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30 (토)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인터뷰

“투석기관 인증제·투석환자 등록제, 이미 세계적인 추세”

대한신장학회 양철우 이사장 인터뷰

코로나19 상황 속 상대적으로 인공신장실은 감염에 더 취약한 구조로, 특히 여러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투석환자가 코로나19에 확진됐을 때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인공신장실 내 감염 확산 방지가 중요해졌다.

또 이미 해외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투석기관 인증제 및 관리원, 투석환자 등록제, 투석전문의 제도 등 투석 관련 정책들이 우리나라에서는 한참 미비한 상태.

이러한 가운데 대한신장학회는 국내 첫 투석 확진자가 발생하기 전부터 코로나19 대응위원회를 구성하고, 선제적으로 임상지침을 마련함으로써 투석실 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해 왔다. 또한, 국회토론회 등에서 투석 관련 정책 도입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으며, 학회 공식학술지가 최근 SCIE에 등재되는 등 활발한 연구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에 메디포뉴스는 대한신장학회 양철우 이사장으로부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인공신장실은 어떻게 변모돼야 하고, 산적한 투석 관련 정책들이 하루 빨리 국내에서도 이뤄질 수 있도록 학회와 국가적인 차원에서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지 더 자세히 들어봤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공신장실 내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가 중요해졌다. 이를 위해 학회에서는 가이드라인도 배포하고 관련 내용의 중요성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해왔는데, 가이드라인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인공신장실은 어떻게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평상시 때는 잘 모르다가 위기가 닥치면 그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 일이 있다. 5년 전 메르스가 그랬고, 이번 코로나 판데믹이 그렇다. 투석실이 집단감염을 일으키는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국민들이 많이 알게 됐고, 투석실의 안정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학회에서는 투석실 내 감염이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 크게 두 가지를 강조하고 있다. 첫 번째는 투석실 안에서 마스크 쓰기, 음식섭취금지, 이야기 금지 등 일반적인 생활방역수칙 준수이고, 두 번째는 투석실 내 2차 전파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 투석할 때 어떻게 격리하고 치료해야 되는지, 이런 전반적인 투석에 대한 것들을 계속 회원들한테 인지시키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투석실 안전과 관리에 대한 법규가 없다. 그래서 이번에 코로나를 겪으면서 전국에 있는 투석실에 가이드라인과 관리지침을 보내드렸다. 그러나 일부 기관에서 학회의 진료지침을 따르지 않거나, 서로 소통이 되지 않는 문제점이 노출됐고, 각 의료기관마다 감염에 대한 설비나 교육에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현재 학회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투석실과 환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관리 조직이 필요하고, 또한 투석실의 안전성과 질 관리를 위한 표준화작업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 전국 투석실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기대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교차접종에 대한 이슈가 뜨겁다. 여러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투석환자 특성상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클 텐데 안전하다고 보는지? 아울러 투석환자의 백신접종을 독려하기 위한 학회의 노력들이 있는지?

백신의 종류는 다양하고, 그 부작용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백신에 대한 호불호가 나눠지며, 실제로 부작용을 걱정해 백신 맞는 것을 꺼려하는 분들도 꽤 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투석하시는 분들은 백신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권고 드린다. 안 맞는 것보다 맞는 것이 코로나로 인한 치명률이나 사망률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내가 코로나 백신을 맞아야 감염되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게 투석 생활을 할 수 있다. 

6월 중순까지 한 64% 정도 되는 투석환자들이 백신을 맞았다. 학회에서는 전국 투석실에 투석환자들이 백신을 맞도록 권고하는 안내문을 보내드리고 있다. 그런 탓인지 백신 접종률이 상당히 높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지난 국회토론회에서 투석기관 인증제 도입과 이를 평가하고 관리하는 기관을 설립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왜 필요하다고 보는지, 도입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계획인지?

투석실 인증제와 관리원 같은 조직은 우리 학회에서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고,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우리보다 선진국에서는 투석환자들과 투석실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것을 법제화하고 인증제도화 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그런 시스템이 없다.

현재 학회 내 자체적으로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투석전문의 제도를 시행한지 한 20년 됐다. 이러한 투석전문의 제도나 인증제도를 학회가 주도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학회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가정책에 반영되어 이뤄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 판데믹 이후 앞으로 우리나라도 이런 인증제도와 관리시스템이 이뤄져야겠다고 국회 토론회에서 강조하고 입법화하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앞으로 국가에서 더 관심을 갖고 지원해주셨으면 한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에서 투석환자 등록제가 이뤄지고 있어 이를 통해 모인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투석환자를 위한 다양한 국가정책이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나라도 국가차원의 투석환자 등록사업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이를 위한 학회의 노력은 무엇인지.

투석환자 등록제는 학회의 노력보다는 국가의 노력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 

1년에 1만 5000명씩 매년 새로운 투석환자들이 생기고 있는데, 어떠한 국가적인 정책도 없다. 환자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 진짜 국가 정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확한 자료 수집이 첫 번째로 선행돼야 할 일이다. 그 자료를 토대로 앞으로 얼마나 많은 환자가 발생할 것이며, 환자들이 더 생기지 않도록 어떻게 정책을 펴나갈 것인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 

학회에서 각종 자료를 모아 매년 데이터를 만들고 있는데, 우리나라 투석기관이 한 1000여 개가 넘기 때문에 모든 걸 학회에서 다 할 수는 없다. 학회는 몇몇 회원들이 모여서 움직이는 단체이기 때문에 전국의 투석환자들을 관리하고 데이터를 모으는 것은 정부가 도와줘야 하고 앞서나가야 한다. 

