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이 개발 중인 기등재 항암제의 재평가 도구에 대해 제약업계가 깊은 불신을 드러냈다.
개발되는 도구가 어디에 어떻게 활용될지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가운데 퇴출 혹은 약값을 떨어뜨리는 데만 활용될 것에 우려를 표출했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가 주최한 ‘제외국 항암제 가치 평가 도구 분석 및 한국에서의 적용’ 공청회가 23일 가톨릭대 의생명산업연구원에서 개최됐다.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종양내과 류민희 교수와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배승진 교수는 가치평가 도구 개발의 필요성과 한국내 적용에 대해 발표했다.
류 교수는 “항암제 등 바이오 신약은 새로운 치료기전, 향상된 효과 등으로 질별 치료의 패러다임을 전환했지만 일부 고가항암제의 경우 치료효과 대비 비용효과성의 불확실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며 “미국과 유럽은 전문가 집단의 고민에서 시작돼, 신약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표준화된 도구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고가항암제에 대한 접근성 강화와 더불어 건보재정의 건전성, 지속성을 위해 객관적이고 표준화된 신약의 가치평가도구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전문가 인식도 조사 결과 항암제 가치 평가도구가 필요하고, 미국과 유럽의 의약품 가치 평가 도구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배 교수는 “종양내과의사의 90%가 약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수치화 해 나타낼 도구가 필요하다고 조사됐다”며 “ESMO와 ASCO가 같이 고려돼야 한다. 문헌고찰 결과 도구별 특징이 명확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음 단계로는 임상의, 연구자 등을 대상으로 한국어 버전에 대한 타당도와 신뢰도 검증이 필요하다”며 “제약업계는 우려를 나타내는데 이해당사자 간 도구 활용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약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한국애브비 김준수 상무는 발표된 가치 평가 도구를 진료 현장이나 약가 정책에 활용할 단계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 상무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수년에 걸쳐 논의되고 있는 상태로 아직 임상 현장에 도입되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항암제 가치평가 도구가 어떠한 목적으로 어느 정도 활용도를 가질 수 있을지에 이해관계자들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가져가야 할 방향은 항암제 가치평가도구 틀 안에 비중있게 언급되는 삶의질이나 부작용 개선 관련 부분을 경제성평가에 반영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보다 덜 엄격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외국에서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우리의 실정을 반영해 가며 한국형 도구를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김 상무는 “건강보험 재정은 제약회사들도 걱정한다. 효율적으로 쓰여야 좋은 약에 재정이 투입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 도구는 단지 항암제 가격을 깎는데 쓰이게 될 것 같다. 퇴출과 약가인하에 사용될 것이 명확하게 보인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