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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 두고 의료계 단체들 “졸속 추진”

醫-病-齒-韓 한목소리로 “정책 추진 즉각 재고하라”
“저수가 구조 방치한 채 보고 의무화만 추진한다면 의료붕괴 초래”


지난해부터 정부가 추진 중인 비급여 진료비용 및 진료내역 보고 의무화 확대에 대해 보건의료계가 한목소리로 의료기관의 행정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정책 추진 재고를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단체(이하 단체들)는 4일 오전 전자랜드 랜드홀에서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 정책추진 재고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지난해 정부는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현황조사 관련 법령을 개정해 올해부터 모든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을 보고하도록 의무화시켰다. 정부의 방침에 따르면, 공개대상기관이 지난해 병원급 3925곳에서 올해에는 의원급을 포함한 6만 5464곳으로 늘리고, 공개항목도 지난해 564개에서 올해 616개로 확대시켰다.

특히 정부의 법령 개정 사항에 따라 의료기관장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비급여 진료비용 및 제증명수수료의 항목 기준, 금액 및 진료내역 등에 관한 사항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고토록 하고, 자료를 미제출하거나 거짓 보고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과태료를 부과토록 했다.

그러나 비급여 진료는 ‘공과(功過)’가 있다는 것이 단체들의 입장이다. 즉, 현재에는 비급여 진료에 대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라는 측면이 유난히 부각되고 있지만, 비급여 진료가 과거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 도입 당시부터 이어져 온 고질적인 저수가 정책 하에서도 우리나라 의료를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데 상당한 동기를 부여해온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것.

또 비급여 진료비는 자유시장경제 체제하에서 의료비 급증을 억제하는 기제로도 일부 작용하고 있다는 입장.

단체들은 “비급여 진료비에 대해서는 일정한 공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평가도 없이 도덕적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특히 비급여에 의존하지 않고는 의료기관 운영이 불가능한 고질적인 저수가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성급하게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만을 추진한다면 이는 의료붕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단체들은 지난 2002년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위헌 소송’ 판례를 제시하며 “정부가 비급여에 대해 과(過)만을 부각해 통제 일변도의 정책만을 취한다면 이는 현행 건강보험 제도의 근간이 되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유지 근거를 정부 스스로 훼손하는 모순을 발생시킬 뿐”이라고 경고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국민은 진료를 받고자 하는 의료기관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의료보험법과 국민건강보험법은 의료보험에 의해 보장되는 급여 부분 외에 의료소비자의 자율적인 결정에 따라 자신의 부담으로 선택할 수 있는 소위 비급여대상의 의료행위를 함께 제공하고 있어서 국민의 선택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결론 낸 바 있다.

단체들은 특히 “더 큰 문제는 관련 법령 개정 과정 당시 비급여 의무 신고 제도 강행으로 국민이 가지게 될 불안과 의료기관의 과도한 행정부담 등 심각한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점”이라고 부각했다.

단체들에 따르면, 환자는 단순히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비급여 진료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산부인과, 비뇨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등 환자의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예민한 개인정보의 노출을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비급여 진료를 받기도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단체들은 “그런데 정부의 방침대로 모든 비급여 진료비용을 상세히 수록한 비급여 코드에 따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실시간 보고를 하게 되면 국가는 어떤 환자가 언제 어느 산부인과에서 무슨 시술을 받았는지, 비뇨의학과에서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그리고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무슨 질병으로 진료를 받았는지에 대해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된다”며 “환자의 입장에서 매우 두렵고도 염려가 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행여 이처럼 예민한 자료가 외부 유출이라도 된다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 우려가 높다”고 피력했다.

끝으로 단체들은 “환자의 불안을 가중케 하고 의료기관의 행정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불합리한 비급여 통제 정책의 추진을 즉각 재고해 줄 것을 바란다”며 세 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아래는 요구사항.

1. 정부는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인 진료정보를 완전히 노출시키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비급여 진료비용 전면적 신고 의무화를 즉시 중단하라.

2. 자유시장 경제 체제에서 건강보험 재정 소요를 억제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는바 비급여 진료비용의 공과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자료를 바탕으로 필수의료가 아닌 분야에 대해서는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여 자유로운 비급여 진료가 가능토록 하라.

3. 의원급 의료기관의 인력 상황 등을 감안하여 의료계 4개 단체와 정부 간의 협의를 통해 일정규모 이하의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비급여 보고 및 공개 사항을 강제조항이 아닌 임의조항으로 규율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이루어지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