611,420유닛 △F-RBC는 59,480유닛 증가한 329,530유닛 △전혈유래 혈소판인 농축혈소판은 전년 대비 35,260유닛 감소한 1,386,430유닛 △A-PLT는 28,280단위 증가한 229,430유닛으로 적혈구 · 혈소판제제 목표를 수립했다.
김 팀장은 "심평원의 전년도 · 전전년도 혈액 사용 실적에 따라 중장기 수요예측을 한다. 그런데 공급 · 수혈 보정값이 현재 8.0%다. 즉, 출고량의 8%가 심평원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것이다. 혈액원 냉장고에 있는 수량과 의료기관 처리 미숙으로 인한 폐기량이 8%나 된다. 혈액원 냉장고에 있는 재고를 제외하더라도 상당한 양이 폐기되고 있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적정 혈액 보유 기준 · 보유 일수는 병원 규모와 상관 없이 전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적정 혈액 보유 기준 · 혈액 보유 일수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탓이다. 김 팀장은 "혈액 보유 일수를 병원이 고민해야 한다."며,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적정 혈액 보유량은 일평균 5일분 이상으로, 적십자사는 혈액 수급 위기 단계를 △5일 미만은 관심 △3일 미만은 주의 △2일 미만은 경계 △1일 미만은 심각 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김 팀장은 "위기 경보가 금년에 5번 발생해서 위기평가위원회를 5차례 열었다. 의료기관 단계별 보유량 · 단계별 출고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현재는 적십자사 고유 일수만으로 위기 경보가 발생하고 있다. 적십자사가 3일분을 보유하고, 의료기관이 3일분을 보유한다면 총 6일분이지만, 단순히 우리 기준만으로 위기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다. 또한, 위기 수준이 주의 단계일 때 의료기관에 제한 공급을 해야 한다는 목표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팀장은 △의료기관 규모별 적정보유량 △단계별 보유량 △부족 시기 단계별 공급 등에 대한 기준 마련의 필요성과 △의료기관 실시간 혈액보유량 정보 제공 △공급혈액원의 안전성 확보 기준 차이에 대한 의문을 제시했다.
의료기관 단계별 보유량 기준에 대해서는 "주의 단계에 들어갔는데도 평상시 수량을 유지하려는 기관이 있다. 다른 병원보다 재고가 많은데도 보유량을 유지하려는 현상이 있어서 단계별 보유량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금년도 국정감사(이하 국감)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 · 경기 부천시 소사구)은 적십자사의 '1+1 영화표' 증정 행사와 관련하여 "헌혈 장려를 위한 공익광고 예산은 3억 4천만 원이지만, 영화표 행사 개최 등의 예산은 170억 원으로 무려 50배에 달한다. 공익광고를 외면하고, 이렇게 말도 안 되는 행사에 돈을 펑펑 쓰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국감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참석한 중앙대의대 진단검사의학과 차영주 교수는 "1+1 영화표 증정은 헌혈 확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영화표를 2장씩 주지 않으면 헌혈자가 헌혈에 나서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나쁜 문화를 확산하는 영향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김 팀장은 "향후 헌혈자를 어떻게 프로모션할 것인지 국회 지적이 있어 교육 · 홍보를 통해 개선할 계획"이라고 짧게 언급했다. 적십자사에서는 개인헌혈자 헌혈 참여 확대를 위해 △긴급채혈반 편성 · 운영 △TV · 라디오 · SNS 등 대국민 헌혈참여 호소 홍보 △약 90만 명의 등록헌혈회원 및 약 40만 명의 나눔히어로즈 회원에게 헌혈참여 문자 발송 △적십자 봉사원 · 헌혈서포터즈 △래드켐페이너 헌혈캠페인 등을 통한 긴급 헌혈참여 운동을 실시할 계획이다.
단체헌혈 참여 확대를 위해 △1,157개의 약정단체 대상 헌혈참여 독려 △전국 헌혈추진협의체 · 정부기관에 헌혈참여 협조 요청 등을 추진한다.
국가공공자원인 혈액의 적정분배를 위해서는 △전국 모든 의료기관에 혈액보유량 · 사용기준 강화를 요청하고 △전국 적혈구제제 보유 수준이 '민관 합동 혈액수급 위기대응매뉴얼'의 위기경보 수준 중 주의 단계 진입이 예측되면, 적혈구제제 공급량 조정 후 의료기관의 보유 수준을 혈액원의 보유 수준으로 감소시켜 응급상황에 대응할 재고를 확보한다.
김 팀장은 "혈액사업 종사자는 혈액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책임이 있다. 즉 △헌혈자를 안정적으로 모집하고 △안전하게 혈액을 채혈해야 하며 △혈액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관리할 책임 · 역할이 있다."며, "2019년에도 혈액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병원에서도 혈액을 아끼고 PBM(Patient Blood Management, 환자혈액관리)을 도입하는 등 서로의 노력 · 도움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발제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아주대 의대 진단검사의학교실 임영애 교수는 "적십자사에서 공급은 했으나 심평원에서 추적이 안 되는 부분이 8%라고 했다. 2년 전에 조사해보니 그 중 1%는 산재로 가고 있다. 사실 심평원에서 평가되지 않는 부분은 자동차보험이다. 7%의 상당 부분이 자동차보험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혈액량 공급 예측 시 굉장히 중요한 자료기 때문에 심평원 · 적십자사에서 노력하여 추적했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