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약제비 절감과 건강보험 재정누수 방지를 위해 국민건강보험법의 일부 개정을 통해 원외처방전 발행에 의한 조제시 과잉처방사례에 한해 환수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에 대해 의료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복지부의 이같은 조치는 최근 ‘약제비환수에 대해 법적근거가 없다’는 법원 판결에 전면 배치되는 것으로, 결국 의사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의사쇼핑을 초래해 오히려 보험재정을 낭비하게 하는 졸속행정이라는 의료계의 비난을 받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제6특별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원외처방으로 인해 약제비청구 의료기관에 초과지급된 급여액을 차기 요양급여비용 지급시 차감해 환수키로 한 처분에 대해 “원고(의협 등)는 부당하게 과잉진료나 처방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설사 원고의 처방으로 인해 보험급여비용이 과다하게 지출됐다 하더라도 그 급여비용을 원고가 받은 것이 아니다”며 환수처분을 하는 것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대한의사협회 신창록 보험이사는 “법 조항 유무에 관계없이 지금까지 환수처분을 받아왔던 만큼 중요한 것은 환수를 하고 안하고가 아니다”며 “정부가 이를 골자로 국민보험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은 이번 판결 이유였던 ‘법적근거’마저 서둘러 없애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신 이사는 또 “이번 입법 예고된 개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의료계는 정부의 약제비 환수처분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마저 차단된다”며 “이번 입법예고에 대해서는 의협에서 강력히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일선 중소병원들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다사랑병원 황인복 원장(광주시의사회 공보이사)는 “처방은 의사가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전제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일반적인 잣대로 과잉처방으로 간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황 원장은 “복지부가 의사가 소신진료를 할 수 있도록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국민의 건강을 위한 관점이라기 보다 의사와 국민의 신뢰를 깨고 모든 것을 비용적 측면에서만 바라보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개원가에서는 이번 개정이 약제비 환수에 대한 문제 뿐만 아니라 환자와 의사간에 불신을 초래함으로써 의사쇼핑을 유도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두는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주수호 원장(주수호 외과)은 “신뢰가 전제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할 만큼 진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라며 “이번 약제비 환수와 허·부당 청구에 대한 포상금 지급 등 근거 규정을 마련한 것은 의사에 대한 환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원장은 특히 “환자가 의사를 믿지 못하게 되면 진료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며 소위 ‘의사쇼핑’과 ‘병원쇼핑’을 일삼게 될 것”이라며 “결국 오히려 보험재정을 낭비하게 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의료기관이 청구한 의료급여비용이 삭감되고 있는 것과 관련 “의약분업 전 이라면 모르겠지만, 정부가 의사에게 경제적 이득이 없는 상황에서 의학적 근거없이 삭감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라며 “왜 환자에게 꼭 필요한 약임에도 불구하고 삭감될 것을 우려해 처방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치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한 국내 약제비 비율이 높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는 다른 행위에 대한 수가가 낮기 때문에 약제비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일 뿐”이라며 “신약은 계속 개발돼 고가약으로 책정되는 반면 수가는 계속 묶여 있어 약제비 비율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같은 문제들의 근본적인 이유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로 인해 원치 않는 보험진료를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이번 개정안의 범주에서가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에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복지부의 입법예고에 대해 의료계는 ‘족쇄를 채우는 행위’라며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약제비 환수를 포함한 각종 규제에 대한 논란은 더욱 불거질 전망이다.
류장훈 기자(ppvge@medifonews.com)
2006-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