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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성공적인 감염병 R&D를 위해 고려할 점은?

연속적·통합적 연구의 필요성 제기돼

감염병 R&D와 관련해 백신·치료제 등을 개발하는 데에 있어 일시적이 아니라 연속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백신·치료제에만 집중된 연구비를 다른 분야에도 통합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도 더해졌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14일 포럼을 통해 ‘감염병 R&D의 현주소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 방안’을 주제로 현황을 점검하고 정부 R&D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했다. 

포럼에서는 지영미 한국파스퇴르연구소장이 주제 발표를 맡았고, 박만성 고려의대 교수,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센터장, 김태형 테라젠바이오 이사가 패널로 나서 토론을 했다.



지영미 연구소장은 현재 국내 감염병 R&D 현황을 살펴보고, 문제점을 지적해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우리나라 감염병 연구 모니터링과 성과는 부처별로 흩어져 관리가 어렵다. 국내에는 감염병 분야 전문가도 부족한데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 모두 감염병 연구분야 국제 네트워킹 기능이 취약한 상황이다.

특히 지 연구소장은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 Sequencing data 생산 과정에서 관련 기업과의 진정한 파트너십(민관 협력) 부족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지 연구소장은 해결 방법으로 “부처간 경쟁이 아닌 연계 협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 과제에서 부처별로 겹치는 부분이 있더라도 실시간 과제기획, 정보공유 플랫폼을 복지부, 과기부가 공동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기부를 향해서는 “전임상 연구 분야와 같이 전문가가 크게 부족한 분야의 인력에 대해 투자하는 등 ‘실제로 필요한 분야’에 대해 파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유행을 따라가지 않는 긴 안목의 장기적인 감염병 R&D 투자 계획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만성 고려의대 교수는 ‘유사시’와 ‘평시’로 구분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미래를 위한 중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며 “기본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많은 부처에서 mRNA 백신 개발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실질적인 내용은 부재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Sequencing 데이터 생산 과정에 대한 민간 협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박 교수는 “지난 해 중국에서 코로나19 sequence를 공개함에 따라 진단키트 탄생은 물론, 바이러스 구조가 밝혀졌고, 어떤 백신 항원이 타겟이 될 수 있는지 등이 공개됐다.”며 “실시간으로 파악이 돼야 우리가 어떤 백신 항원을 타깃으로 하는 게 적절한지에 관해 답이 나올 수 있고, 변이주에 대한 방어가 가능한 백신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스페인 독감이 1918년에 대유행한 이후 30년만에 백신이 개발됐고, 50년만에 치료제가 나왔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전체 시퀀스는 70년만에 밝혀졌다. 이처럼 과학자와 정부, 이런 산학연병의 협력 속에서 성과가 얻어진다”고 강조했다.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센터장은 ‘정책연구 인프라 국제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봤다. 

먼저, 류 센터장은 “감염병을 소방서나 국방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쟁 이후 많은 예산을 국방비로 사용하고 있으며, 불이 나지 않더라도 소방서를 없애지 않는 것처럼 감염병 또한 항상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과기부 내 시스템 부재를 지적했다. 박 교수는 “과기부에도 감염병 대응을 위한 과를 창설해야 하나, 충분한 예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과기부에는 전문인력이 한참 부족하다.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문제가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연구비 사용 시에도 “코로나19를 위해서만 사용할 것이 아니라 다른 바이러스나 항생제 내성과 같은 세균 연구도 하는 등 스펙트럼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당장 직면한 코로나19의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몰두한 나머지 타 분야에 대해서는 관심을 주지 않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한국이 아시아 지역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아시아는 기후가 온난다습한 몬순기후로, 감염병이 생길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인데다 야생동물을 식용으로 섭취하기도 해서 동물로부터의 감염병을 접촉할 기회가 많다.”며 “전세계 항공 허브가 아시아에 많은 만큼, 아시아에서 전염병이 발생하면 24시간 내에 전세계에 퍼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는 “아시아 지역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전염병을 선제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한데, 한국이 상당히 좋은 위치다”라며 “지금의 이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김태형 테라젠바이오 이사는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빨리 분석하고, 빨리 데이터를 공개해 진단 PCR 방법을 개발거나 mRNA 백신 디자인을 해야 한다”며 빠른 대처를 강조했다.

김 이사는 “과학은 뒤쳐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간 준비가 안 됐고, 앞으로도 준비를 안 할 것 같다. 코로나19 초창기 유전체 분석을 하려 했으나 자료를 전달받는 데만 2~3개월이 걸렸다. 데이터를 관리하는 질병관리청에 질의를 해도 답변이 더뎠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이슬란드는 77%, 일본은 75가% 공개됐고, 영국도 40~50만건의 데이터가 공개됐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4%가 채 되지 않는다.”며 경각심을 갖고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코로나19의 경우 변이바이러스 때문에 풍토병으로 계속 유행할 수 있는데, 남반구에서 북반구로,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유행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지역적으로 유전체 데이터를 신속히 분석해 발표해야 한다. 이는 비용적 측면에서도 백신보다 이득이다”라고 밝혔다.