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창단식을 갖고 각 의과대학의 교육수준과 의대생들의 학습성취도를 측정하기 위한 획기적인 평가체계 개발에 나선 기본의학교육평가사업단이 ‘이번에 개발되는 새로운 평가체계가 의과대학들을 서열화하는 또 다른 장치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일축하고 나섰다.
특히 각 의대들이 입시 커트라인, 의대국시 합격률 등 각종 통계를 학교 이미지 제고와 능력있는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분위기에 대해 ‘눈가리고 아웅식’ 이라고 지적하고, 평가체계 개발과 함께 적극적으로 각성시켜 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했다.
기본의학교육평가위원회 이무상 위원장(연세의대)은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번 평가체계는 측정학적 근거를 통해 각 대학과 학생에게 어떤 점이 부족한지를 짚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서열화를 만드는 새로운 기준이 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있지만 결코 그러한 용도로 사용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의대 서열화’에 대한 우려는 실제로 지난 5일 기본의학교육평가사업단 창단식과 함께 개최된 심포지엄에 참석한 각 의과대학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일부 제기됐었다.
이날 참석한 K의대 관계자는 “평가체계 개발의 취지에는 전적으로 동감한다”면서도 “어느 평가든지 학교의 입장에서는 성적이 좋아야 하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으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라고 의대간 경쟁분위기를 의식했다.
지방의 또 다른 K의대 관계자도 “기초의학에서 임상의학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실시하는 질 높은 평가방식이 언젠가는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라며 “학교 단독으로 준비하는 것은 부담이 큰 만큼 공동으로 진행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시험이 너무 많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같은 각 의대들의 평가체계 개발을 대행하는 차원으로서 위원회는 모든 것을 비공개로 부친다고 하지만 결국에는 미달자 규모 등 평가결과가 소문도 날 것이고 서열화의 기준이 되지 않겠느냐고 보고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기본의학교육평가위원회는 현재 의과대학의 평가방식이 교육학적으로는 의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체면치레에 얽매여 있기 때문에 새로운 평가체계 개발을 통해 이를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위원장은 “각 의과대학들은 겉으로는 안 그런 척 하고 있을 뿐 실제로 자신들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불안해 하고 있고 교육을 잘 하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하고 “이러한 분위기는 학생들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번 기본의학교육평가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평가체계에 대한 결과가 의사국시 합격률처럼 학교 홍보를 위한 수단이 되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의과대학 정보를 국내 최초로 DB화 한다는 점에서 3중 보안장치를 하는 만큼 외적으로 대학간 비밀유지에는 완벽을 기할 것”이라고 말하고 “다만 이를 소위 ‘장삿속’으로 이용하려는 분위기에 대해서는 위원회측에서 일깨우고 각성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평가결과는 그래프상 어느 위치에 있는지 정도일 뿐 자세히 몇번째라는 것은 알 수 없다”며, “이 부분이 학교측 입장에서는 홍보의 대상이 될 수 있겠지만 평가결과는 서열적 측면 보다는 어느 점이 부족하고 개선돼야 하는지 세세하게 지적해 주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신생 의대들을 중심으로 의사 국시 합격률을 적극 부각시키는 행태와 관련 “현재 국시에 합격할 수 있는 최소 수준을 측정할 수 없어 각 대학에서는 감으로 학생들을 선별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학생들을 가려내서 얻은 합격률이 과연 교육학적으로 의미 있는 근거가 될 수 있겠느냐”며 이제는 의대들이 스스로 부족한 부분들은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이 위원장은 “의대인증평가도 처음에는 3개 대학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모든 대학이 참여하는 것처럼 기본의학교육평가도 긍정적인 방향에서 공감대를 형성해 향후 전국의 의대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학계가 교육계의 자문과 다각적인 연구를 통해 ‘보건의료인 평가를 선도한다’는 목표로 개발에 착수한 이번 기본의학교육평가가 의과대학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또다른 서열화의 한 기준으로 머물지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의대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분위기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류장훈 기자(ppvge@medifonews.com)
2006-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