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다제내성균 감염 치료를 위한 약제에 대해 보험급여 적용 확대, 국가필수의약품 지정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명수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항균요법학회가 주관한 ‘급증하는 항생제 다제내성균 감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가 5일 국회의원회관 9간담회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고대의대 감염내과 최원석 교수는 다제내성균 항생제 신약 개발 및 국내 도입의 문제점과 다제내성균 감염증 대응 강화를 위한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항생제 내성균은 급증하고 있지만 항생제 개발은 저조한 상황이다.
그는 “항생제 신약 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새로운 물질 발견이 어렵고, 경제적 가치 즉 시장성이 낮기 때문”이라며 “후보물질 발굴부터 식약처 승인까지 평균 15년이 소요된다”고 언급했다.
이렇게 어렵게 개발된 신약이지만 건강보험 급여 적용도 힘들다.
최 교수는 “예를 들어 저박사(세프톨로잔-타조박탐)는 대체약이 있어 진료상 필수에 미해당되고, 임상적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대체약제 대비 소요비용이 고가여서 비용효과성도 불분명하며, 선정된 비교약제 대비 임상적 유용성의 개선에 대한 근거가 부족해 급여 적용 받지 못했다”며 “최근 10년간 유일하게 급여 적용된 케이스가 시벡스트로 주사제인데 낮은 약가, 원가 대비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출시를 미루다가 최근 제약사가 국내 출시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답토마이신(큐비신 제네릭)은 약가로 인해 급여 등재를 포기하고 비급여로 출시될 계획인데 1일 약값만 90만원 수준으로 20일 약값만 1800만원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는 고스란히 환자의 피해로 이어진다.
최 교수는 “사용 가능한 치료옵션이 제한되다 보니 더 좋은 예후를 보일 가능성이 있는 치료방법을 선택할 수 없다”며 “가격이 치료의 접근성을 제한해 임상적/전문가적 판단보다 비용이 치료방법을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다제내성균 감염증 대응 강화를 위한 정책 제안으로 항생제 도입·급여결정 과정을 개선과 치료제 확보, 건보적용 확대 등을 제시했다.
그는 “항생제가 비급여 영역에 있는 것이 적절한지 고려해 봐야 한다. 급여 기준을 완화하고 치료방침의 결정 기준을 가격에서 근거와 전문적 지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아울러 다제내성균 감염증 치료제의 국가필수의약품 지정,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한 공급, 특별 기금 마련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토론에 참석한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도 발제 내용에 힘을 보탰다.
엄 교수는 “현장은 힘들고 처절한 상황이다. 항생제 다제내성균이 문제되는 분들은 대부분 중증질환으로 병원을 오래 다니시고 면역체계 같은 것들이 약해지신 분들”이라며 “힘들고 어려운 치료과정을 이겨내 온 환자들이 어처구니 없이 사망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설명하면 아들 간을 받아 간이식 수술을 잘 받은 분이 감염돼 사망한다. 골수이식을 받은 분이 회복기에 사망한다”며 “현장에 치료제가 없다. 우리나라가 그 정도로 못하는 나라는 아니지 않나. 의료기술, 경제수준을 생각하면 가능한 나라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약도 들여오지 않고 들어온 약도 팔지를 않는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니 가슴 아프고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정부는 항생제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경제성 측면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최경호 사무관은 토론에서 “전쟁에 나가시는 장수의 칼을 뺏은 느낌이 들어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며 “다제내성균 감염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항생제와 관련돼 소외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약사 입장에서는 시장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산업측면 보다 큰 틀에서 국가가 어떤식으로든 신경써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며 “다만 돈이 무한정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용효과성을 봐야 해 생기는 공백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항생제라는 특수성 때문에 비용효과성이 우월하다고 나오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외국 약가제도도 고려해보고 전체적으로 고민을 해 보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