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필기시험에 국한돼 각 의대별로 치러지던 의대생에 대한 기초·임상 종합평가를 질적인 측면에서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기본의학교육평가’가 의료계와 교육계의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2년 후에는 컴퓨터화 검사(CBT), 10년 후에는 컴퓨터적응검사(CAT) 방식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5일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주최로 기본의학교육평가사업단 창단식과 함께 개최된 창단기념 심포지엄에서는 새로 도입하게 될 ‘기본의학교육평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됐다.
특히 이번 평가체계는 매 특정학년 학생들의 학습성취도를 비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의대별 학습 수준을 가늠할 수 있고, 특히 이 평가체계가 차후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경우 실기시험 도입 등 개선을 꾀하고 있는 의사국시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되고 있다.
그동안 기본의학교육평가는 동등화 작업을 거쳐 토익 등 외국어 능력시험처럼 시험의 효력이 일정기간 유지될 수 있도록 하고 학생·의대별로 수시로 원하는 시기에 자신들의 습득수준을 알아볼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원회 및 자문평가단 등 사업단이 구성되기 전부터 관심을 모아왔다.
이병두 기본의학교육평가위원회 임상위원(인제의대)은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현 의대 학습평가가 소위 족보위주의 전략적 학습을 초래하는 만큼 근본적으로 개선된 평가체계가 필요하고 즉각적인 분석을 위해 우선적으로 CBT 도입이 필요하다”며 “일단 필기고사부터 도입·시행토록 하고 가능한한 2년 내에 CBT, 10년 내에 CAT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어떤 기본적인 임상사례가 제시될 경우 본과 2년생은 답할 수 있으나 오히려 대부분의 전공의가 불필요한 진료를 할 정도로 기초의학을 활용하면 훨씬 수월한 경우가 많다”며 “기초의학지식도 임상의학만큼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평가는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모두 활용해야 하는 평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번 기본의학교육평가가 임상의학지식과 기초의학지식을 바탕으로 얼만큼 임상추론을 잘 할 수 있는지 측정할 수 있도록 체계를 다면·다각화한다는 방침이다.
즉, 현재 의과대학 학습평가가 안고 있는 *임상적 맥락 부족 *낮은 분별도와 높은 추측도 *측정도구로서의 낮은 신뢰도 *깊이있는 학습보다 기계적 학습 유도 *단편적 지식의 재생 평가 등의 문제들을 개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이 위원은 “10여개 의과대학의 시험을 분석한 결과 추측도가 40~45%로 나타났다”며 “이는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추측으로 40~45점을 획득할 수 있다는 의미로, 그만큼 평가가 해당 교수가 강조한 내용이나 족보 위주의 기계적 학습을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육평가의 실시 방안과 관련해서는 시험 실시시기는 기초의학 종합평가의 경우 본과 2학년 말 또는 임상실습입문교육(ICM) 및 임상실습 전에, 임상의학 종합평가는 본과 3학년이나 졸업 후 시행하되, 각각 단일정답형 문항만 이용하고 시험시간은 미국의 NBME과 마찬가지로 모두 4시간씩 180~240 문항을 푸는 안을 제시했다.
이 같은 평가체계 도입을 위해 사업단은 대학의 참여 자율성을 보장하고 평가 결과의 비밀을 유지하는 한편 기출문제의 유출(족보화)을 방지하는 것을 전제로 *참여대학 기출문제 공여 및 수집 *각 대학 부담금 납부 공지 *시험문항 개발 및 수정 *모의시행 등의 업무를 추진할 방침이다.
안덕선 기본의학교육평가위원회 간사(고려의대 교수)는 “빠른 도입보다는 제대로된 체계 개발이 우선인 만큼 시간을 두고 일부 대학에서 시범사업을 시행하게 될 것”이라며 “이미 새로 도입할 평가체계와 방향성이 같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대학이 자체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들이 시범사업 우선 고려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시범사업은 선정과 실시는 이제 위원회가 구성돼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단언할 수 없지만 2년여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며 “38개 참여 의대가 동시에 시행하기에는 어렵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1개 시험 문제수의 100배 문항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기출문제 수가 2만개에 가까워지면 비로소 제대로 평가체계가 갖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이날 참석한 이윤상 서울의대 교수는 이번 기본의학교육평가에 대한 의사국시 반영 전망에 대해 “이제 시작하는 단계에서 아직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이번 평가체계가 큰 성과를 얻을 경우 국시와 방향이 같다는 점에서 향후 반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창단식에서는 기본의학교육평가위원회 위원장으로 이무상 교수, 간사에 안덕선 고려의대 교수, 임상위원에 이병두 인제의대 교수와 김호중 성균관의대 교수, 기초위원에 허선 한림의대 교수와 권오주 가톨릭의대 교수, 학장협전문위원에 안덕선 연세의대 교수와 조영주 이화의대 교수를 각각 위촉하고, 김경성(서울교대)·김성숙(인하대)·남현우(순천향대)·반재천(충남대)·정태제(이화여대)·이규민(연세대)·이기종(국민대)·임형(성공회대) 교수 등 교육계 인사들로 평가자문단을 구성했다.
류장훈 기자(ppvge@medifonews.com)
2006-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