우리 학회는 말기 신부전 관리 법안을 국회에다가 넣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제는 국가에서 투석환자 등록사업, 말기 신부전 환자 관리사업, 투석실 인증제도 등 신장 관련 사업들을 총괄해서 지원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2018년 심평원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에 따르면 국내 인공신장실 의사 비율은 평균 75%로 인공신장실 4곳 중 1곳은 투석전문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에 취약한 인공신장실 특성상 근무 의사에 대한 전문성이 더욱 요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인공신장실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어떤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문제는 전문의 제도가 아직 정착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투석실 근무 의료진의 자격이나 투석실 설립 기준 등이 확립되어 있지 않다 보니까 너도나도 투석실을 운영할 수 있다는 허점들이 있다. 

그래서 코로나를 겪으면서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구나, 이제 관리를 좀 더 철저히 해야 되겠구나 생각해서 보건복지부나 심평원에 투석전문의가 아니면 진료할 수 없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좀 해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우리가 암에 걸리면 암전문의한테 진찰받는 것처럼, 투석 시 투석전문의한테 진찰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실제로 아마 많은 투석환자는 본인이 있는 그 투석실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다 투석전문의로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국민 홍보를 통해서 알리고 투석전문의 제도를 정착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한신장학회 혈액투석여과연구회는 혈액투석여과법이 일반 혈액투석에 비해 환자의 치료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등 더 우수하지만, 국내 혈액투석 환자의 17%만 받는 등 도입률은 저조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혈액투석여과법이 왜 적극적으로 시행되지 못하는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선돼야 할 것은 무엇인지.

‘혈액투석여과법’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아직 생소해 한다. 혈액투석여과법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혈액투석에 여과가 더해지는 것이다. 

혈액투석여과법은 더 많은 양의 수분을 공급해 요독을 제거시키는 방법이다. 그래서 혈액투석여과법을 하려면 투석막도 필요하고, 더 깨끗한 물이 더 있어야 하고, 이것을 관리하기 위한 간호 인력과 시간도 더 많이 필요하다.

문제는 투석막이라든지 노동시간이 더 들어가는데도 불구하고 일반 투석치료와 똑같은 금액으로 묶여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벌써 오래전부터 재료대의 가격이 고정되어 있어서 새로운 치료방법이나 기구를 쓰려 해도 수가산정에 반영되지 않아 혈액투과여과법을 하려 해도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현재 일부 의원이나 대학병원에서만 국한돼 이뤄지고 있다.

◇학회 공식학술지가 최근 SCIE 등재에 이어, 신장학 분야의 학술지 순위를 평가하는 SJR 평가에서도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Q1등급을 달성하는 등 그 행보가 주목된다.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SCIE 등재가 된 것은 그 학회의 경쟁력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학회지가 SCIE에 등재될 때까지 한 8년 정도 걸렸는데,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회도 많이 발전하게 됐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학술지가 되기 위해서는 완성도가 아주 높아야 되는데, 그 첫걸음으로 일선에서 일하는 편집인의 임기를 5년으로 보장해주고 있다. 또한 지속적으로 회원들이 좋은 논문을 많이 제출하도록 독려하고, 회원들이 해외 학회지에 논문을 낼 때 우리 학술지도 꼭 인용해달라고 부탁을 드리고 있다. 

질을 높이기까지의 과정들 하나하나가 모여 지금까지 왔다고 볼 수 있다. 결국 SCIE 저널이 될 수 있도록 학회지에 대한 회원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학회 정책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원해줘야 SCIE 학술지가 탄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대한신장학회지 KRCP는 전 세계적으로는 14위 아시아, 오세아니아권의 SCIE 학술지 8개중 1위이다. 앞으로 TOP 10에 들 수 있도록 학회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내 신장이 콩팥콩팥’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꾸준히 영상들이 올라오고 있는데 시청자들의 반응이 궁금하고, 채널 운영에 대한 앞으로의 전반적인 계획이 있는가?

유튜브 채널을 만들면서 제일 고민했던 것은 만들어놨는데 아무도 안 보면 어떡하나 하는 것이었다. 

학회에서 이렇게 공격적으로 해본 적이 없다. 코로나 때문에 이제 대면교육이 어려우니 한번 시도해 보자 해서 한 것인데, 지금까지 제일 높은 조회수가 한 6000회 정도였다.

사실은 무슨 유튜브를 통해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보다는 홍보를 더 잘해야 되지 않나 본다. 앞으로 홍보를 효과적으로 해 많은 분이 유튜브에 접속해 우리가 만든 좋은 강의들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고민을 해야 될 그런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끝으로 작년 5월부터 이사장을 맡고 계신데, 학회 운영 1년 동안의 활동과 올해의 주요 계획은 무엇인지?

사실 할 일이 너무 많다. 이제 어떻게 보면 반환점을 딱 돌았다. SCIE 등재나 통합학술대회 개최 등 이사장직을 시작하며 계획했던 일들은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오늘 이야기 나온 투석환자 관련 여러 정책들은 1~2년 사이에 해결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임기 동안에 토대를 마련하고 앞으로 한 발자국씩 나가면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해보려고 한다. 

또 학회 국제화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케이팝(K-POP)처럼 K(Kidney, 신장)-KOREA를 목표로 아시아권에 있는 신장학 관련 선생님들이 다 참여할 수 있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학술대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그 작업의 일환으로 아시아 국가들과 MOU를 맺고 있다. 그것이 지금 한 50% 진행단계 정도 와있는 것 같다. 앞으로 더 발전해서 대한신장학회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를 대표하는 학회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